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니 엄마가 손수 만든 집밥을 먹이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여전히 가끔은 나가서 사먹기도 합니다.
외식을 해봐야 아이들이 뭘 좋아하는지 알 수 있거든요.
먹는 걸 워낙 좋아하는 저는 어릴 때부터 뭐든지 다 좋아하고 잘 먹었지만, 저희 아이들은 자기 입맛에 맞지 않은 음식은 안먹기 때문에 엄마로서 밥해주기가 쉽지 않아요.
나가서 사먹으면 아이들이 메뉴에서 먹고 싶은 요리를 고르고, 그게 정말 맛있으면 집에 돌아와서 제가 레서피를 검색해서 재현해내곤 합니다.
어느날 올유캔잇 - 제맘대로 번역하면 "먹고 싶은 거 다 먹어" 식당에 가서 이것저것 주문해서 먹었는데 그 중에서 코난군이 가장 좋아했던 것은 아보카도를 두른 김밥이었어요.
속에 든 것은 뭔지 잘 모르겠지만 매운 맛이 나는 그 무엇이고 겉에 뿌린 것은 얌얌 소스더군요.
조리법이 어렵지도 않고 며느리도 모르는 비법 소스가 들어간 것도 아니니, 집에 돌아와서 저도 만들어 보았습니다.
김이 안에 들어가고 밥이 겉에 있는 김밥을 말기 위해서는 김발이 필수이고 발에 밥이 붙지 않도록 랩을 씌워야 하죠.
제 글이 늘 그러하듯 :-) 곁길로 잠시 새서, 저 파란 테잎은 페인트칠 할 때 가장자리 밖으로 페인트가 나가지 않도록 해주는 테잎이라 붙였다 떼었다 하기가 쉽고 자국도 남지 않아요.
저는 저 테잎을 주방 서랍에 항시 넣어 둡니다. 과자 봉지나 양념 봉지를 밀봉할 때 원래는 클립을 쓰는데 이게 야금야금 어디론가 사라지고 꼭 필요할 때 안보이는데, 이 테잎으로 밀봉하면 편하거든요. 반찬통이나 재활용한 병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이름을 써놓기도 좋아서 제가 애정하는 물품이랍니다 :-)
밥 안에 넣을 소는 게맛살을 매운 양념으로 무쳤고, 아보카도는 얇게 썰고, 얌얌 소스는 마트에서 사오니 재료 준비가 다 되었네요. 참, 밥은 단촛물로 비볐구요.
한국식 김밥보다 더 만들기 쉬워요.
생김새가 사먹었던 것과 비슷하고 맛은 더 좋다고 하더군요.
집밥이 좋지만, 가끔 남이 해주는 밥을 먹어봐야 나도 따라 만들 계기가 되고, 이 맛이 맞나? 확인할 수도 있으니, 앞으로도 꾸준히 정기적으로 남이 해주는 밥을 먹을 생각입니다.
이 요리도 냉동식품으로 사먹었던 건데 아이들이 좋아해서 집에서 직접 따라 만든 것입니다.
포테이토 스킨, 감자 껍데기 이죠.
날도 더운데 오븐에 감자를 굽지말고 전자렌지에 20분 정도 돌리면 간편하죠.
참, 껍질을 먹어야 하니 감자는 수세미와 솔로 잘 씻어야 하는 수고가 필요하긴 해요.
전자렌지에 익힌 감자를 속을 살짝 파내고 올리브 오일, 소금, 후추, 마늘가루를 뿌려서 이번에는 조리 도구를 에어 프라이어로 바꿔 돌립니다.
감자가 대략 노릇하게 구워지면 치즈와 베이컨을 채우고 에어 프라이어에 몇 분 더 돌립니다.
이것도 파는 것과 흡사한 맛이라며 아이들이 잘 먹었어요.
겉껍질은 쫄깃하고 속살은 부드럽고...
파낸 감자는 으깨서 감자 샐러드로 만드니 그것도 잘 먹더군요.
전자렌지와 에어 프라이어로 오븐 대신 간편하게 만들어서 좋았어요.
그리고 지난 주말...
3주일치 간식을 샀습니다.
코난군이 좋아하는 것으로만 골랐어요.
3주일치 옷과 신발과 이불과 베개와 빨래 세제까지 챙겨서 집을 떠나야 했거든요.
한 시간 반 떨어진 다른 도시에서 3주일간 숙식하며 독일어로만 생활하고 수업을 듣는 여름 학교에 참가하게 된 코난군.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합격한 것이라 기쁘긴 했지만...
핸드폰과 컴퓨터와 기타 일체의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없고, 영어도 사용할 수 없는 환경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당혹스럽고 생소했어요.
입학식 말미에 부모들은 아이의 핸드폰을 챙겨서 먼저 떠나라는 지시가 있었어요.
자기 핸드폰에 작별 인사를 하는 아련하고 애틋한 코난군의 표정... ㅎㅎㅎ
주정부의 예산 지원으로 3주일간 독일어로만 생활하는 독일어 학교인데요, 고등학교 11학년과 12학년 학생들 중에 독일어 수업을 일정 수준 이상 듣고 좋은 성적을 받은 아이들 중에서도 선발을 해요.
공짜로 먹여주고 재워주고 공부도 가르쳐준다고 하니, 핸드폰 압수, 영어 사용 금지, 등의 규칙 쯤이야 받아들여야죠.
독일어를 직접 가르치기도 하지만, 독일어로 요리도 하고, 과학 실험도 하고, 심지어 독일어로 일본어를 가르쳐 준다는군요 ㅎㅎㅎ
아직 두뇌가 팔팔하게 돌아가는 나이의 아이들이라 이렇게 집중 훈련하면 언어가 많이 늘거라더군요.
대학교 기숙사에서 마치 대학생이 된 것처럼 생활하고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즐겁게 지내다 돌아오라고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내년에 코난군이 대학에 가게 되면 또 이런 이별을 하겠죠.
한 건물에 스무명 정도 생활하는 기숙사에는 큰 주방과 식당 거실이 있어서 거기서 이런 요리 놀이도 하나봅니다.
핸드폰이 없으니 저도 아이와 직접 연락을 못하고, 선생님이 소셜 미디어에 올려주는 사진 구경만 하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