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남편을 위해 이른 저녁을 차렸습니다.
서로 일상의 리듬이 달라 각자 식사하는 날이 훨씬 많습니다.
저는 모처럼 출근을 하지 않는 날이었고,
남편은 오후에 강의를 들으러 가는 날이라 평소 같으면 외식을 하는 요일입니다.
멸치쌈밥 만들어 준다니 두 말 않고 집에 오겠다고 했어요.
저는 어젯밤 엄마네 집에서 자고 오늘 오면서 경동시장에서 내렸어요.
엔초비를 만들어 봐야 겠다는 일념으로 생멸치를 사러 말이죠.
지난번에 두 곳에서 팔았는데 먼저 간 가게는 생멸치가 없어 반대 방향에 있는 생선 가게를
찾아 가서 만원어치 샀어요.
힝~ 그런데 버스 타러 나오다 보니 손수레 생선 파는 곳에
정말 싱싱한 멸치들이 한 상자 그득하지 뭡니까?
더 살까 망설이다가 게으른 자 더 일 벌이지 말자 하고 아쉽지만 집으로 왔어요.
남편이 다듬어 주는데 비린내 진동에 아까 본 생멸치의 똘똘한 모습이 떠올라 의욕이 상실되어
엔초비는 반만 만들고 나머지는 멸치쌈장을 만들기로 결정.
언젠가 남해 여행 갔다가 멸치쌈밥 엄청 맛있게 먹었던 기억을 떠올려 인터넷 검색해서
고사리, 토란 줄기도 넣으라는데 고사리 없고, 냉동실에 토란 줄기 데쳐 놓은 것은 있어서
된장, 고추장, 고추가루, 진간장, 매실청, 마늘, 생강 듬뿍.대파 한 줄기, 내맘대로 식초도 조금 넣고
풍년 제일 작은 압력솥에 세월아 네월아 칙칙 폭폭 뜸 들였어요.
청양고추도 송송 썰어 넣었네요.
남편이 5시 10분에 도착한다고 해서 미리 차려 놨습니다.
생강을 듬뿍 넣은 탓인지 비린내 안 나고, 생강향을 좋아하는지라 남해 멸치쌈밥집 맛을
비슷하게 재현한 것 같습니다.
남편은 뭐든지 맛있다고 하는데 오늘은 진정 흡족해 하는 듯 했습니다.
아마도 제가 차려줘서 더 그런 듯.
제가 오후 근무자라 남편이 혼자 저녁 차려 먹거든요.
혼자서도 잘 하는 남편입니다.
이렇게 되기 까지는 세월이 오래 걸렸지만요.
하룻밤 집을 비운 사이 몇 달이나 꽃봉오리를 물고 개화 하지 않던 녀석
"넌 꽃 필거니 말거니?" 했었는데 드디어 봉오리를 열었네요.
수국도 우리집에 온 지 3번째 여름을 맞이 하는데 얼마나 풍성하게 자라는지
남편의 두 팔로도 안아 지지 않을 만큼이예요. 만개 하면 두 세달 간 행복하게 해줍니다.
라벤더도 보라색 꽃망울이 올라 왔고요, 잎사귀는 병들었지만 어제 한 송이 피었던
주황 장미도 오늘은 좀 더 피었네요.
어제 개표 방송 보다 출구 조사와 득표율이 얼마나 맞나 보려다 보니
새벽까지 졸다가 깨다가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들려고 합니다.
82님들 모두 행복한 6월 보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