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때로는 건망증이 효자!! [불고기 2종 세트]

| 조회수 : 11,896 | 추천수 : 73
작성일 : 2006-08-27 09:41:20


몇년전..회사에 다닐 때만 해도..총기가 참 총총했었습니다.
취재수첩 들고나가서 메모해가면서 취재해와도 막상 기사 쓸 때는 그 취재수첩을 펴놓고 쓰지 않아도..
사람 이름, 나이, 연도, 그리고 퍼센트나 각종 숫자 등등이 저절로 외워졌었습니다.
'아, 내가 학교 다닐 때 이렇게 했으면..큰 인물이 됐겠구나' 싶기도 했었구요.
허긴 공부 잘한다고 큰 인물이 되는 건 아니죠...

또 회사에서 제 책상이 유난히 지저분해서 눈총을 많이 받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지저분한 책상에서 자료면 자료, 사무용품이면 용품, 척척 찾아내 불편함이 전혀 없었습니다.

암튼, 회사를 그만 두고 시작된 건망증이 근데 요즘 들어서 어찌나 심한지..
친정어머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십니다, "아직 니 나이, 그럴 나이 아니다. 정신 좀 차리고 살아라..."
그래야죠..예전만은 못해도...정신 좀 차리고 살아아죠...

그래도, 가끔은 이 건망증 덕을 보는 것 같아요.

냉동고 안을 식품으로 가득 채워놓고도, 까먹어서 못먹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그래서 냉동고 앞에..서랍 번호와 그 서랍안에 들어있는 식품들을 메모해놓은 쪽지가 붙어있습니다.

요새, 마트에 가면 그저 우유와 달걀, 과일, 그리고 채소 조금, 이렇게 사는 정도..
냉동실에 있는 것 말고는 고기나 생선 종류가 없어요.

주말을 제대로 보내려면 목요일이나 금요일쯤 장을 한차례 봐야하는데..귀찮아서 안봤더니..먹을 게 없는 거에요.
그나마 토요일은 오징어 2종 세트로 보냈는데..일요일은 또 어찌해야할 지...걱정이 되서 어제밤 늦게 냉동고 앞 쪽지를 찬찬히 살펴보니...
'불고기 2종'...이렇게 메모가 되어있는 거에요.
웬 불고기?? 메모가 잘못됐나 하고 냉동고를 열어보니..쇠고기 불고기와 돼지 고추장 불고기가 이렇게 얌전하게 있는 거 있죠??

앗싸!!
아마도 건망증이 없었더라면..진작에 꺼내서 먹었을 텐데..건망증 덕분이 이렇게 요긴하게 먹게되네요.
한가지당 양은 많지 않지만 두가지 구워먹으면..오늘 하루도 잘~~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들 지금이라도 냉동실 한번 뒤져보세요...뭔가가 나올 지도...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샛별
    '06.8.27 9:44 AM

    와~1등 ! 불고기 발견하셨을때 꼭 선물받은 기분이셨을거 같아요 ^^

  • 2. 새있네!
    '06.8.27 9:58 AM

    선생님, 복권당첨된 기분이시겠어요. 저는 반대건망증으로 얼마전 낭패였답니다. 전에
    분명히 돼지고기 세일할때 넉넉히 사다 재어서 3봉으로 나눠서 냉동실에 넣어둔것
    2번 잘먹고 하나 남아있겠지하고서 방심하고 있다가 막상 식사시간되어 찾으니 없는거예요.
    냉동실을 3번이나 샅샅이 뒤져도 없어서 얼마나 황당하던지...
    그런데 그래서 그날저녁 어떻게 했냐고는 물어보지 말아주셔요...
    뭐라도 먹었을텐데 당췌 기억이 않나서용,
    그것이지난주 일인데....

  • 3. 녹차미녀
    '06.8.27 10:01 AM

    3등?

  • 4. 김혜경
    '06.8.27 10:04 AM

    샛별님 맞아요...누가 선물한 것 같다는..

    새있네!님 너무 반가워요..잘 지내시죠?? 저도 그런 적 많아요..분명히 있는데 먹을 때 못찾고.
    다시 찾아보세요..아마 봉지가 헷갈렸을 지 몰라요..
    전, 분명히 지퍼백에 담아뒀다 하고 지퍼백만 찾았는데..그냥 검은 비닐에 담겨있다든가..뭐 이래서 못찾는 일이 많답니다..^^;;

  • 5. 오팔
    '06.8.27 2:25 PM

    저도 요즘 제자신에 대해 좌절모드예요...ㅠㅠ
    지난일에 대한 대화에 대해선 당췌 끼어들수가 없어요...
    뭐가 생각이 나야 말이죠...^^;;;
    전 과거가 없는 여자랍니다...

