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면서 밥해먹기'가 지난 2002년10월1일에 나왔으니까, 세상 빛을 본 건 19개월 정도 됐죠?
그동안 10쇄를 찍었어요. 이만하면 요즘같은 불황에 괜찮은 거라고 주변에서 얘기하더라구요.
찍을 때마다 자잘하게 오자도 잡고, 문장 이상한 것도 고치곤 했는데, 출간 후 2년이 다 되오니까 오탈자 교정수준보다는 다소 강도높게 수정해야할 것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네요.
판매가 딱 끊어졌다면 업데이트가 필요없을 지 몰라도 계속 팔리고 있는데 그래서는 안되죠. 그쵸?
하여, 다음쇄 찍을 때 손 보기로 하고, 며칠전부터 작업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영 밍기적거리게 되고 진도가 안나가지네요.
이대로 있다가는 아무래도 안될 것 같아서 어제 밤 늦도록까지 '1부 스마트 플랜'을 전체적으로 손보고, 오늘 하루 종일 '2부 스마트 쿠킹'을 만졌어요. 완전히 수정을 할, 한 챕터만 빼놓고는 다 정리해서 출판사로 원고를 보냈죠.
그리고 났더니, 이리 졸립네요. 밀린 숙제를 해치운 탓일까요?
잠이 쏟아지는 가운데 밥 해서 먹고 치우느라 혼 났어요.
그 와중에도 새 반찬만으로 상을 차렸으니...어제 먹던 반찬 몽땅 털어 먹어서 오늘은 뭐 안할래야 안할 수 없는 날이었거든요.
국 끓일 재료가 없어서, 걍 쇠고기넣고 김치국 끓이고, 두릅있던 거 원래 계획은 전을 부치려고 했는데 너무 졸음이 오는 관계로 걍 데쳐서 초고추장과 같이 놓고, 침조기 한마리 꺼내서 굽고, 요기까지 원래 식단이었는데...
옥수수철판구이와 아스파라거스 베이컨 말이까지 했습니다.
반찬 무지 많이 했죠? 평소 2가지 이상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깬 파격의 날~~
여기에는 숨은 공신이 있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살림 돋보기에 전기오븐 얘기가 올라올 때마다, 걍 코웃음쳤어요. '흥, 오븐이 뭐 그렇지,뭐...좋으면 뭐 얼마나 좋으려구...' 하며...
파니니그릴과 함께 선물을 받았을 때만 해도 파니니그릴에 맘을 빼앗겨 전기오븐은 안중에도 없었어요.
고구마 한번 굽고, 닭날개 한번 굽고, 섭산적 한번 굽고, 그리고 뭔가 기억도 나지 않는 음식 한번 데우고...뭐, 그 정도.
아, 물론 사이즈가 워낙 작아서 불을 켜는데 그리 심적 부담감이 없고, 오븐팬이 너무 잘 닦여 기분이 좋긴 했어요.
일부러 홀대하려고 한 건 아니지만 오븐이 놓인 자리에 전기 플러그가 없다는 사소한 불편때문에 쓰게 안되더라구요.
그랬는데 오늘 원고를 수정하면서 보니까, 아, 이 음식은 전기오븐으로 하면 좋겠다, 아, 이것도 되겠다 하는 것들이 꽤 나오네요.
그래서 두릅을 데친 냄비에 아스파거스를 데치고, 냉동고의 베이컨을 꺼내 해동판에 녹이고, 그리곤 아스파라거스에 베이컨을 말아서 전기오븐에 넣었어요. 200℃로 예열한 다음 팬을 넣고 10분 정도 구우니까 먹기좋게 되네요.
기왕 잔열이 남아있는 오븐을 한번 더 이용해보자 싶어서, 밥푸고, 국뜨고 하는 사이에 무쇠 스테이크판에 식용유를 살짝 바르고 물기 뺀 캔옥수수을 담은 후 오븐으로 밀어넣었어요. 역시 같은 온도에 5분 정도 둔 다음 마요네즈를 슬슬 뿌리고 약 3분 정도 뒀다 꺼냈어요. 조금 더 둬도 되는데 밥상이 완전히 차려진 관계로 그냥 상에 올렸죠.
아스파라거스랑 캔옥수수요리는 계획도 없이 즉흥적으로 올린 건데, 아주 성공적이었어요.
별로 신경도 안쓰고, 반찬을 2가지나 더했더니, 밥상이 푸짐하네요.
"재료가 없어서 반찬이 없네요"라고 슬쩍 립서비스 했더니 kimys가 펄쩍 뛰어요, 반찬이 많아서 뭐부터 먹어야할 지 모르겠다고..., 작.전.성.공.!!
그런데 사진은 못찍었어요. 왜냐? 제가 점심을 안먹다시피 했거든요...
하루 종일 먹은게 커피 2잔과 치즈토스트 ¼쪽(kimys가 아침에 남긴 것), 찬밥 딱 한 숟갈 있던 거 물붓고 끓인 것...이 정도였거든요. 배가 고프니까 머리도 아픈 것 같고 해서 빨랑 먹느라 사진 생각은 하지도 않았어요...
아, 안먹다 먹어서 이렇게 졸린가? 지금 넘넘 졸려요..아흠(하품소리 들리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