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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각설탕

| 조회수 : 11,479 | 추천수 : 86
작성일 : 2006-08-21 16:57:29


오늘 아침...불광동 CGV에서...조조로 '각설탕'을 봤습니다.

인터넷으로 예고편 보고, 또 TV의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봐서 거의 내용을 알고 봤는데도...
첫장면 부터 울기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몇 장면을 빼놓고는 계속 울었습니다.
이렇게 영화를 보고 울어본게, 얼마만인지...
제 눈에서..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눈물이 많이 흘러나올 수 있다니...
너무 눈물이 나서..kimys 알까봐 창피해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었는데..kimys는 다 봤다네요..
영화관에서 나와서 제 흉내를 내더라는...

영화 자체가 뭉클하기도 하지만...
제가 말에 대해 아주 조금 경험한 바가 있는 지라 더 공감이 컸던 것 같아요.

보통 개의 지능이 더 높은 걸로 알고있지만, 실은 말이 지능이 더 높대요. 후각이나 청각이 개보다 더 좋을 뿐 아니라,  지능은 세살 정도 어린아이와 비슷하다네요.
제가 이 말을 믿는 건..
5,6년전에..승마를 배운 적 있는데..이때 공감했기 때문이랍니다.

제가 2000년 회사를 그만 둘 때 세가지 하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승마였었습니다.
회사를 그만 두자마자 곧바로 일산의 한 승마장에 가서 알아보니, 수백만원짜리 회원권을 사야한대요.

좌절하던 차에,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한국마사회의 무료강습 초급반에 간신히 끼었습니다.
(지금도 마사회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무료 강습이 있습니다. 진짜 무료구요..승마용 검은 모자만 사면됩니다.)

그때 참 재밌는 에피소드가 많아요.
3인 1조가 되어 1조당 말 한필씩 배정 받아 승마강습을 받게 되는데... 이때 말이 서는 것도 다 정해져있습니다.
암말→거세마→숫말의 순서로 원을 그리며 돌게 됩니다.
그런데 워낙 초보자들이 말을 타는 것이라 하다보면 순서가 바뀌게 되기도 하는데..
그러면 뒤로 처진 말은 어떻게 해서든지 제 자리로 끼어듭니다. 어떻게 그렇게 제 자리를 아는지..

또 말들 중에는 유난히 게으름을 부리는 말들이 있습니다.
그런 말에게 교관이 "하프밀리언( 과천의 승마교육원에 진짜 있는 말 이름) 너 왜 이렇게 늦어..빨리 가" 하고 소리를 치면,
그 다른 말들까지 교관의 눈치를 슬슬 보면서...느릿느릿 꾀를 부리다가 갑자기 재빨리 행동을 합니다.
말이 곁눈질하면서 사람 눈치를 보는 걸 보면 얼마나 우스운지...

어디 그뿐인줄 아세요?
말은 자기 등위에 올라탄 사람이 자기를 무서워하는 걸 알면 어느 틈에 떨어뜨립니다. 깔보는 거죠.
낙마하지 않으려면, 무서워도 안무서운 척 하면서 허리를 좍 펴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말은 기승자가 바라보는 걸 같이 바라 봅니다.
예를 들어서 기승자가 먼 곳을 바라보면서 당당하게 앉아있으면 말도 당당하게 걸어가고, 무서워서 몸을 웅크리면 저도 따라서..

제가 탄 말은 저만 타면 짜증을 부렸어요.
다른 사람들은 사뿐하게 말 잔등에 올라타는데 저는 몸이 무거워서 사뿐하게 올라타지도 못할뿐더러 무거우니까..
심지어 떨어뜨리기까지 하더라니까요.

한국마사회의 무료강습을 마치고, 동기생들끼리 계속 말을 탈 만한 곳을 물색하다가 경기도 남부의 어느 승마장엘 가게 됐습니다.
하하..여기 말은 마사회 승마교육원 말보다 한 수 위!!

교관이 "평보로 가!" "속보로 가!"하고 명령을 내리면, 기승자가 소리나 고삐로 말을 제어, 빨리 가게도, 천천히 가게도 해야하는데...
이곳 승마장의 말들은 하도 이런 명령을 많이 들어서, 교관이 말을 하면서 기승자가 제어하기도 전에 제가 알아서 갑니다.
더 웃겼던 건...말을 타고 있는데 낮 12시가 됐어요.
그랬더니 아직 말을 덜 탔는데..사람을 태운 채 뚜벅뚜벅 마굿간으로 가는 거에요. 점심시간인걸 알아서 그렇대요..ㅋㅋ..

