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82cook.com/2006/D3206-01.jpg)
오늘 아침...불광동 CGV에서...조조로 '각설탕'을 봤습니다.
인터넷으로 예고편 보고, 또 TV의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봐서 거의 내용을 알고 봤는데도...
첫장면 부터 울기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몇 장면을 빼놓고는 계속 울었습니다.
이렇게 영화를 보고 울어본게, 얼마만인지...
제 눈에서..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눈물이 많이 흘러나올 수 있다니...
너무 눈물이 나서..kimys 알까봐 창피해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었는데..kimys는 다 봤다네요..
영화관에서 나와서 제 흉내를 내더라는...
영화 자체가 뭉클하기도 하지만...
제가 말에 대해 아주 조금 경험한 바가 있는 지라 더 공감이 컸던 것 같아요.
보통 개의 지능이 더 높은 걸로 알고있지만, 실은 말이 지능이 더 높대요. 후각이나 청각이 개보다 더 좋을 뿐 아니라, 지능은 세살 정도 어린아이와 비슷하다네요.
제가 이 말을 믿는 건..
5,6년전에..승마를 배운 적 있는데..이때 공감했기 때문이랍니다.
제가 2000년 회사를 그만 둘 때 세가지 하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승마였었습니다.
회사를 그만 두자마자 곧바로 일산의 한 승마장에 가서 알아보니, 수백만원짜리 회원권을 사야한대요.
좌절하던 차에,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한국마사회의 무료강습 초급반에 간신히 끼었습니다.
(지금도 마사회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무료 강습이 있습니다. 진짜 무료구요..승마용 검은 모자만 사면됩니다.)
그때 참 재밌는 에피소드가 많아요.
3인 1조가 되어 1조당 말 한필씩 배정 받아 승마강습을 받게 되는데... 이때 말이 서는 것도 다 정해져있습니다.
암말→거세마→숫말의 순서로 원을 그리며 돌게 됩니다.
그런데 워낙 초보자들이 말을 타는 것이라 하다보면 순서가 바뀌게 되기도 하는데..
그러면 뒤로 처진 말은 어떻게 해서든지 제 자리로 끼어듭니다. 어떻게 그렇게 제 자리를 아는지..
또 말들 중에는 유난히 게으름을 부리는 말들이 있습니다.
그런 말에게 교관이 "하프밀리언( 과천의 승마교육원에 진짜 있는 말 이름) 너 왜 이렇게 늦어..빨리 가" 하고 소리를 치면,
그 다른 말들까지 교관의 눈치를 슬슬 보면서...느릿느릿 꾀를 부리다가 갑자기 재빨리 행동을 합니다.
말이 곁눈질하면서 사람 눈치를 보는 걸 보면 얼마나 우스운지...
어디 그뿐인줄 아세요?
말은 자기 등위에 올라탄 사람이 자기를 무서워하는 걸 알면 어느 틈에 떨어뜨립니다. 깔보는 거죠.
낙마하지 않으려면, 무서워도 안무서운 척 하면서 허리를 좍 펴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말은 기승자가 바라보는 걸 같이 바라 봅니다.
예를 들어서 기승자가 먼 곳을 바라보면서 당당하게 앉아있으면 말도 당당하게 걸어가고, 무서워서 몸을 웅크리면 저도 따라서..
제가 탄 말은 저만 타면 짜증을 부렸어요.
다른 사람들은 사뿐하게 말 잔등에 올라타는데 저는 몸이 무거워서 사뿐하게 올라타지도 못할뿐더러 무거우니까..
심지어 떨어뜨리기까지 하더라니까요.
한국마사회의 무료강습을 마치고, 동기생들끼리 계속 말을 탈 만한 곳을 물색하다가 경기도 남부의 어느 승마장엘 가게 됐습니다.
하하..여기 말은 마사회 승마교육원 말보다 한 수 위!!
교관이 "평보로 가!" "속보로 가!"하고 명령을 내리면, 기승자가 소리나 고삐로 말을 제어, 빨리 가게도, 천천히 가게도 해야하는데...
이곳 승마장의 말들은 하도 이런 명령을 많이 들어서, 교관이 말을 하면서 기승자가 제어하기도 전에 제가 알아서 갑니다.
더 웃겼던 건...말을 타고 있는데 낮 12시가 됐어요.
그랬더니 아직 말을 덜 탔는데..사람을 태운 채 뚜벅뚜벅 마굿간으로 가는 거에요. 점심시간인걸 알아서 그렇대요..ㅋㅋ..
말을 타면 살, 특히 뱃살이 많이 빠진다고 해서 좀 해보려고 했는데,
실제로 강습을 받는 동안 너무 피곤하니까 살이 좀 빠지는 것 같더라구요.
그랬는데..계속하지 못했던 건..
우선 말잔등이 너무 높아요. 생각보다 높아서...올라앉으면 좀 무서워요.
그리고..요즘은 승마장이 많이 생긴 것 같은데..
그때만 해도 서울 근교 가까운 곳은 비용이 많이 들고, 비용이 적당한 곳은 너무 멀고 해서...계속하지 못했답니다.
그랬는데....오늘 각설탕을 보고나니...갑자기 말타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는...
울고있는 검은 승마모자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뭐...말 한번 타보는 건...천천히 생각하기로 하고...일단 통화연결음이나 '제비꽃'으로 바꿔야겠어요.
여름내.."빙수야 팥빙수야 사랑해 사랑해.."였는데..계절도 계절이니 만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