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또 온다하니
마님은 조바심이 나는 모양입니다.
"대비 단단히 해야 혀~"
이런 제기럴......
내가 뭐~ 뭐얼 더 어떻게 ......
대체 뭘 더 해야 하는데......
바람에 쓰러지지 말라고
그 많은 밤나무 다 껴안고 있을 수도 없고
밤송이마다 철사줄로 꽁꽁 묶어놓을 수도 없고
비닐온실이며 닭장 붙잡고 늘어질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도......
새벽같이 달려가 비닐온실안의 배추들도 살피고
노지의 무우며 콩이며 둘러보는데......
고추심었던 자리에 고추모종올라오고
토마토심었던 자리에 토마토모종 올라오고......
이것들이 미쳤나~? 지금이 어느철인디......
태풍이 오는 사이에 든든히 먹어두라고
퇴깽이 밤이며 포도 넣어주고
과일들 죄다 꺼내서 달구들 먹으라고 던져주고......
그러고보니 올해는
간간이 토마토며 수박 참외 먹인것 외에는
달랑 한번인가 복숭아랑 포도 사다준 것밖엔 없네요. ㅠㅠ
개들 먹을거리도 듬뿍 챙겨줍니다.
괴기도 두어조각 구워주고
비상식량인 라면도 두어개씩 가져다가 ......
요녀석들은 이미 재작년 어느 복날에
어느집 정화조에 들어갔을 놈들인데......
녀석들 덩치때문인지
농장주변에는 멧돼지들이 종적을 감추었고
이따금 사냥꾼들이 데려오는 사냥개들도
농장주변에는 얼씬도 않습니다.
저만보면 좋아 죽겠다고 난리입니다.
같이 놀자고...... 내가 너네들 친구냐?
하긴 내 팔자가 너네들보다 쬐끔 처지기는 하지......
너네들은 참 좋겠다. 개팔자가 상팔자라더니......
농번기 끝나면 집도 다시 제대로 지어줘야 하는디......
태풍을 막을 방법은 없고
사후복구나 해야 할 판이니 일단은 먹어야......
목삼겹에 표고구워 소주 한잔 걸치고
잔불에 밤도 구워먹고
마님이 삶아주신 밤이며 땅콩에 맥주도 곁들이고......
혹시나 낮에도 처녀귀신이라도 올까 싶어
괴기접시에 젓가락도 올려 꼬셔보고......
마님께서 같이 일하겠다고 오신다는 것을
극구 말리던 이유라고나 할까요?
ㅍㅎㅎㅎ 지금쯤 열심히 일하는줄 알고 있겄지~
먹고죽은 귀신 때깔도 좋다고 했으니......
실컷 먹고 튀어나온 배를 두드려가며
계란 꺼내다가 참기름 한방울 떨궈 원샷하고
며칠전 선물받은 장뇌삼도 한뿌리 씹어먹고......
죙일 탱자탱자 하다가......
농장에서 내려오는길에
비 흠뻑 맞으며 표고밭에 들러 물버섯 한봉지 따다 주었더니......
마님께서 친히 수건으로 물기 닦아주며 너무 고생했다고......
기분이 참 좋기는 한데......
근데 왜 이렇게 뒤가 캥기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