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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피자와 스튜와 티비 보며 먹는 야식 이야기

| 조회수 : 3,849 | 추천수 : 4
작성일 : 2025-06-05 11:02:29

키친토크 게시판을 열심히 달궈 주시는 여러 님들에게 응원을 보내며 저도 마침내 음식 사진을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지난 번에 말씀드렸던 중고 가게에서 산 요리책으로 날마다 새로운 요리를 만들고 있어요.

어떤 날은 대성공, 어떤 날은 대실패...

그러나 저는 실패를 부끄러워 하지 않아요. 실패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을 배우는 좋은 기회니까요.

예를 들면 이런 거...

ㅠ.ㅠ

 

 

생강이 들어가서 오리엔탈 느낌 나는 쇠고기 스튜였어요.

모든 재료를 이렇게 꺼내놓고 사진 한 판 거하게 찍은 다음 요리를 시작했어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국물 요리는 그저 다 때려넣고 푹푹 끓이는 것이 조리법이죠.

 

 

당근, 벨페퍼, 브로콜리는 넣지 말고 다른 재료만 먼저 약한 불에 한 시간 정도 고기가 부드럽게 익을 때까지 끓입니다. 저 국물에는 특별히 화이트 와인도 들어갔습니다. 원래 레서피는 드라이 셰리를 넣으라고 하는데, 마트 술코너에서 어떤 게 셰리주 인지도 모르겠고, 그런 걸 파는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해서 챗지피티한테 물어보고 화이트 와인을 대신 사서 넣었습니다.

 

 

고기가 잘 익었으면 나머지 채소를 넣고 한소끔 더 끓이고 전분 물을 넣고 불을 끄면 완성입니다.

 

 

제 눈에는 색깔도 좋고 제 코에는 냄새도 좋고 심지어 제 입에는 맛도 좋았어요.

하지만...

 

서양식 고기국물 요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남편은 아예 먹지도 않았고, 둘리양은 맛보라고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어주니 오만상을 찌푸리며 달아났어요.

코난군에게는 별점을 매겨 보라고 했어요.

별 한 개는 "두번 다시 이 요리는 하지 말아주세요"

별 세 개는 "수고하셨습니다. 그럭저럭 먹을만하군요"

별 다섯 개는 "다음에 또 만들어 주세요. 오늘도 두 그릇 먹을께요"

별 두 개와 네 개는 각기 중간쯤 된다고, 별 반 개는 없다고, 설명했더니 참으로 너그럽게 별 세 개를 줍디다.

아마도 큼직한 고기 덩어리 덕분이었을 겁니다.

 

이번 실패에서 배운 교훈:

쇠고기국은 무조건 얼큰하게 한국식으로!

 

 

 

 

 

그래도 다음 날 만들었던 바베큐 치킨 피자는 대성공이었어요 :-)

 

 

이번에도 모든 재료를 늘어놓고 사진부터 찍기!

피자 도우는 간편하게 시판 가루를 사다가 반죽했어요.

밀가루와 이스트와 물의 비율을 잘 맞추기 까다로워서 말이죠.

 

아니, 그런데 요리책의 글씨는 왜이리 작게 써놓았단 말입니까?

이래서 저는 부엌 서랍에 돋보기 안경을 항상 넣어 두고 있어요.

돋보기를 쓰는 순간 환~ 하게 시야가 열리는 느낌이 참 좋아요.

역시 사람은 문명의 이기를 누려야 하나봐요.

 

 

피자 도우나 기타 발효가 필요한 반죽은 저는 전자렌지를 활용해요.

물 한 컵 넣고 1분 돌려서 전자렌지 실내를 따뜻하게 만든 다음 발효할 반죽을 넣고 문을 닫아놓으면 온도가 기가 막히게 보존이 잘 되어서 발효가 잘 되더군요.

 

 

반죽이 발효되기를 기다리면서 닭고기를 후라이팬에 구웠어요.

