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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제 목 : 몰래 야식을~

| 조회수 : 6,521 | 추천수 : 9
작성일 : 2016-03-01 09:26:15

동지가 지난지 오래지만 그래도 아직은 긴 밤~

게다가 작은 녀석이 통째로 마누라를 끼고 자는 바람에 가슴시리도록 긴 밤~


그리고 그 시린가슴보다 더 슬퍼지는 배고픔~

이를 극복할 단 하나의 방법은 무언가를 먹어 주는 것~





일단 화목보일러의 불 상태를 살펴 봅니다.

ㅋ~  고기굽기 딱~ 좋은 상태입니다.




모두들 잠들었겠다~

슬그머니 목살을 꺼내 손질을 합니다.




뭐~  손질이라야 썰어서 소금이랑 후추 뿌리는 것 외에는......

아이들과 같이 구워 먹을 때는 후추를 싫어할까봐 뿌리지 못했는데

혼자 먹을 것이니 맘놓고 팍팍 뿌려 보았습니다.




그렇게 목삼겹 한접시에 김장김치 쬐끔~  그리고 소주 한병이면 준비 끝~




거기에 한가지 더~

복장을 갖춰야 합니다.


추위에 떨지 말아야 하니 따뜻하게 껴입고

모자 쓰고 마빡에 헤드랜턴 뒤집어 쓰면 출동준비 완료~


보일러실의 불을 켜면 딸아이의 방에 불빛이 비춰지기 때문에

혼자 몰래 구워 먹으려면 헤드랜턴이 필수~


저 바지는 농장 아랫집 아주머님이 시장에서 세개를 사서 나눠 준 것인데

세집의 남자 셋이 하는 꼬라지가 다 멍청하다~ 해서

모임이 있으면 꼭 저 바지를 입고 멍청함을 뽐내야?  하는......




(세 집의 남정네들 꼬라지가 다 이모냥~ㅠㅠ)



아주 유유히~

느릿느릿 느림의 삶을 실천해가며 고기를 굽습니다.

천천히 익힐수록 맛있는 것이 고기나 사람이나......




아주 제대로 제 입맛대로 잘 익혀서 소주 한잔 털어넣고 고기 한점 집어 먹고......

그렇게 혼자만의 야식을 몰래 즐기는 참인데~~~




하여간 귀신같은 것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쫒아 나와 자리를 잡네요. ㅠㅠ

분명히 자고 있는 것을 확인했는데......


후추가 들어가서 애들이 싫어할 줄 알았더니

더 맛있다고 ......




애들 뒤에서 유령처럼 나타난 옆집여편네 하는 소리가~

너 혼자 몰래 먹다가 걸렸으니 애들 먹을 것까지 책임져라~~~


남은 목삼겹 다시 손질하고......



이렇게 한그릇 분량이 나왔네요.

이만하면 이시간에 충분히 먹고도 남겠지~~~




소주 한잔 털어 넣을 시간도 없이 열라~  굽습니다.

옆에서는 제비새끼들 입벌리고 깍깍대고......




그리고는 아주~  정말이지 아주~ 간신히~

아이들에게 통사정을 해서 소주 한병 비웠네요.

마지막 잔에는 안주가 없어 실뽀무라지 같은 김치 한쪽을 마무리~~~



아들 배 두드리며 만포고복의 합창을 울리며 집안으로 들어가는 가운데

당쇠는 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


불을 더 지펴서 다음날 아침까지 따뜻함을 유지해야 할 의무~


뭘 먹긴 먹은 것 같은데 사라지지 않는  헛헛함......ㅠㅠ



................................................



요즘은 틈나는 대로 아내와 닭장의 닭똥을 긁어 내서

올해 농사에 사용할 거름을 준비하는 중입니다.


닭들이 먹은 것은 계란이 되어 우리 가계에 보탬이 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렇게 거름이 되어 농사에 쓰이고

그렇게 지은 농사의 수확물은 다시 우리 가족과 닭들의 먹이가 됩니다.

일명 자연순환농업~



시골길을 가다보면 축사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를 맡은 기억들이 있으실텐데

닭들에게 올바른 먹이를 먹이면 닭똥에서도 그다지 냄새가 없습니다.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가축에게 먹이면

아마 미생물들도 그것을 분해하기가 어려워서 그런 모양입니다.


