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이 난과 커리는 맛있다하며 잘 먹어요.
비가 와서 산도 못가고 꼼짝 못한 어느 일요일 점심에 먹은 부침개.
오징어 값이 왜 이리 올랐나요?
간만에 오징어 사고 깜짝 놀랐어요.
한동안 열심히 먹은 토마토볶음.
들어가는 재료는 그때그때 달라요.
집에 있는 채소 아무거나 넣는 스타일입니다.
굴, 바지락 같은 조개류를 엄청 싫어하는 딸이 전복죽은 또 먹어요.
가격 저렴한 돼지 앞 다리살 덩어리로 사서 기름기 다 떼어내고 김치와 볶았어요.
먹지도 않는 오이지도 옆에 앉혔네요.
딸이 자두를 좋아해서 이즈음의 장바구니엔 항상 자두가 들어 있어요.
제가 애용하는 훈제 오리.
한 마리 통으로 사서 한 번에 다 썰어 두고 오븐에 조금씩 구워 줍니다,
깻잎장아찌에 싸 먹기도 하고 구운 양파랑 머스터드소스에 찍어 먹기도 하고,
부추, 양파, 상추 넣은 겉절이와 먹기도 하고....며칠을 질리지 않게 먹을 수 있어요.
고추장 풀어 끓인 감자찌개는 남편이 참 좋아 하는 찌개네요.
떡국 좋아하는 딸을 위한 아침.
하나로 마트에서 2009년 묵은 쌀을 20키로 29,500원에 저렴하게 팔더군요.
가래떡 뽑으면 좋겠다 싶어 한 자루 사서 떡을 뽑았어요.
역시 덩어리로 산 돼지 앞 다리살 얇게 썰어서 미림과 매실액에 좀 재두었다가
마늘과 새우젓 넣고 볶았어요.
채소 안 좋아하는 딸이지만 고기 먹을 땐 꼭 샐러드든 겉절이든 함께 차려 줍니다.
당장은 잘 안 먹지만 자꾸 눈에 보이면 나중엔 먹지 않을까 싶어서죠.
남편표 볶음밥입니다.
일요일 아침은 곧잘 남편에게 아침을 부탁해요.
남편이 할 줄 아는 음식은.... 라면, 짜파게티, 볶음밥, 토스트에 스크램블 에그....
흠....가짓수가 쫌 되네요.
그런데 요즘 남편 목록에 새로이 추가 된 것이 하나 있어요.
딸아이 시험 공부하는 동안 아빠가 딸이랑 집에 있던 어느 날 점심시간,
딸은 아빠에게 라볶기가 먹고 싶다는 주문을 했나 봅니다.
아빠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서 라볶기를 어찌 만드냐고 묻습디다.
대충 전달 받은 아빠는 충만해진 필로 요리신공을 펼쳤대요.
그 이후.....자신이 만든 라볶기가 얼마나 맛있었는지 딸의 대답을 강요하기를 며칠.
무슨 전사의 무용담도 아니고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서 콧방귀가 나올 지경이지만
제가 또 남편의 기를 죽이면 안 된다고 배운 내조 잘하는 녀자 아니겠습니까?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인 것을 꾹 참고 손뼉을 맞춰 주었네요.
일요일 아침을 받아먹는 호사를 잃어버려서는 안 되니까요.
방학식 하던 날 일찍 귀가 할 딸을 위한 간식.
시부모님 몫까지 3개 만들어서 호일에 싸 두고 출근 했어요.
딸아이가 방학을 하고 아침 먹는 시간이 달라졌어요.
방학 동안 아침상 사진 담기는 잠시 휴업에 들어갑니다.
이젠 우리 집 귀염둥이 <몽>이 이야기를 해보려고요.
몽이는 고양이예요.
혹 고양이를 싫어하신다면 여기까지만.
몽이는 꼭 일 년 전 이맘때 우리 집에 들어 왔어요.
딸아이가 학교에서 귀가하다가 초등학교 3학년쯤 되는 남자아이가 새끼 고양이를
안고 울고 있는 것을 보았대요.
태어난 지 일주일도 안 된 것 같은 새끼 냥이를 누가 좀 키워 달라고 울더랍니다.
이 꼬마가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 주변에서 새끼 냥이를 발견,
집으로 데리고 갔는데 엄마가 질색 팔 색을 했나 봐요.
착한 꼬마는 냥이를 도저히 그냥 내 팽개치지는 못하고
대신 키워 줄 엄마를 찾고 있었던 거죠.
지금은 지랄의 총량을 사용하느라 까칠한 중딩이지만,
원래 동물 엄청 좋아하고 마음 여린 딸.
비 온 뒤 지렁이나 달팽이가 아파트 주차장에 나와 있으면
나무젓가락으로 집어 화단으로 넣어 주는 아이랍니다.
이런 아이가 그 현장을 그냥 지나칠 리 없는 거죠.
자신이 키우겠다고 제게는 묻지도 않고 이 냥이를 덥석 받아 왔어요
전 애완견이든, 애완묘든 집안에서 키우는 것은 정말 싫어 했어요.
강아지를 엄청 좋아하는 남편과 딸을 둔 덕분에 이전에도 여러 번 강아지를
키우겠다고 조르는 것을 저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 된 적이 이미 여러 번 있었죠.
이 냥이가 병이 들었는지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어요.
남편이 동물병원을 데려갔더니 장염이 걸렸다며.....아마 살기는 힘들 거라고 했나 봐요.
