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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아닌 밤중의 데이트 [골뱅이 무침]

| 조회수 : 8,673 | 추천수 : 107
작성일 : 2004-03-20 20:52:51
어제 kimys가 밤 8시30분에 구기동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약속이 있다고 데려다 달라고 하더라구요.
구기동이라면 저희 집에서 10분이면 뒤집어 쓰고도 남는데...빨리 출발했으면 하고 재촉하길래 8시5분쯤 집에서 나섰어요.
출발한지 5분쯤 됐을까? 약속한 사람이 9시30분으로 늦췄으면 하더라구요.
아님 시청 근처의 한 호텔에서 9시에 만나든가...

그래서 9시로 약속을 바꿨어요.
"어디가서 커피나 한잔할까??"
"그러죠"
대답은 했는데, 막상 갈만한 곳이 생각이 안나더군요.
일단 호텔 커피숍은 커피값이 비싸서 싫고, 쌈지막한 다방은 주차가 어려울 테고, 그렇다고 던킨도넛의 커피를 사서 차 안에서 마시기는 싫고...

어찌어찌 하다가 삼청동의 수와래까지 갔어요.일단 주차장이 넓고, 차값이 그리 비싸지 않고, 차만 안판다고 하면 걍 드라이브로 시간을 때울 수도 있고...

수와래에 들어간 kimys, "여기 언제 와봤어? 누구랑?"
호호, 질투하나...후배들 이름을 주욱 대며 알리바이를 제시했다는 거 아닙니까?

그 수와래에서...
저녁 잔뜩 먹고 나가놓고는, 커피에 곁들여 치즈케이크와 고구마케이크를 먹었는데...
아무리 기억을 되짚어봐도, 최근에 kimys랑, 밤에 근사한 곳에서 단둘이 커피랑 케이크를 먹어본 기억이 없어요. 얼마나 삭막하게 산 건지..., 갑자기 마치 연인이 된 듯 한 기분이 들더라구요. 호호.
냠냠주부식 표현으로 하자면 '들척지근한 관계가 되었다'고나 할까...
가끔은 이런 데이트를 하자고 하긴 했지만...또 언제가 되려는지...


오늘 저녁 메뉴입니다. 골뱅이무침.
현종님네 그 골뱅이, '오늘은 사망하셨겠지', 하고 냉장고 안에 넣어뒀던 통을 열어보니,
여전히 생존해 계시더군요.
그 질긴 생명력에 경의를 표하며!!
오늘만큼은 잔인한 여인이 되고 싶질 않아서, 삶아서 무침을 했어요.
미나리와 파채만 넣고...
양념은, 고추장 1, 고춧가루 1, 맛간장 1, 식초 2, 설탕 1, 요리엿 1의 비율이었구요, 나중에 소금을 조금 더 넣어 간을 맞췄어요.
아마 요대로 하면 너무 맵지 않을 거에요. 저흰 어머니때문에 너무 맵게 못하거든요.

상에 올렸더니,
kimys, "미나리와 골뱅이가 너무 잘 어울린다"며 자알 먹네요.
집에 오이가 없기도 했지만, 미나리를 알뜰하게 먹으려고 넣은건데...뜻밖의 성공을 거뒀어요.

먹긴 잘 먹었는데...입이 높아져서, 앞으로 통조림 골뱅이를 먹지 못하게 되는 불상사가 벌어지지 않을까, 다소 걱정은 되네요.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프림커피
    '04.3.20 9:24 PM

    앗!나 일등맞아요?

  • 2. 프림커피
    '04.3.20 9:27 PM

    흑흑, 전 언제쯤 남편이랑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볼까요?
    다섯살먹은 혹 하나 달고가려니, 얌전히 앉아있을지도 의문이고,
    그렇다고 어디 맡길때도 없고,.
    해운대 달맞이고개 지날때면 침만 질질 흘리며 지나간답니다.

  • 3. 홍차새댁
    '04.3.20 9:33 PM

    항상 골뱅이는 통조림으로만 먹었었는데...역시 생물이랑은 차이가 나는군요.