제 양계방식으로는 닭장에서 닭똥을 구하기가 어려워

일부러 횟대 밑의 바닥관리를 하지 않고 닭똥을 모아 거름으로 사용하는데

맨 윗부분의 딱딱한 층을 걷어내고 나면

그 아래부분은 흙과 왕겨 풀 같은 것들이 서로 섞여 발효가 된

아주 부드럽고 구수한 냄새가 나는 층이 나타납니다.


자랑질이지만 실제로 이런 거름은 우리나라에서 거의 구할 수가 없습니다.

유기농을 한다는 분들이 쓰는 축분들도 모두 오염이 되어

(항생제. 호르몬제, GMO, 각종 합성화학물질......)

유기농을 하는 분들의 땅마저 오염이 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거든요.


선진국들도 거의 마찬가지의 상황입니다.

우리보다 조금 나을 뿐......


소비자들은 이걸 의식해야 합니다.

농업은 공업이 아닙니다.

대량으로 생산할 수는 있지만

소량으로 생산하는 소농들만큼의 가치있는 것을 생산할 수는 없다는 점~


어느 연구결과에 따르면

1914년에 생산된 사과에 들어 있는 철분의 함유량은

1992년에 생산된 사과 26개의 함유량과 맞먹는다고 합니다.

대량생산으로 더 맛있고 더 보기좋고 더 값싸게 먹을 수는 있지만

그만큼 사과의 질은 현저히 떨어졌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죽은 땅을 다시 미생물들이 활동하는 살아 있는 토양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얼마의 시간을 되돌려야 할 지 가늠할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흙과 자연과 함께 사람도 병들어 가는 것이죠.


보다 적게 보다 올바르게 소비하는 지혜가 요구되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게으른농부 (travel67)

충남 공주 정안면에서 자연농업을 배우고 있는 초짜농부입니다.

2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고독은 나의 힘
    '16.3.1 9:37 AM

    이야~~ 오늘도 역시 게으른 농부님께 한수 깨달음을 얻고 갑니다.
    제가 있는 이곳 미국은 대량생산의 선진국?이지요... 뭐 워낙 땅덩어리가 넓으니 그렇게 진화할수 밖에 없었다고 하고..
    그래서 그런지.. 과일 하나를 사먹어도.. 한국에서 먹던 그 쨍~한 맛이 안나요.. 그게 바로 농부의 한번 한번의 손길이 닿은 바로 그 맛일텐데... 사람 눈길.. 손 한번을 거치지 않고 모두 기계로만 수확되었으니 그러는게 당연하겠죠..

    그나저나 맛있는거 먹을때 자식새끼들이 옆에서 입벌리고 앉아있는 그 심정.. 저도 이제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진짜 혼자 오롯이 다 즐기고 싶은데 세살짜리 아들놈이 옆에와서 입벌리고 있을때 정말 밉더라구요..ㅠㅠ

  • 게으른농부
    '16.3.8 10:07 AM

    대량생산으로 싸게 풍족하게 먹을 수는 있게 되었지만
    옛날처럼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는 대부분 사라져 버렸죠.
    전세계적으로 가장 건강에 나쁜 것이 미국식 식단이라고도 하잖아요?

    우리도 다시 소농들이 늘어나고 다양한 작부체계로 돌아서야 농약, 비료, 공장사료 없이
    진짜 농업을 할 수 있을텐데 정부정책은 반대로 가고 있어 안타까워요. ㅠㅠ

  • 2. 시간여행
    '16.3.1 11:09 AM

    숨기려고 해도 숨길수 없는 삼겹살의 꼬수한 냄새죠 ㅋㅋㅋ
    소농들이 살아야 건강한 먹거리가 많아지는데...
    항상 좋은 내용 감사드립니다^^

  • 게으른농부
    '16.3.8 10:08 AM

    가급적 육식을 않으려 하는데
    그래도 삼겹살의 유혹을 떨쳐내기에는 ...... ^ ^

  • 3. 발상의 전환
    '16.3.1 12:28 PM

    아아아... 이것은 염장...
    얼굴인증을 잊게 만드는 강력한 염장...
    숯불과 목살의 조합을 찰떡궁합입니다.ㅠㅠ

  • 게으른농부
    '16.3.8 10:08 AM

    진짜 맛있어요~~~ ^ ^

  • 4. 스토리텔러
    '16.3.1 12:30 PM

    ㅋㅋㅋ
    게으르신 분 글 읽고 사진 볼 때마다
    무슨 시트콤을 보는 것 같아서....

