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82cook.com/2006/0827-1.jpg)
몇년전..회사에 다닐 때만 해도..총기가 참 총총했었습니다.
취재수첩 들고나가서 메모해가면서 취재해와도 막상 기사 쓸 때는 그 취재수첩을 펴놓고 쓰지 않아도..
사람 이름, 나이, 연도, 그리고 퍼센트나 각종 숫자 등등이 저절로 외워졌었습니다.
'아, 내가 학교 다닐 때 이렇게 했으면..큰 인물이 됐겠구나' 싶기도 했었구요.
허긴 공부 잘한다고 큰 인물이 되는 건 아니죠...
또 회사에서 제 책상이 유난히 지저분해서 눈총을 많이 받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지저분한 책상에서 자료면 자료, 사무용품이면 용품, 척척 찾아내 불편함이 전혀 없었습니다.
암튼, 회사를 그만 두고 시작된 건망증이 근데 요즘 들어서 어찌나 심한지..
친정어머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십니다, "아직 니 나이, 그럴 나이 아니다. 정신 좀 차리고 살아라..."
그래야죠..예전만은 못해도...정신 좀 차리고 살아아죠...
그래도, 가끔은 이 건망증 덕을 보는 것 같아요.
냉동고 안을 식품으로 가득 채워놓고도, 까먹어서 못먹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그래서 냉동고 앞에..서랍 번호와 그 서랍안에 들어있는 식품들을 메모해놓은 쪽지가 붙어있습니다.
요새, 마트에 가면 그저 우유와 달걀, 과일, 그리고 채소 조금, 이렇게 사는 정도..
냉동실에 있는 것 말고는 고기나 생선 종류가 없어요.
주말을 제대로 보내려면 목요일이나 금요일쯤 장을 한차례 봐야하는데..귀찮아서 안봤더니..먹을 게 없는 거에요.
그나마 토요일은 오징어 2종 세트로 보냈는데..일요일은 또 어찌해야할 지...걱정이 되서 어제밤 늦게 냉동고 앞 쪽지를 찬찬히 살펴보니...
'불고기 2종'...이렇게 메모가 되어있는 거에요.
웬 불고기?? 메모가 잘못됐나 하고 냉동고를 열어보니..쇠고기 불고기와 돼지 고추장 불고기가 이렇게 얌전하게 있는 거 있죠??
앗싸!!
아마도 건망증이 없었더라면..진작에 꺼내서 먹었을 텐데..건망증 덕분이 이렇게 요긴하게 먹게되네요.
한가지당 양은 많지 않지만 두가지 구워먹으면..오늘 하루도 잘~~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들 지금이라도 냉동실 한번 뒤져보세요...뭔가가 나올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