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새벽 다섯시 반......
날이 밝는 여섯시안에 농장에 도착하려면
최소한 출발해야 하는 시간에......
식구들 잠깰까 싶어
몰래 발걸음을 옮기는 와중에 들려오는 나지막한 음성......
"이따가 아침 싸갈게. 먼저가......"
그 말을 굳게 믿었기에
우리의 사랑을 그토록 맹신했기에
아~무런 생각없이 그러려니 했건만......
아침 아홉시......
아홉시 반......
여얼시......
그러니께
집에서 출발한지 다섯시간이 넘었는데도
아침가져온다던 그 음침한 육성이 허공에 흩날리는 순간......
닭들 밥이며 풀까지 깔끔하게 먹이고
심지어는 토끼밥까정 다 챙겨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침을 싸온다던 그 굳은 맹세는 물건너가버린.....
아~ 이 허무한 사랑의 맹세....... 그 공허함......
그랴~ 넌 애들하고 배부르게 아침 다 처먹고
룰루할라하며 오는 중이겠지......
당장 배는 고픈데
밥싸온다고 했는데 밥을 해먹었다가 줘 맞을까 두렵고
일단 캔맥주 하나......
마시다보니 간이 부어오릅니다.
이노무 마누라가......
캔맥주 두울......
이 망할노무 여펀네가......
에라이~
냉장고문을 열어 괴기와 신김치를 들고
문을 박차고 들어가
아주 과감하게 후라이팬에 들이 부었습니다.
김치찌개도 아니고 ......
밥솥뚜껑을 열어보니......
에구머니나~ 밥도 없네요.
너~ 이씨~~ 주겄어~
오기만 해봐라~
하던 일 다 때려치울 기세로 소주를 들이키는 와중에
생글생글 웃으며 득의양양하게 방문을 열어제끼는 여편네를 향해
"야~ 너 지금 저녁먹으러 왔냐?"
"......"
그래~ 네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지. ㅍㅎㅎㅎ
크허~ 모처럼 폼잡으며 큰소리 한번더......
"야~ 진짜 이따구로 할거야~"
그런데......
"야~ 난 뭐 놀다가 오는 줄 아냐?
**이 학교보내고 ** 어린이집 보내고
오늘 재활용품 내놓는 날에 그거 내놓고
당신 공구사는거 빨리 입금시키래서 은행들렀다가
장갑사오래서 철물점 들렀다가
막걸리랑 캔맥주 사오라며?"
얼레? 눈에서 불을 뿜겠네......
엥? 그러고보니 애들이 않보이는게......
가만...... 오늘이 일요일이 아니었나?
에휴~ 지기럴노무 팔자같으니라구......
오늘 또 죽었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