  • 4. Fermata
    '04.3.20 9:35 PM

    절 골뱅이엔 미나리 꼭 구해 넣어요. (철 안 맞으면 안 되지만.. )
    깻잎 보다도 더 상큼하고
    아삭아삭한게 맛있더라구요 ^^

    생물 골뱅이.. 먹어 보고 싶네요

  • 5. 공주엄마
    '04.3.20 9:36 PM

    저는 유동 골뱅이만 먹어봤는데요
    한입만 주세요
    오늘 어부현종님의 대게가 와서 저랑 두공주가 신나게 먹고 배두들기고 있습니다
    꽃게랑은 다른 맛이네요
    선생님 내일 인사드릴께요 꼬옥 사인해주세요

  • 6. 달빛아래
    '04.3.20 11:31 PM

    저도 얼마전에 수와레 가서 밥먹었는데
    괜찮던걸요^^

  • 7. 거북이
    '04.3.20 11:37 PM

    맞아요!
    가끔씩은 남편과의 데이트, 필요해요.
    괜히 혜경 샌님 데이트 얘기에 제가 기분이 좋아지네요.

  • 8. 경빈마마
    '04.3.21 1:10 AM

    싱싱해 보입니다요..
    맛나게 드시고 힘 팍팍 내세요..

  • 9. 세실리아
    '04.3.21 1:14 AM

    어제 저녁때 수와래 가셨어요? ㅋㅋ 저도 사무실 사람들이랑 야근하고 거기 2층서
    저녁먹었는데~ 그 근처에 분위기 있는 찻집이랑 음식점들이 많거든요.
    그리고, 수와래 건너편에 구두가게랑 옷가게가 하나있는데, 독특한 것들이 많더라구요..
    요즘은 예쁜 원피스가 걸려있어 지나다니며 침흘리구 있습니당.

  • 10. 가영맘
    '04.3.21 1:17 AM

    마마님 말씀처럼 진짜 싱싱해 보입니다..
    저두 맨날 유동 골뱅이만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겠어요....

  • 11. june
    '04.3.21 2:17 AM

    아이고.. 다음번 한국가면 현종님네서 주문해 먹을게 너무 많네요... 골뱅이며 대게며 복어며..에고... 철 잘 맞춰서 들어가야 하겠네여.

  • 12. Funny
    '04.3.21 2:33 AM

    앗..그 구두가게 진짜 특이한거 많죠? ^^;;
    수와래..지나만 가봤는데 한번 가봐야 겠어요 ^-^

  • 13. 폴라
    '04.3.21 10:39 AM

    두분이서 얼마나 즐거우셨을까요...*^^*
    선생님은 누리실 만한 자격 있으시지요!
    (접시의 빛깔이 퍽 곱습니다...청자빛)

  • 14. 깜찌기 펭
    '04.3.21 12:36 PM

    우렁각시님 그만 울어요. ^^

    울짝지랑 나도 나들이다녀와야지~ ㅎㅎ

  • 15. 제임스와이프
    '04.3.21 4:22 PM

    샘...골뱅이가 넘 싱싱해 보여여.... 샘을 보면 재료 무엇이든 깊은 맛이 나는거 같아요..사진으로도 느껴지니깐요....

    아닌 밤중의 데이트....ㅎㅎㅎㅎㅎㅎ 울신랑 괴롭히러 갑니당...샘땜시..

  • 16. Kay
    '04.3.21 7:32 PM

    저도 오늘 골뱅이로 무침해먹었어요. 물론 생골뱅이는 아니었고 통조림이기는 했지만..
    넘넘 맛났어요..히히 저는 선생님 넣으신 거에 식초만 약간 더 넣었구요, 야채는 집에 있는 오이랑 양파를 사용했구요..냠냠

  • 17. ellenlee
    '04.3.22 6:13 AM

    ^^두분 정겨운 데이트 잘 하셨네요^^ 그래도 평소에 싸우나도 같이 가시고 짬짬히 같이 다니시는거 다 데이트 하시는걸로 보이던데...앞으로도 밖에 분위기 좋은곳에서 좋은시간 많이 만드시길 바랄꼐요.
    골뱅이무침! 통조림 골뱅이밖에 보지못한 저로써는 정말 놀라지 않을수가 없네요,
    엄청크고 넘 싱싱해 보여요~ 넘 맛있겠어요.

  • 18. champlain
    '04.3.22 11:56 AM

    저는 통조림 골뱅이 좀 징그럽더라구요.
    근데 이 현종님댁 골뱅이는 참 깔끔해 보이네요..
    맛있겠다..

  • 19. 국진이마누라
    '04.3.22 7:16 PM

    수와래.. 거기 잘 알지요.
    거기 맞은편에 짜장면 간판같은 교회가 바로 제가 다니는 곳이랍니다.
    그래서 주일에 가끔 거기서 스파게티 먹는데.. 혜경샘..거기 맛 괜찮죠?
    제 입맛엔 비싼 뺑앤빵보다 나은거 같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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