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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제 목 : 해파리무침의 나날들~

| 조회수 : 9,558 | 추천수 : 12
작성일 : 2016-02-16 01:26:58

마치 악몽과도 같았던 지난 한달~

태어나서 이렇게 마음고생을 해보는 것이 몇차례 안되었던 것 같습니다.


밤은 길고 ~

춥고 긴 겨울밤 못지않게 뱃속도 춥고......


비상식량으로 챙겨둔 삼겹살과 김치를 김치냉장고에서 꺼내오며

야~ 삼겹살 구워먹을 사람~


두녀석이 침대에서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며 환호성을 지릅니다.


아주 딱~  고기굽기 좋을 정도로 남은 화목보일러의 잔불에 삼겹살 구워 소주한잔 걸치는데

제비새끼들 입벌리듯 하는 녀석들 입에 넣어주다보니......


얼레?  술안주도 모자라는 형국......ㅠㅠ




갑작스레 찾아온 추위에 내린 눈~

집 앞마당 뒷마당 눈치우는 것도 버거운데......


농장 진입로 300미터에다가 화목하러 다니는 작업로가 200미터~


눈삽이나 넉가래로는 감당할 수가 없어

고성능분무기로 눈을 바람으로 불어내어 치워냈더니 이틀만에 또 눈~~~

다시 또 치우고는 몸살......




갑작스러운 강추위에 화목보일러의 온수배관마저 얼어 붙었습니다.

싱크대에도 세면대에도 온수가 나오질 않으니......


헤어드라이어로 얼음을 녹이고 동파방지열선을 감고나니

손발은 얼음짱~


그래도 이때까지는 봄날이었는데......


농장에 올라가 아내와 화목을 하던 어느 오후에

아내에게 느닷없이 걸려온 막내처형의 전화~


'오빠가 죽었대~'


아내는 멍하니 서서 눈물만 흘리고

저는 무언가로 뒤통수를 얻어 맞은 듯 몸을 가눌 수가 없었습니다.


처남이기 이전에 동창이고 친구고......

게다가 이제 쉰 두살을 목전에 둔 나이인데......


비록 UDT에서 탈영을 해서 골치를 썩이긴 했어도

그래도 해병특수수색대를 나온 강건한 녀석인데~

건강에 문제가 없던 몇해 전까지만 해도 잠수해서 용접을 하고 침몰선 인양작업을 하던 놈인데......




그렇게 처남을 묻고 돌아와 밀린 일들을 하느라 허덕이던 와중에

또다시 막내처형의 전화가 왔습니다.


처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처남녀석 죽은지 열 하루만에......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할머님의 연세가 올해 104세~

그래도 슬픔을 잊을 만한 사유는 되질 않는가 봅니다.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아내와 아이들을 먼저 올려 보내고 혼자 남았던 저녁~

아침에 일어나보니 소주 두병에 맥주 두병째까지는 기억을 하는데......

대체 맥주 한병은 누가 마신거여~?




세상사 어찌 돌아가던 달구들은 그저 무심한 것인지 그런척 하는 것인지 초연한 모습입니다.

혼자 지붕에 올라가 일광욕을 하는 놈도 있네요.

빤쓰나 제대로 챙겨입던지 하지 못하고......




인천을 오르내리며 닭밥 챙겨주고 장례식장으로 향하기를 몇차례~

할머님의 발인에 참석하는 것을 포기하고 농장에서 집으로 내려 오려는데......


아침부터 굶고 다된 저녁에 생각나는 것은

그저 아무거라도 뱃속에 집어 넣고 뜨끈한 방에서 지지고 뒤집어 지고 싶은......


3키로 남짓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허기에 차서 떨리는 손으로 치킨집에 전화하기를

아무거나 안주거리에 생맥주 네개에 소주 두개~




할머님보다 처남의 머언 산토끼행각으로 충격이 크신 장인장모님덕에 친정행이 잦았던 마님께서

어느날 마음을 다잡고 차려주신 김치콩비지찌개는 어찌나 맛이 환상적인지......

오이지에 들깻잎장아찌에 제가 좋아하는 순무김치에 소주를 정신없이 들이 붓기도 했었고......


 

모처럼 달큰한 속서리태가 들어간 밥에 초장에 찍어 먹는 미역줄기에

남은 고등어조림의 국물에 밥비벼 흡입하다가 아이들에게 죄다 뺏기기도 하고......




보름남짓 굶주림에 지친 당쇠를 위해 마님이 구운계란을 하사해 주시기도 했고......




