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82cook.com/2006/0820-1.jpg)
제가 어렸을 때 저희 집에서 깻잎을 먹는 유일한 방법은, 깻잎에 양념간장에 뿌려서 밥에 쪄 먹는 것 뿐이었습니다.
아, 깻잎 장아찌도 있었네요, 간장에 담가두는...
이 깻잎 장아찌...잘 담그면 맛있는데..잘못하면 질기기도 하고 해서..제가 썩 좋아하던 반찬은 아니었습니다.
그랬는데..제가 대학교에 들어가던 해...일천구백칠십오년의 이야기네요.
여름방학에 온가족이 부산 여행을 가게 됐습니다.
아버지랑 잘 아시는 분이 "부산으로 피서오라"고 하시는 바람에...우리 집 단골 피서지 대천해수욕장을 벗어나서 부산으로 가게됐죠.
여기서 여담이지만...
지금 생각해보니까, 부산으로 오라고 하셨던 분은 그냥 빈말로 그러셨는데..., 저희 아버지는 꼭 가야하는 걸로 아셨던 것 같아요.
부산에서 온가족이 약간 뻘쭘했었다는...
암튼...그 부산 여행길에..가자마자...전 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 먹어보는 아주 맛있는 음식을 만나됩니당..
바로..아나고회와 깻잎이었습니다.
부산에 내려가면 바로 그 초대했던 분의 안내를 받을 줄 알았는데..예상이 빗나가게 되자,
아버지는 여기저기 물어물어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데리고 가셔서..생전 듣도보도 못한, 아나고회라는 걸 사주셨습니다.
하얗고 꼬들꼬들한 것을 깻잎에 싸서 한입 먹었는데...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다니..
여태까지 봐왔던 회와는 전혀 다른 것을, 그것도 장아찌로만 먹는 줄 알았던 깻잎에 싸서 먹다니...
그 깻잎에 쌓인 아나고회는 얼마나 고소하며, 그 깻잎은 또 얼마나 향긋했는지...
충격적이었죠, 그렇게 맛있는 회가 있다는게...
그후...아나고회...아주 좋아하고, 많이 먹어봤는데..그때 그맛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깻잎은 그날 이후..아주 좋아져서..지금도 제가 자주 사용하는 재료중 하나입니다.
눈에 띄기만 하면 산다는...
어제 쌀 사러 잠깐 하나로클럽엘 갔다가,깻잎순을 한 봉지 사왔어요.
들리는 얘기로는 깨에 농약을 아주 많이 친다고, 그러니 깻잎은 잘 닦아 먹어야한다고..
그래서 유기농으로 사왔는데...제가 잘못 삶은 건지, 아니면 유기농이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이 자체가 나물용이 아니라 전골용이어선지...
나물을 했는데..다소 질기네요...
데친 후 꼭 짜서...먹기좋게 좀 잘라준 후 파 마늘 소금을 넣어 무쳤어요.
집에 들기름이 있는 줄 알고, 들기름와 들깨가루를 넣어서 무쳐야지 했는데...들기름이 없네요..허걱...
그냥 참기름에 참깨 좀 뿌려줬습니다.
좀 질기긴 하지만..워낙 좋아하는 거니까..꼭꼭 씹어서 먹어줬습니다.
깻잎 얘기가 나온 김에...
전 깻잎 장아찌가 아주 부드러운 게 좋은데...그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지금까지 살면서 잊지못할 깻잎장아찌는...
결혼전, 친정어머니가 누군가에게 배워서 하셨다는 그것과 작년에 ***님이 주신 것, 두가지입니다.
친정어머니가 누군가에게 배우셨다는 방법은 멸치젓에 깻잎을 삭혀서 하는거라는데...
정말 밥에 척 걸쳐서 먹으면 바로 입에서 녹는 것 같았어요.
적당히 짭조름한 것이 색깔도 간장에 담근 것과는 달리 연두색에 가까웠구요.
***님이 주신 건..***님의 시어머니께서 아들딸 주려고 손수 만드신 거라는데..
깻잎 사이사이에 생오징어를 가늘게 채썰어 넣으신 것으로, 정말 어찌나 맛있는지..이거 딱 하나만으로도 밥을 두그릇은 비울 수 있다는..
잔손이 많이 가는 것만 아니라면..만들어서 파시라고 권하고 싶지만,
연세 많으신 어르신께서 만들어 파시기에는 적당하지 않아서 권하지도 못했어요.
그렇잖아요? 어르신께서 그렇게 힘들여 만들어서, 그걸 얼마 받고 파시겠어요...
방법이 있긴 하네요...***님이...비법 전수받으시면 되겠는데..^^...아님, 저라도 내려가서 배울까요?? 호호...
아~~...근데...깻잎 나물 하나 해먹고..이게 웬 수단지....수다가 너무 길어졌네요...그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