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입맛 안돌 때, 엄마가 찬밥에 김치 총총 썰고, 계란 말이만 하나 넣어서 두둑하니
싸 주시던 김치김밥이 어찌나 맛있던지! 안 썰고 입으로 베어 먹는 그 맛이 또 별미지요.

어깨 너머로 봐왔던 엄마의 김치 김밥을 만들어 봤어요.
남편이 진짜 넘어 가더군요. ㅎㅎ
제가 김밥을 자주 마는 편인데, 제가 만든 김밥들 중 최고랍니다.
김치 김밥의 키포인트는요, 재료를 너무 많이 넣지 말아야 김치의 맛을 살릴 수 있다는 거죠.
이것저것 맛이 섞이면 김치 맛이 많이 안나요.
그렇게, 간단하게 맛낼 수 있다는 것이 김치 김밥의 장점이기도 하죠.
뭐 레서피라고 할 것도 없지만... ^^; 엄마의 비법을 적어 보면요.
1. 다시마를 씻어 넣어 밥을 한다. (전 약간 질게 해요. 김밥 할때 밥을 너무 고슬고슬하게
지으면 밥알 모양은 살아서 좋은데, 많이 먹으면 목이 매더라구요.)
2. 김치를 물에 대충 씻어 물기를 꼭 자고 총총 채를 썰어, 참기름+설탕을 골고루 버무린다.
3. 계란말이를 넓적하게 부친다. (두툼해야 맛있어요.)
4. 햄을 길게 잘라서 볶거나, 게맛살을 길게 잘라 놓는다. (햄 대신 베이컨 넣어도 되구요,
엄마표는 게맛살이 안들어가요. 전 그냥 쬐금 색깔 나라고 넣었답니다.)
5. 밥이 다 되면 참기름과 깨를 넣어 부채로 부쳐 가며 골고루 식혀 줍니다.
(찬밥으로 해도 아주 훌륭하지요.)
자, 이렇게 김치, 계란, 햄... 세가지면 맛있는 김치 김밥이 탄생합니다~!
재료의 가짓수가 적은 만큼 재료는 많이 많이 넣어주는 게 좋아요.

짜잔~ 완성된 김치 김밥을 땡겨 보았어요~
참, 김밥 말때 단단하게 말 수 있는 방법 하나 알려 드릴게요. 다 아시는 거겠지만.. ^^;
김밥 재료를 놓을 때요, 부드러운 건 안쪽(내 몸 쪽), 단단한 건 겉 쪽에 놓고,
김말이를 말면서 손끝으로 단단한 재료들을 꾹꾹 눌러 주면서 부드러운 재료들 사정 봐주지
않고 말면 단단하게 말려요.
부드러운 게 바깥쪽에 있으면 꾹꾹 누를 때 힘이 많이 안가서 느슨하게 말리거든요.
엄마가 알려주신 건데, 그땐 뭔 말인지 잘 모르겠더니 많이 해보니까 알겠더군요. ^^;

보너스로 김밥의 엑기스, 꼬투리 샷~!
꼬투리를 보니, 제가 계란말이를 얼마나 두툼하게 했는지 아시겠죠? ^^;
소금 간을 한 계란물을 얇게 서너번 씩 부친 건데, 김밥 3개 마는데, 계란이 4~5개 들어가요.
어제 남편 반응이 넘넘 좋길래,(김치만 많이 넣으면 특별한 솜씨 없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게 김치 김밥이에요. 막 지은 밥에 스팸 하나, 김치 쪼가리만 얹어서 김에 싸먹어도 을매나~
맛있냐구요. ^^) 오늘도 잔뜩 말아서, 남편 점심 저녁으로 먹으라 그러고, 회사에도 싸오려고
어제 밤에 준비 해놨는데... 늦잠 자는 바람에 재료만 썰어 놓고 그냥 왔네요. ㅎㅎ
마음이 게으름을 못 따라가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