말을 타면 살, 특히 뱃살이 많이 빠진다고 해서 좀 해보려고 했는데,
실제로 강습을 받는 동안 너무 피곤하니까 살이 좀 빠지는 것 같더라구요.
그랬는데..계속하지 못했던 건..
우선 말잔등이 너무 높아요. 생각보다 높아서...올라앉으면 좀 무서워요.
그리고..요즘은 승마장이 많이 생긴 것 같은데..
그때만 해도 서울 근교 가까운 곳은 비용이 많이 들고, 비용이 적당한 곳은 너무 멀고 해서...계속하지 못했답니다.

그랬는데....오늘 각설탕을 보고나니...갑자기 말타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는...
울고있는 검은 승마모자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뭐...말 한번 타보는 건...천천히 생각하기로 하고...일단 통화연결음이나 '제비꽃'으로 바꿔야겠어요.
여름내.."빙수야 팥빙수야 사랑해 사랑해.."였는데..계절도 계절이니 만치...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한번쯤
    '06.8.21 5:01 PM

    울고싶으면 이 영화보라구 하던데요*^^*

  • 2. 호동맘
    '06.8.21 5:01 PM

    야호!!!!!!
    저도 각설탕 보고싶어요^^**
    실컷 울고싶어요.....

  • 3. 오이마사지
    '06.8.21 5:03 PM

    각설탕...저두 삼대구년만에 본 영화였는데...
    정말 가슴이 뭉클했어요...
    첫장면부터 울기시작해서....마지막까지.....;;;;

    승마..제가 잠깐 배운적이 있는데요...여차저차...
    암튼..전 운동해도 오히려 살이 찌는 체질인데...
    승마는 살이 빠지드라구요...특히 뱃살..........
    대신 처음 며칠간은 허벅지가 넘 땡겨서....ㅋㅋㅋㅋ

  • 4. jiniyam05
    '06.8.21 5:21 PM

    아...저두 이영화보면서 울겠네요...^^;; 집으로 보고 울고...웰컴투 동막골 보고 운다고
    친구과 신랑이 놀리던데...ㅎㅎ
    가서 또 울면서 영화한편볼까요?

  • 5. 노처녀식탁
    '06.8.21 6:23 PM

    오호...무료강습이 있네요...언능 들어가 봤어요...현재는 신청중인 강습이 없네요.
    담에 꼭 신청할려구요. 승마..함 배워보고 싶었거든요...
    샘~~~좋은 정보 정말 감사합니다...

  • 6. 이수미
    '06.8.21 6:47 PM

    괴물을 재미있게 보고 다음 차례가 각설탕으로 꼽았어요
    요즘 눈이 너무 메말라서 눈 안구 청소가 필요했답니다.
    꼭 보겠습니다.

  • 7. 사과가쿵!!
    '06.8.21 7:16 PM

    저두 보고싶은 영화여서 개봉한주에 가보았더니
    괴물이 모든 상영관을 차지하고
    각설탕은 5회차부터 상영하더라구요.
    그래서 아직까지 못보고 있어요..ㅠ.ㅠ

  • 8. 그린
    '06.8.21 7:58 PM

    예전에 여행갔다가 말을 타 본 적이 있는데
    그 흔들리는 느낌이 얼마나 짜릿하고 신나던지...
    또 말의 그 큰 눈이 어찌나 아름답고 촉촉하던지....
    새삼 샘의 글을 읽으며 떠올려보는 추억입니다.^^

  • 9. 엘리사벳
    '06.8.21 8:40 PM

    얼마전 여행가서 말한번 타봤어요, 하도 신나 하니깐 혼자 타보겠냐고,....
    얼능 대답하고 혼자서 터벅 터벅 보다는 좀더 빠르게....
    너무 너무 신났습니다, 바닷가에서 달렸거든요,

    저도 영화 빨리 봐야 겠어요.

  • 10. 빅마마
    '06.8.21 8:46 PM

    전 애들이랑 같이 봤는데 저만 울고 아들이라 그런지 끝나고 보니 둘다 말똥말똥...
    말로만 감동이었다고 하는데...
    이야기는 다소 뻔한 이야기였지만 왜 눈물이 나는지 자주 나더군요^^(셋다 감성에 문제아..)

  • 11. 노니
    '06.8.21 9:10 PM

    저도 과천 에서 무료 강습 받았어요.