  • 6. okbudget
    '06.8.27 4:41 PM

    주변사람들 모두 검망증에 동의해요~
    왜40살만갓넘으면 검망증이 심해질까요?
    물론표면적인 이유는 알지만 늦출수있는 방법이있으면
    같이알아가면서 치유하면 어떨까요?
    불고기~저녁메뉴로 선택합니다.각종쌈도함께

  • 7. Pak camy s
    '06.8.27 4:53 PM

    아이구 반갑습니다 선생님 저만그런줄 알았읍니다
    불고기,잔갈비,재서 냉동실에 두고도 없는지알고 또사다 양념해서 그라지에있는 냉장고에
    넣어두러가보니 기절 일보직전입니다 아니 그것도 큰통으로 세개나 있더라구요
    그런데요 이상하게 돈계산은 정확히 기억이나는것은 왜 그럴까요
    오늘도 큰아들하고 빌려준돈갖고 티격 태격 했는데요 결국은 제 기억이 맞더군요
    완죤히 돈만밝히는 엄마됏읍니다 어찌 이런일이ㅠㅠ

  • 8. 이현주
    '06.8.27 9:35 PM

    혜경샘처럼 저두 오늘 냉동고 정리하다가 돼지 앞다리살 발견~
    앗싸~!!!
    바로 두루치기 해서 쌈싸 묵었죠.
    불고기 2종 맛나게 드셨나요?

  • 9. ice
    '06.8.27 10:52 PM

    아~~ 저도 목록표라도 좀 만들어 둬야겠어요.
    뭔가 뒤지다가..저런 고기가 나오면... '대췌 이게 언제적꺼더라~~' ... 하다가
    걍 불안해서 버려 버린게 한두가지가 아니랍니다.
    목록표 생각은 여러번 했지만 ... 그것마저도 귀차니즘에..
    아~ 왜 이러고 살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10. 파워맘
    '06.8.27 11:17 PM

    저는 전기세 아낄려고 냉장고에 목록 붙여둬요 자주 여닫고 찾지 않도록 말이죠^^
    그런데 목록표 보고 울 신랑이 먹을거 있다는 걸 알면 더 자주 문열어 먹는다는....ㅎㅎㅎㅎ
    저도 어디 묵혀둔 반찬있나 다시 뒤져봐야겠네요^^

  • 11. 나무
    '06.8.28 6:40 AM

    임신 중이라 이렇게 미리 만들어 놓으면 편할 것 같은데, 해동해서 다시 먹는 방법을 알수 있을까요?

  • 12. 엘리사벳
    '06.8.28 1:19 PM

    전 목록표 마저 실천이 잘 안되더라구요.
    차곡 차곡 넣어 두었다가 또 다른걸 넣으려면 자리가 좁아서
    아무데나 빈곳 찾아 넣기 일쑤고.........

    전 스스로 위안 삼아요, 애낳았던 여자는 건망증 누구나 있다!!!!!!!!!!!!

  • 13. lorie
    '06.8.28 2:31 PM

    쌤~ 건망증이 아무리 심하여도 가스불 만큼은 챙기셔야 되옵니다.

  • 14. 모야
    '06.8.28 3:44 PM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생님~~글을 읽다가 저도 토욜날 오징어 손질해좋은거 생각남다~~!!
    저녁에 오징어를 해야쥐~~ㅋㅋ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날짜 조회
1322 오늘 저녁 밥상 19 2006/09/06 12,301
1321 빨래하기 좋은 날~~~ 24 2006/09/05 12,181
1320 오늘 저녁 반찬들 3 18 2006/09/04 14,268
1319 어제 저녁 밥상 13 2006/09/02 17,330
1318 이 편한 세상 2 [홈메이드 쿠키] 17 2006/09/01 12,763
1317 식당에 가보니 28- 식도락 26 2006/08/31 15,647
1316 여름에 한번은 먹어야하는 [노각 생채] 28 2006/08/30 10,924
1315 오늘 저녁 반찬들 2 26 2006/08/29 15,560
1314 이 편한 세상!! [홈메이드 호떡] 27 2006/08/28 14,511
1313 때로는 건망증이 효자!! [불고기 2종 세트] 14 2006/08/27 11,896
1312 점심 저녁 오징어 반찬!! [오징어 순대] 8 2006/08/26 10,610
1311 한다면...한다...[우리집 저녁 밥상] 16 2006/08/25 14,180
1310 잔머리의 결과물!! [연두부찜] 15 2006/08/24 11,144
1309 아직은 여름 30 2006/08/23 10,692
1308 각설탕 20 2006/08/21 11,479
1307 깻잎에 관한 수다 [깻잎 나물] 20 2006/08/20 12,158
1306 뜨거운 커피도 마실 수 있는 날~~♬♪ 26 2006/08/18 13,142
1305 뭐? 초랑 겨자만 넣으면 초계탕이라고?? 10 2006/08/17 9,292
1304 하늘이 내린 고모 32 2006/08/16 14,188
1303 복고풍 렌지 [돼지갈비찜] 16 2006/08/15 12,849
1302 무생물도 자기 미워하는 건 안다!! 19 2006/08/14 10,108
1301 한끼는 잘, 한끼는 대충~[생선커틀릿] [냉잔치국수] 7 2006/08/13 11,806
1300 이만해도 살만하지! [누름초밥] 10 2006/08/12 10,905
1299 뜨거운 날 먹는 전~[깻잎 호박전] 18 2006/08/10 14,152
1298 비, 딱 한방울만 내려주면 안되겠니?![통닭] 27 2006/08/09 11,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