그에따른 보은의 의미로 폐목재를 다듬어 주방에 쓸 선반장을 짜다가

갑자기 정말이지 거의 순간적으로 몰아친 한파에 대에충 막~ 짜서 넣기도 하고......




거의 정신줄 살짝 나간듯한 마님께서 퇴근을 하며 닭장문을 제대로 잠그지 못한 바람에

달구들 대참사가 일어나 죙일 개고생하고는


그 정신줄 다시 붙들어 매지 못하시고 김치찌개에 닭볶음탕에

친히 시장가셔서 열무김치까지 담가 올리셨음에도


압력밥솥에 밥을 올리시고 가스불 켜는 것을 깜박하셔서

찬밥덩이 찌개국물에 말아먹기도 했는가 하면......




모처럼 새우소금구이를 했는데......

대체 출처가 어디인지 선도 제로에 가까운 새우가 껍질까기조차 버거워

딸래미와 대충 먹는 척 하고는 갈치구이로 돌아서기도 했고......




마님 기분좀 바뀌실까~ 김치냉장고 위로 작은 선반도 만들어 드렸음에도

한번 빠진 정신낫자루는 돌아올 기미가 별로 없더라구요. ㅠㅠ




그래도 할 일은 해야 하는 법~

보일러에 땔 화목을 해서 집으로 돌아오면 아이들이 아빠~ 를 외치며 튀어 나옵니다.

그 와중에도 딸래미가 잊지 않는 것은 캔맥주 하나 혹은 맥주 한잔~


아빠 힘들까봐 차에서 화목 내리는 것을 돕는 아이들~

시골 촌뜨기 아이들에게는 화목을 날라다가 가지런히 쌓는 것도 일종의 놀이입니다.


저는 굵은 통나무들을 쪼개 한켠에 따로 쌓고...... 




그래도 이번 설명절을 지내며 아내도 저도 마음이 다시 서는 모양입니다.

장인장모님도 그렇고 처형들도 그렇고......


아내가 설명절 친정에 다녀오며 가져온 벌벌이묵~

박대껍질을 푹 고아서 만드는 것인데 제 처가에서는 설날에 꼭 먹어야 하는 음식입니다.

만드는 과정이 정말 힘든 일이라 이번에는 다른 분이 만드신 것을 사왔다고 하네요.


벌벌이묵에 코다리에 소주한잔 들이키며 드는 생각이

아~  이거 죽은 처남놈이 진짜 좋아하는 건데~  이자식이 코다리도 무척 좋아했는데......


개복숭아술을 담근 항아리를 열어 한잔 퍼내면서 드는 생각이

아~ 이거 그자식 준다고 하고 깜박했었네...... ㅠㅠ






2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알콩콩이
    '16.2.16 2:45 AM

    어째 한동안 안 보이신다 했더니 그런 힘든 일들이 연속으로 있으셨군요. 사진과 글을 보니 잘 이겨내고 있으신것 같네요. 항상 농부님의 가식없는 게시물 보고 힘얻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아픔을 덤덤하게 잘 풀어내고 있으신걸 보니 인생의 내공이 느껴지네요. 부디항상 힘내세요.

  • 게으른농부
    '16.2.17 9:56 AM

    예~ 쬐께 가슴아픈 일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지 팔자려니 하지만 그래도 아직 맘이 좀...... ^ ^

  • 2. 코렐접시1
    '16.2.16 2:46 AM

    첫댓글이네요. 한동안 글이 안 올라와서 궁금했는데 정말 많은 일이 있으셨군요. 저희집도 얼마전 소중한 분을 보내어 정신이 없네요. 그냥저냥 잘 지내는 것 같다가도 멍 때리게 되고, 예전 생각나고, 그립고 그렇네요.

    몸도 마음도 추운 겨울 보내시느라 고생 많습니다. 조금만 더 지나면 이제 곧 따뜻한 봄날이 오겠지요? 그때까지 건강히 잘 지내시고 종종 안부 부탁드려요. 눈으로나마 밥상 받은 것 같고, 자연에서 지내는 것 같은 경험이 참 고맙습니다.

  • 게으른농부
    '16.2.17 9:58 AM

    에구~ 누가......
    부모님과 형님들을 보내고 난 뒤로 내성이 생겼다 싶었는데
    그래도 이별의 슬픔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가봐요.