삐쩍말라 한 주먹도 안 되는 녀석,
눈을 쳐다보면 너무 애처로워서 일단은 살려나 보자며
주사를 맞히고, 약을 먹이고, 의사가 권하는 먹이를 먹였습니다.
며칠이 지나 곧 죽을 것 같던 이 녀석이 기운을 차렸나 봅니다.
제법 발발거리며 남편 뒤를 쫒아 다니더군요.
딸은 자신이 녀석의 생명의 은인이고 엄마라며 “에구! 우리 몽이”를 입에 달고 삽니다.
그럼에도 녀석이 아빠를 더 따른다고 억울해 하죠.
그렇게 1년이 된 이 녀석의 이름은 <몽>입니다.
지금은 키도 너무 커진데다 살까지 쪄서 다이어트를 해야 할 처지랍니다.
다른 고양이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몽이는 문을 다 열고 다닙니다.
제가 처음에 거실은 맘대로 돌아 다녀도 침대가 있는 방에는 못 들어가게 방문을
꼭 꼭 닫고 다녔어요.
그리고 손님이 오거나 제사가 있는 날은 옷 방에 넣어 두고 나오지 못하게 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보니 이 녀석이 다 휘젓고 다니는 거였어요.
자세히 보니 풀썩 뛰어서 문 손잡이를 아래로 젖히지 뭡니까.
오! 머리도 좋은 놈이란 감탄사를 받으며 더 사랑을 받는 이 녀석에게
저는 방에는 들어와도 침대만큼은 절대 안 된다며
한 발짝 물러나 나름 마지노선을 그었어요.
하지만 어찌 당하겠어요.
자다 보면 이불속에 들어와 있고, 남편 옆에 누워있는 녀석.
저도 모르게 녀석에게 조금씩 무장해제가 되고 말았나 봐요.
이제 녀석에게 가지 못할 곳은 이 집 어디에도 없답니다.
창밖을 주시하는 몽이.
지금은 쇼파에서 내다보고 있을 뿐이지만 대부분은 창틀에 앉아서 쳐다보고 있어요.
그럴 땐 바깥세상이 그리운가? 싶고 산책이라도 시켜 주어야 하나 걱정이 됩니다.
넓은 세상을 마음대로 뛰어 다녀야 할 녀석을 좁은 집에 갇혀 지내게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짠하고 아프답니다.
바람에 블라인드가 흔들리니 그 쪽을 보고 있어요.
때론 이 녀석의 속에는 사람이 들어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됩니다.
금방 말이라도 걸어 올 것 같아요.
바람에 벤자민 잎이 흔들리니 얼른 자리를 옮겨서 또 그 걸 쳐다보다가
제가 사진을 찍으려니 마치 찍지 말라는 듯 외면을 합니다.
딸아이 말에 의하면 인터폰에서 ‘차량이 도착하였습니다.’라는 소리가 들리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현관으로 나간대요.
저나, 남편이 들어오길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으면서 잘 지냈냐고 인사라도
던지면 시크하게 외면하고 언제 기다렸냐는 듯이 다른 곳으로 가 버리는
도도함을 보입니다.
남편이 샤워를 하면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어요.
제가 카메라를 들이대니 엉거주춤 일어섭니다.
이 녀석은 사진만 찍으려 하면 외면을 하네요.
강아지를 그리 좋아하던 남편과 딸이 몽이를 키우고 부터는 고양이의 매력에
푹 빠졌답니다.
남편이 보는 동영상은 죄다 고양이 관련 동영상이고요.
딸은 길냥이들이 불쌍하다고 고양이 사료를 지퍼백에 담아서 일회용접시와 함께
가방에 넣어 다니고 있어요.
학교주변, 아파트 주변에 길냥이들이 많다네요.
다른 고양이도 이러나요?
볼때마다 우습고 신기한 모습입니다.
이러고 누워서 다리나 몸은 전혀 안 움직이고 머리만 사람 가는 방향으로
돌려가며 쳐다봐요.
그리고 멀쩡히 돌아다니다가 식구 중 누가 제 옆에 지나가면 펄썩 쓰러져서는
이러고 드러누워요.
처음엔 정말 어디 아파서 쓰러지는 줄 알았어요.
남편이 장난을 치니 그 것 뺏으려고 일어서 있어요.
가끔은 얼마나 꼿꼿하게 두발로 서 있는지?
녀석이 네 발로 걷는다는 사실을 잊고 금방이라도 두발로 직립보행을 할 것만 같습니다.
몽이가 들어오기 2달 전 구입한 식탁의자예요.
의자 6개를 다 이 모양을 만들어 놨어요.
식탁과 함께 새 집으로 들어 온 새 쇼파도 이렇게 변신시켜 놓았네요..
설치한지 이제 일 년 조금 넘은 블라인드도 이렇게 해 드시고.....
아마도 사람 자식이 그랬으면 매섭게 혼이 나거나 몽둥이 찜질을 당했겠지만
남편과 딸은 녀석에게 관대한 웃음을 지어 주네요.
뭐, 저는 야단을 쫌~ 쳤습니다만.
딸아이 방학동안 읽을 책을 몇 권 인터공원에 주문했는데,
20일 주문한 책이 아직도 도착을 안 하고 있어요.
그래서 우선 집에 있는 책들 위주로 독서목록 짜 주었네요.
어제 퇴근 후 아파트 주변 산책을 나갔다가 발견한 백합 꽃밭이랍니다.
색색의 백합이 무리를 지어 피어 난 것이 얼마나 예쁜지....
그 향은 또 얼마나 좋은지.....
백합을 도로주변에 이리 심을 생각을 누가 했는지 칭찬해주고 싶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