    말에 처음 올라탔을때 자동차 핸들같은 잡을것이 있으면 좋으련만 힘없는 말줄을 잡고 균형을 잡으려니 말끈만 잡아당기게되죠. 그러면 말의입에 자갈이 물려 있어서 아퍼서 서게되고, 잘못하면 말에서 떨어지고, 그래도 허리를 쫙펴고 말을 타고나면 뿌듯한기분이란 타본 사람만 알죠.

    같은곳에서 강습 받으셨다는 말 듣고 괜시리 아는채 하고싶네요.

  • 12. 꿀물
    '06.8.21 9:43 PM

    울 둘째딸,, 말을 흔한 강아지 사는것쯤으로 생각했는지 한동안 말 사달라고 했었는데 지금은 안하네요.^^ 말 달리는 모습 참 멋지긴해요.

  • 13. 소피
    '06.8.21 9:51 PM

    ^^전 저번주 수욜날 봤는데요.가슴뭉클한 감동으로 본 영화였습니다.8살,5살 아이와 함께 봤는데,특히나 5살둘째녀석은 천둥이랑 재회장면에서 계속 눈을 비비더라구요..아빠 보고싶다면서(영화보면서 눈물나오는게 낯설었는지..^^).....예전 전도연이랑 남자 주인공 이름은 기억이...^^;;;암튼 나란히 주연상도 탔던...그 영화 울고싶은 사람은 보라고 해서 잔뜩 눈물흘릴생각하고 봤는데....영.....동물과의 자연스런 교감 떄문인지 이 영화 정말 첨부터 끝까지 사람 가슴을 아리게 하네요...큰 녀석은 잘 안쓰던 그림 일기까지 아주 또박또박한 글씨로 그 여운을 열심히 적더라구요...정말 좋았습니다.

  • 14. 둥이둥이
    '06.8.21 10:01 PM

    저도 반드시 봐야겠네요...^^
    샘..가끔 영화 이야기 해주세요~~

  • 15. 파워맘
    '06.8.21 11:00 PM

    어머나? 불광도 cgv요?
    선생님 저도 항상 거기서 영화를 봐요^^ 영화보고 나오면서 지하에 하나로클럽에 가서 식료품도 사오고 말이죠^^ 저는 각설탕을 꼭 봐야 한답니다.
    왜냐면 제 남동생이 여기 경마장 군중속의 한사람으로 엑스트라를 했거든요.ㅎㅎㅎ
    잠시 아르바이트 한 것이 이것이었답니다.
    지난 2월에 촬영한 것인데 우리 동생 엄청 추웠다고 엔지낸 여주인공을 엄청 미워했더랬지요^^
    하지만 그런 뒷이야기를 뒤로하고 저도 잔잔한 이 영화 보고싶어요^^

  • 16. 서울숲
    '06.8.22 5:37 PM

    저도 각설탕 보고 감동받아서 게시판에 흥분해서 글 올렸는데...
    댓글이 부정적이라 상처를 받고 나만 흥분했나? 벌쭘하더라구요.
    그런데...
    저랑 감성이 비슷하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 17. 열쩡
    '06.8.22 5:43 PM

    서삼릉 부근에 가면
    전직 기수 나이드신 분들이
    말 한두마리로 승마를 가르치기도 하더군요
    아무래도 좀 저렴하지 않을까 싶네요
    거기에 한국마사회 종마장이 있는걸로 알고 있거든요
    너무 야매인가요?

  • 18. 튼튼이
    '06.8.22 6:17 PM

    전 회사그만두면 하고 싶었던일이 운전연수, 요리강습, 헬스다니기였는데요^^

  • 19. 6층맘
    '06.8.23 5:34 PM

    선생님의 승마 경험담을 읽고 한참 웃었네요.
    저도 언젠간 과천에서 강습받으려고 생각중이랍니다.

    혹 82cook 식구 중에 전주에 사시거나 전주에 놀러가실 분들은 꼭 전북 도립 승마장에 가보세요.

    우리 아이들도 방학 때 아는 집 따라 몇 번 가서 쿠폰 끊고 훈련받았답니다.
    비용이 참 저렴합니다.
    꼭 들러보세요.

    선생님,
    담에 제가 승마배우게 되면 모자좀 빌려주세요.네~?(아부모드)

  • 20. 땅콩
    '06.8.23 7:44 PM

    말은 14년전 제주도 신혼여행가서 타 본게 다네요.
    넘 무서워서 소리 지른거 밖에 생각 안나요. ^_^
    그래도 각설탕은 보고 싶네요.
    담주 아이들 개학하고 나면 룰루랄라 하고 오전에 가서 봐야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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