올리브유나 식용유에 살짝만 익히라고 요리책에 써있었습니다.

이 닭고기 안심은 아트 선생님이 나눠주신 건데 정말 신선하고 좋은 제품이어서 결과가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다 구운 닭고기는 냉장고에 넣어서 식히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또 잠시 기다리면서 양파와 실란트로를 잘게 썰어주었습니다.

저희집 마당에 작년에 심었던 실란트로가 스스로 씨를 뿌려서 올봄에는 저혼자 자라났어요. 그 잎을 조금 따다가 쓰니 싱싱한 것을 필요한 만큼만 쓸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식힌 닭고기는 바베큐 소스에 잘 버무려두고 이제 반죽을 밀 차례입니다.

 

 

제가 예전 글에서 자랑했던 스텐레스 빅 도마 (또는 싱크대 상판 보호판) 가 이런 작업에 아주 좋아요.

 

 

미리 한 번 구운 도우 위에 바베큐 소스 바르고 모짜렐라 찌즈 얹고, 그 위에 닭고기, 그 위에 양파와 실란트로, 그리고 치즈를 좀 더 뿌려서 오븐에 10분 구우면 완성입니다.

 

 

오랜만에 돌판을 꺼내서 피자를 구우니 막 이태리 아줌마가 된 듯한 느낌... ㅎㅎㅎ

 

 

이건 모든 가족이 별 다섯 개를 줄 정도로 맛있게 잘 먹었어요.

치킨이 신선했고, 살짝 뿌린 실란트로의 향이 풍미를 더 깊게 만들어 주었어요.

 

 

 

또 다음 날은 나쵸 치즈 차우더를 만들었는데 색이 너무 예뻤어요.

이건 코난군한테서 별 다섯 개를 받았고, 남편과 둘리양은 먹지 않았어요.

저희 가족은 많지도 않은 숫자이지만 식성은 다 제각각인데다, 내키지 않는 음식은 아예 먹지를 않는다는 고약한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도 한 사람이라도 맛있게 먹는 요리를 개발했으니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이렇게 서양 요리를 내리 며칠 먹었더니 속이 느끼해서 오랜만에 김장김치 꺼내서 김치찌개 한 번 푹푹 끓였습니다.

 

 

 

 

 

 

그리고 어젯밤에는 정말 정말 재미있고 신나는 티비 프로그램을 보면서 야식을 먹었어요!

마트에서 할인해서 한 덩이에 3달러 하는 수박을 사왔는데 냉장고에 차게 식혀서 썰었더니 완전 꿀처럼 달았어요.

 

 

작년 크리스마스에 친구한테 선물받은 와인을 무려 여섯달 만에 까기도 했어요.

저는 술을 전혀 못마셔서 수박 좋아하고 와인 마실 줄 아는 친구 한 명을 불러 같이 이 멋진 장면을 감상했어요.

 

 

 

 

 

 

너무 가난해서 학교도 못가고 공장에서 일을 해야 했고, 그러다 몸을 다치기도 하고, 하지만 그런 형편에 굴하지 않고 노력해서 사법고시를 합격하고 변호사가 되고 오만 못된 사람들로부터 억울한 비판을 받아도 마침내 대통령이 되었다는, 드라마 보다도 더 극적이고 감동적인 이야기...

 

그러고보니 제 닉네임이

소년공 1 (one) 이군요 :-)

1번 찍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 아이들을 잘 키워야겠다는 결심을 다시 한 번 다졌어요.

우리 아이들이 유권자가 되었을 때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게 키워야 하는 것이 4050 세대의 책임이라고 느꼈습니다.

 

소년공원 (boypark)

소년공원입니다. 제 이름을 영어로 번역? 하면 보이 영 파크, 즉 소년공원이 되지요 ^__^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공주
    '25.6.5 1:07 PM

    소년공원님 글 늘 잘 읽고 있습니다.
    전자렌지에 도우 발효하는 법 너무 굿 아이디어에요
    우리 소년공원님 쫌 천재신 듯.