    앞으로는 부지런히 먹고 부지런히 글 올리겠습니다. ^ ^

  • 3. 고독은 나의 힘
    '16.2.16 6:09 AM

    아이고... 아직 한창때이신 분께서 돌아가셧다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집안 큰일 치루시랴.. 달구들 밥 까지 챙기시랴.. 이 혹한에 고생 많으셨습니다.
    부디 사모님이랑 농부님이랑 어서 몸과 마음의 기운 차리시길 바랄게요...

  • 게으른농부
    '16.2.17 9:59 AM

    그러게요. 아직 한창인데......
    처가쪽에서는 아내가 태어난 이후로 처음 겪는 큰일들이라 저보다 충격이 컸던 것 같습니다.
    뭐~ 시간이 가면 아픔도 잊혀지겠죠? ^ ^

  • 4. 소년공원
    '16.2.16 11:39 AM

    몸 고생 마음 고생이 많으셨네요.
    얼른 회복하시고 마음에 안정도 찾으시기를 바랍니다.
    이젠 그만 춥고 따뜻한 봄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 게으른농부
    '16.2.17 10:00 AM

    한마디로 개고생 했습니다. ^ ^
    정말 봄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 5. hangbok
    '16.2.16 6:05 PM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많이 힘드신 때네요. 시간이 해결 해 주겠지만, 힘내세요!!! 아이들이 그래도 아빠를 많이 챙겨 주니까요. 빨리 겨울이 끝나고 봄이 와야 할 텐데...하지만, 우리의 의지와 상관 없이 겨울은 좀 더 있을 거고, 또 그래서, 봄은 오는 거니까요. 멀리서 힘내시라고 응원 할 뿐입니다. 화이팅!!!

  • 게으른농부
    '16.2.17 10:01 AM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하면 아픔을 잊게 되는 것 같아요.
    힘든 겨울이 있어야 봄이 더 아름답겠죠? 감사합니다. ^ ^

  • 6. 시간여행
    '16.2.16 11:54 PM

    애고....우째요 ㅠㅠ
    많이 힘드셨겠어요...뭐라고 위로를 드려야 할지....

    그래도 아이들이 아빠를 도와주는 모습이 대견합니다.
    산 사람은 현실에 충실하면서 오늘 하루 이렇게 또 지나갑니다...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네요.

  • 게으른농부
    '16.2.17 10:03 AM

    그러게요. 속절없이 시간만 흘러가는 듯......
    그저 아이들 덕분에 잊고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올겨울은 유난히 봄이 더 그리워 지네요. ^ ^

  • 7. 후레쉬민트
    '16.2.17 12:10 AM

    추위때문에 힘드신가 했더니.....
    빨리 몸의 추위 마음의 추위가 가시고
    즐겁게 술 드시는 날이 오기를

  • 게으른농부
    '16.2.17 10:04 AM

    오늘부터 날이 풀린다 하니
    몸과 마음 따뜻하게 챙기고 즐거운 마음으로 술 한잔 하겠습니다. ^ ^

  • 8. 변인주
    '16.2.17 2:30 AM

    늘 유머를 잊지 않으시는 님에겐 격려를
    아내분에겐 심심한 조의를 표합니다.

  • 게으른농부
    '16.2.17 10:05 AM

    감사합니다. 저보다 집사람이 몹시 충격이 컸던 모양이예요.
    다시 마음 다잡고 열심히 살겠습니다. ^ ^

  • 9. 예쁜꽃님
    '16.2.17 2:32 AM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늘 건강한 삶을 보는듯 합니다

  • 게으른농부
    '16.2.17 10:17 AM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술 좀 덜 먹고 건강하게
    먼저 간 처남녀석의 몫까지 챙겨가며 살겠습니다. ^ ^

  • 10. 솔이엄마
    '16.2.18 7:34 PM

    게으른 농부님, 지금쯤 아내분과 농부님의 마음이 조금 괜찮아지셨는지요...
    오빠를 잃은 마음, 친구를 잃은 마음... 가늠하기 어려운 슬픔이겠죠.
    두분, 힘내시기 바래요. 그리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농부님의 소식을 기다렸어요. 힘내시고 건강하세요!!!!

  • 게으른농부
    '16.2.26 5:37 PM

    마누라는 오늘 오빠 49제라 친정에 갔답니다. 덕분에 많이 좋아졌고요.
    앞으로 더 기운 팍팍 내면서 살아가겠습니다. ^ ^

  • 11. willow tree
    '16.6.16 8:56 AM

    그 간 많은 일들이 있으셨네요. 처형님께서 젊으신 나이에 돌아가셨네요. 우리 나이가 하늘에 가까운 나이가 되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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