  • 게으른농부
    '16.3.8 10:09 AM

    ㅎㅎㅎ 아이들도 고기를 좋아해서 몰래 먹기가 쉽지 않네요.
    그래도 온가족이 같이 먹어야 더 맛있더라구요. ^ ^

  • 5. 스콜
    '16.3.1 1:28 PM

    ㅎㅎㅎㅎ개코들이군요~~! ㅎㅎㅎ
    힘든 농사일 하시면 잘 드셔야죠..^^

    항상 농부님 글 넘나 잘 보고 있습니다...^^
    계속 글 자주 부탁 드리고 농장도 잘 되시길 바랍니다...

  • 게으른농부
    '16.3.8 10:10 AM

    곤히 잠들었을줄 알았는데 제 판단착오였나봐요. ㅋㅋㅋ

  • 6. hangbok
    '16.3.1 1:56 PM

    화이팅!!!

    1. 헛헛함 보다는 뿌듯함 맞죠? 근데, 그 활활 타오르는 불에 구워 먹으면 진자 맛있을 것 같아요.

    2. 정말 농부님 같은 분들이 더 많은 세상이 되기를!!! 유기농법으로만 농사 했으면 좋겠어요. 우리도 좋고 지구도 좋고...또 그래서 농부님들도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게끔.... 안 될까요? 여튼, 무조건 화이팅이고 응원 합니다!!!!

  • 게으른농부
    '16.3.8 10:12 AM

    시골살이를 하면서 좀 나아진 것이 치킨이나 피자같은 것은 거의 못먹게 되고
    그나마 삼겹살같은 것을 먹게 된 점이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아무때고 화목보일러에 고기며 생선 구워 소주한잔 할 수 있는...... ^ ^

  • 7. 프리스카
    '16.3.1 2:22 PM

    우리 그이도 그바지 잘입어요.
    일하기 편하다고...
    우리는 둘만 사는데 그렇게 제비처럼 입벌리며
    열심히 먹을 때가 다 그립네요.

  • 게으른농부
    '16.3.8 10:13 AM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면
    언젠가 이녀석들도 짝을 찾아 우리곁을 떠나겠지 싶은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럴때마다 웬지 울적한 기분이...... ^ ^

  • 8. 향기목
    '16.3.1 2:48 PM

    농부님 참으로 존경 스러워요 .
    4계절 농사 지으면서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 깊이 본받고 있어요.
    유머 감각이 너무 좋으셔서 윗님 말대로 시트콤 보는것 같아요 ㅎㅎㅎㅎ 포스팅 감사합니다 .

  • 게으른농부
    '16.3.8 10:17 AM

    허걱~ 존경이라뇨~ 과분한 말씀이세요.
    시간 나는대로 열심히 포스팅하겠습니다. ^ ^

  • 9. 열무김치
    '16.3.1 6:27 PM

    그 바지 여기도 한 벌 필요하지 말입니다.


    고기 굽는 냄새는 자는 애들도 깨우는군요 ㅋㅋ

  • 게으른농부
    '16.3.8 10:18 AM

    헉~ 그 바지는 얼치기들이나 입으라는 것인디유~? ^ ^

  • 10. 솔이엄마
    '16.3.1 9:22 PM

    ㅎㅎㅎ 그 바지 저희 남편도 입고 있어요.
    안에 기모가 들어가서 그렇게 따뜻할수가 없대요~^^
    저희집도 술 좀 마시려면 아이들이 술안주를 다먹어버려서
    항상 술만 남아요~^^
    날씬하신 농부님 부러워요~^^

  • 게으른농부
    '16.3.8 10:24 AM

    ㅎㅎㅎ 그러면 남편분도 얼치기그룹에 합류하셔야...... ㅋㅋㅋ
    그래도 아이들이 옆에서 재잘대야 더 맛있고 먹는 맛이 나는 것 같아요. ^ ^

  • 11. 루덴스
    '16.3.2 12:43 AM

    자는 사이 숯불에 목살 굽는 냄새로 깨우시다니.... 고단수입니다..ㅋ

  • 게으른농부
    '16.3.8 10:25 AM

    이녀석들이 방학때라 지 엄마가 피곤해서 먼저 잠들어 버리면
    이불 뒤집어 쓰고 휴대폰게임을 하고 하는 바람에...... ^ ^

  • 12. willow tree
    '16.6.16 8:36 AM

    오랫만에 들어와 게으른 농부님 이름을 잊어버려 겨우 글을 찿았네요. 아직도 글을 올려주시니 넘 반갑네요. 고기가 참 맛나보이네요. 저도 마당이 좀 생겼는데 배워서 상추라도 심어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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