  • 소년공원
    '25.6.5 10:49 PM

    빵이나 호떡 만들 때 발효를 잘 해야 하는데 특히 추운 겨울에는 온도 조절이 까다롭더라구요.
    전자렌지가 의외로 단열이 잘 되어서 꽤 오래도록 따뜻한 온도를 유지한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저는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살아가는 방식을 좋아해요 :-)
    감사합니다.

  • 2. 챌시
    '25.6.5 1:42 PM

    저도 모처럼 가슴 설레면서 티브이를 켜요. 아침일찍 눈을 떠서,,기대에 차서 티브이를 켜면
    꼭 좋은 이야기가 있더라구요. 첫날 첫 인사를,,국회 청소부님들과 방호일을 하셨던 분들,,일일이
    만나서 감사하고, 일일이 손잡아주는 그마음,,너무 좋았어요.
    뿌듯하고요..체코 원전 계약 결렬 되었다가다시 계약한일도 기쁘구요.
    자녀세대..10~20 세대에게 산교육이 되는 투표와 선거결과 였길 바래봅니다.

  • 소년공원
    '25.6.5 10:54 PM

    저도 그 장면이 참 좋았어요.
    취임식 마친 후에 청소하시는 분들, 경비 하시는 분들 만나서 인사하는 모습이요.
    오늘은 김밥 드시며 마라톤 국무회의 하시는 모습이 감동이었어요.
    저렇게 일 잘하는 사람이 그 잘 하는 일 좀 하게 진작에 좀 밀어주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년공원은
    소년공one - 1번 후보를 지지했고, 마침내
    소년공won - 소년공이 이겨서 대통령이 되는 나라를 조국으로 두게 되어서 참 기쁩니다.

  • 3. andyqueen
    '25.6.5 1:52 PM

    ㅎㅎㅎㅎ소년공원님의 감사 인사 잘 받겠습니다~ ( 저 1번 ...찍...었 =3=3=3)

  • 소년공원
    '25.6.5 10:55 PM

    아이구 감사합니다!
    그대가 나라를 구하셨습니다.
    다음 생에는 로또 당첨 꼭 되실 겁니다 :-)

  • 4. 유지니맘
    '25.6.5 10:44 PM

    따끈한 스튜가 맛나보이는데
    우째서 별이 인색했습니다요 ..
    3달러짜리 수박은 여기 말로 득템인데요?
    저는 오늘 25000원 ㅠㅠ
    맛도 그저 그래서 저걸 우짜지 싶은데 말이죠 .

    멋진 드라마를 함께 시청하셨네요
    찌찌뽕입니다

    늘 건강하시길요

  • 소년공원
    '25.6.5 11:01 PM

    소년공one이 소년공won 되는데에 크게 도움을 주신 유지니맘 님, 감사합니다!
    이제서야 한국 뉴스며 국경일 행사를 시청할 맛이 나는 시절이 다시 돌아왔어요.
    일 잘하는 사람은 일 시키고, 제 할 일 못하는 월급 도둑은 내보내고, 일도 못하는 주제에 나쁜짓까지 하는 놈은 벌을 주는, 응당 마땅 고도리 같은 세상이 그냥 쉽게 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잘 배웠습니다 :-)

  • 5. 오리
    '25.6.6 11:07 AM

    따뜻하고 맛있어보이는 음식들 스튜 김치찌개 다 엄지척입니다.
    저도 선거보면서 수박 먹었어요. 기분이 좋아서인지 꿀처럼 달았어요. 저는 12000원짜리였슴다.

  • 소년공원
    '25.6.6 10:57 PM

    모든 느끼한 음식의 마무리는 김치로!
    온가족 입맛이 제각각이지만 다들 김치 하나는 잘 먹으니 국적이나 이민법과 상관없이 저희는 한국인 가족입니다.
    꿀수박 맛있게 드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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