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일 어버이날입니다.
꽃이랑 선물들은 준비하셨어요?
전 그냥 현금 드리는 걸로 때우려고 했는데, 시어머니께서 옷 이야기를 하셔서, 오늘 나가서 사왔습니다.
아마도 어머니께서 둘째 시누이에게 필요한 옷 얘기를 하셨나봐요.
그런데 둘째 시누이가 어머니 기호를 딱 못 맞췄는지, 5일 밤 시누이가 가고 난 다음 그 옷을 꺼내 보여주시네요. 어떻게 입냐며.
그래서 사다드렸더니, 맘에 꼭 든다고 하시네요.
지난해 어버이날 동서들 셋이랑 어머니 모시고 서오릉 근처 식당에서 나가 점심 먹었어요.
모처럼 고부만의 점심모임, 어머니가 참 좋아하시더라구요.
올해도 그렇게 하기로 하고, 약속을 했죠.
내일 점심에 모일겁니다.
그런데...
내일은 또 제가 졸업한 학교의 재상봉행사 날입니다.
재상봉이라는게 입학 25년주년과 50년주년을 맞는 졸업생들이 모여갖는 행사래요.
어제 제 참석여부를 묻는 동창의 전화를 받고나니, 기분이 참 많이 상하네요.
지난번 동창모임에서 재상봉 행사 얘기가 나왔을 때 "어버이날은 어떻게 하구"했다가 참석자들의 야유를 한몸에 받고 돌아왔습니다. 유난 떤다구. 아마 속으로는 그랬겠죠, 너 잘났다...
그랬는데 어제 참석여부 확인차 전화한 친구에게, 지난번에 불참이라고 얘기하지 않았냐고 하니까,
이러네요. "어버이날하고 재상봉행사하고 무슨 상관이냐"며, 너한테만 어버이날이냐구, 너만 며느리고 자식이냐고,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이네요, "너, 왜 그러구 사니..."
너 왜 그러구 사니..., 이 말이 자꾸 후벼팝니다.
전, 왜 이러구 살까요?
전 특별히 효부도 아니고, 효녀도 아닙니다. 사는 거 남들하고 똑같습니다.
다만, 도리는 다하면서 살고 싶은데, 아니 도리를 다하도록 노력은 하면서 살고 싶은데...
뭐 그리 가고 싶지도 않은 재상봉행사 가느라, 어버이날 그냥 넘기기 싫었는데,
그런데 그게 남들 눈에는 한심해보이는 모양이죠?
요즘 들어서 부쩍 시댁과의 갈등이나, 고부문제로 고민하는 분들의 글이 눈에 많이 띕니다.
고부갈등, 그거 참 풀기 쉽지 않은 숙제죠. 어떤 인간관계든 마찬가지지만, 일방의 희생으로 되는 일도 아니구요.
그래도, 남을 변화시키는 것보다는 자기 자신이 변하는 게 쉬운 것 같아요.
자신의 마음을 조금만 고쳐먹으면, 자신도 어느 정도는 편해지고, 주변도 좀 편해지고...
내일 어버이날입니다. 조금만이라도 마음을 열어보면 어떨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