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쿡의 그 다양하고 신기에 가까운 레시피에 불구하고
(어떤때는 그런 요리를 하는 분들을 아내로 두신 남편분들이 너무 부럽습니다)
저희 마님은 거의 비슷비슷한 밥상을 고수하시는 중입니다.
그리고 82에서도 투박한 시골밥상외에는 음식이라고 여기지를 않으시는
그 초지일변의 쇠심줄같은 고집까지......
"원래 조리과정이 복잡하지 않아야 건강한 음식이야~"
그 말씀에 절대복종을 자처하며 "아~ 예~~~"
그저 입안에 꾸역꾸역 처넣기는 하지만
그래도 맨날 그 국에 그 나물뿐인 밥상은 질리지가 않습니다.
하긴 제 나이도 낼모레면 오십인데
무뇌아의 뇌도 이쯤되면 철이 들만도 합니다.
나이 몇살 더 먹은 어느날 아침에 눈떴다고 줘 터지는 불상사를 예방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손바닥에 탄내가 나도록 비벼야 하니......
(직장생활하면서 이랬으면 벌써 전무달고 ...... 그럼 명퇴만 남았을라나요? ^ ^)
어쨌거나 그 이름도 거룩하신 마님의 세뇌덕분에
먹거리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일하다가 배가고프거나 혹은 갈증이 난다면
쪼르르 밭에 달려가 토마토 하나 베어물고
혹은 오이 하나 깨물어 먹고......
달구들 간식을 주면서도 한입 먹어보면서
아~ 요정도면 얘들이 좋아하겠구나 싶은 마음도 들고......
(이따금은 달구들 먹일 풀들이며 쑥을 입에 넣고 씹어보기도 합니다.
껌대신...... ^ ^)
어쨌거나
마누라 눈치봐가며 아후~ 너무 맛있다 를 연발해가며 밥을 넘겨야 하는 입장이지만
그래도 재밌는 것은
어느 유명한 한정식집의 밥상도 서너번이면 질리지만
마누라표 밥상은 십여년이 지난 지금도 절대 질리지 않는다는 거......
아마 그게 그런 모양입니다.
아내의 밥상이 우리 장모님과 엄니의 밥상이고 우리 할머니의 밥상이고
내 몸을 이루는 세포들이 시공을 뛰어넘어 원하는
그 아주 오래된 ......
내 몸이 원하는 밥상인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