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가요...
밥을 해먹고 살기는 했거들랑요...
심지어 손님 초대도 여러 번 했걸랑요...
(옛날 드라마 서울 뚝배기 에서 주현 배우님이 하던 말투 '했껄랑요~' 이게 서울 토박이, 그 중에서도 왕십리 부근에서 살던 사람들의 말투라고 합니다. 사대문 바깥에서 채전을 일구어 사대문 안 양반댁에 채소를 납품하며 살던 사람들이었는데, 자기보다 한참 어린 양반댁 자제분들에게 신분상으로 존대말을 써야 하지만 어쩐지 심사가 뒤틀려서 반말인지 존대말인이 아리송하게 말끝을 흐리던 화법이라고 합니다. 제가 즐겨 듣는 팟캐스트에서 들은 이야기 :-)
다시 원래 하려던 이야기로 돌아와서, 제가 그동안 차렸던 음식을 사진만 다 찍어두었더라면 오늘 이 글이 이렇게 비루하지 않았을텐데...
증거가 없으니 한낱 변명으로밖에 여겨지지 않겠지요 ㅠ.ㅠ
뭐 변명이라고 해도 부엌에서 떠드는 말이니 키친토크 게시판에 써보렵니다. 어여삐 봐주세요.
방학을 맞이하여 심심하다 노래를 부르는 둘리양을 데리고 중고물품 가게 구경을 갔어요.
창고에서 발견한 씨디 플레이어를 가지고 노는 재미가 들린 둘리양은 음악 씨디를 개당 1달러 주고 몇 개 샀고, 저는 요리책 두 권을 각기 1달러씩 주고 샀어요. 이제 온가족이 방학이니 삼시세끼 밥을 해주어야 하고, 맨날 하던 요리 말고 좀 새로운 것도 만들어 보고 싶어서요.
오만가지 종류의 핏자를 만들 수 있는 책...
오만가지 숩을 만들 수 있는 책, 이렇게 두 권을 샀어요.
명왕성은 심심산골 애팔래치아 산맥자락이 깊어서인지 5월 말인 요즘에도 가끔은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게 하는 날씨가 오거든요. 그리고 숩은 한 냄비 끓여놓으면 먹고 싶을 때 먹고 싶은 사람이 언제라도 한 그릇 떠서 전자렌지에 데워서 먹을 수 있는 간편한 음식이고, 생각보다 칼로리가 낮아서 다이어트에도 좋대요.
오늘 아침 첫 시도할 요리로 당첨된 것은 쇠고기 야채 숩 "이었습니다".
사실 마트에 가서 필요한 재료도 다 사왔는데, 오늘 저녁을 나가서 사먹자는 가족들의 요청때문에 내일 요리하려고 해요. 그래서 오늘 키친토크에는 음식 사진이 없어요 ㅎㅎㅎ
진짜 음식은 아니지만 먹을 것을 표방한 이 것은...
제가 개인적으로 하고 있는 프로젝트 입니다.
저희 학과 동료 교직원들의 생일 마다 이 사과 모양 코스터를 선물했어요. 지난 학년 동안에는 빨간 사과 코스터를 선물했고, 올 가을에 시작하는 학년에는 같은 모양 다른 색으로 초록 사과를 만들려고 해요. 그 전 해에는 컵케익 모양 설거지 수세미를 만들었는데 아무도 그걸 사용하지 않고 그냥 바라만 보더라구요 ㅎㅎㅎ 그래서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으로 바꿨어요.
미국에서 사과는 교사에 대한 감사를 상징하는 아이콘이에요. 진짜 사과를 선물하지는 않지만, 교사의 상징으로 사과 모양을 많이 쓰죠. 그래서 교사교육 학과인 저희 학과의 동료 교수들과 직원들에게 사과 모양 코스터는 의미가 깊은 선물이라 할 수 있죠.
제가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선배 교수님이 은퇴하신 후 그 뜻을 이어받기 위해서였어요. 좋은 동료들 덕분에 즐거운 직장생활을 하고 있으니, 세상에 태어나 내게 와주어서 고맙다는 마음을 전달하려는 목적이에요. 저희 학과가 좀 커서 서른 명도 넘는 교직원이 있는데 이 작은 선물 덕분에 분위기가 더 좋아지는 것 같다며 칭찬해주니 저도 참 기뻐요.
그리고 이것은 다음 주 주말에 있을 주주의 생일 파티에서 주주 엄마에게 줄 선물입니다.
무남독녀 귀한 딸로 고이 자라고 있는 주주는 어차피 생일 선물을 친구와 부모로부터 한아름 받을 예정이니, 굳이 저까지 선물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구요 (물론 둘리양은 주주에게 선물을 줄거고요), 저는 주주를 낳아서 잘 키워 제 아이의 좋은 친구가 되게 해준 주주 엄마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달하려구요.
별것 아닌 작품이지만 가죽 태그 하나를 붙이니 어쩐지 좋아 보이지 않나요? ㅎㅎㅎ
명왕성에 하비라비 라는 가게에서 이런 태그도 팔고 자석 단추, 가방 고리 같은 것도 팔길래 사와서 달아봤는데, 이게 작품을 확 살려주는 것 같아요. 값도 얼마 안하던데... ㅎㅎㅎ
며칠 후에는 진짜 음식 사진을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아마도 숩과 핏자 사진일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