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지 뢰 찾 기

| 조회수 : 5,464 | 추천수 : 90
작성일 : 2004-03-09 23:06:03
컴퓨터 게임 많이들 하시나요??
전 별로 안해봤어요.
해본 것이라고는 테트리스와 OB에서 만들었던 랄랄라게임(같은 공을 맞추면 부서지며 사이사이 박중훈이 랄랄라춤을 추는), 그리고 프리셀과 지뢰찾기가 고작이에요...

아, 회사를 막 그만 두고 나서 naver에서 미스터 초밥왕 만화보는 것과 프리챌에서 들어가서 고스톱 치면서 소일한 적도 있었네요. 그때 고스톱에 미쳐서...가정파탄 날뻔 했었죠.
kimys가 들어와도 "다녀왔어요?" 이거 한마디 하고 모니터만 뚫어지게 보고,
모처럼 함께 있는 휴일에도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으니까...
kimys가 나지막한 소리로 그러대요, "정말 이럴거야?"
이 낮은 소리에 정신이 확 들어, 고스톱 딱 끊었어요. 

프리셀과 지뢰찾기는 그 이전부터 진짜 엄청나게 했죠.
프리셀은 1번부터 시작해서 400번인가 까지 순서대로 카드를 풀어본 적도 있구요.
지뢰찾기는 '마우스와 친해지려고'라는 근사한 명목으로 많이 했었어요. 특히 최고기록 경신하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지...

그러다가 82cook을 오픈한 후 그럴 시간도 없고, 그럴 정신적 여유도 없고 해서 거의 잊고 살았는데,
지난 주말 아주 잠깐 지뢰찾기를 해봤어요.

제가 지뢰찾기를 할 때마다 느끼는 거, 어쩌면 이다지 인생사와 닮았는지...
처음에 지뢰밭을 열 때 진짜 운이죠, 재수가 좋으면 화알짝 열리고, 재수 없으면 바로 지뢰가 터지고...
사람 태어나는 게 이런 거 아닌가 싶어요. 부모 잘 만나면 순탄하게 살아가는 거고, 아니면 인생이 두고두고 고달픈거고...

그렇지만 처음에 넓게 열린다고 다 좋은 건 아니죠.
어차피 찾아야할 지뢰 갯수는 같은 거니까...처음에 지뢰가 없으면 나중에는 촘촘하게 박힌 지뢰를 찾아내느라 머리에서 쥐나죠. 물론, 부모 잘 만나서 평생 위험한 지뢰밭 근처에도 못가보는 사람도 없지는 않겠지만, 그렇지만 살다 보면 어째 지뢰밭을 만나지 않겠어요.
오히려 초장에 지뢰밭을 만나면 나중에 편할 수도 있죠.

또 지뢰를 찾을 때, 존재여부가 확실치 않을 때 정공법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잖아요?
막바로 지뢰가 있는 지 없는 지 찾는 건 어렵지만 주변의 상황을 하나하나 분석해보면 어렵지 않게 유추해낼 수 있죠.
사람사는 것도 그런 것 같아요. 물론 자기 앞길은 자기가 열어가는 것이긴 하지만 주변사람의 도움도 받고 조언도 듣고 하면서, 또 주변사람들의 모습에 자신을 대입해가면서 자기의 문제를 풀어가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을 통해 위안을 얻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항상 조심하라는 교훈을 주죠, 지뢰찾기는...
마지막 1,2개를 남겨놓고 순간적인 오판으로 다 푼 게임을 망쳐버린다든가, 아니면 잘 풀어가다가 방심하는 바람에 어처구니 없게 판을 깨버리기도 하죠.
우리네 인생도 이와 다르지 않구요.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서 판을 깨지 않고 지뢰를 모조리 찾아냈을 때, 게다가 그것이 최고기록이었을 때의 기쁨...

지금 너나할 것 없이 모두 어렵고 지뢰밭에 내던져진 기분이지만, 지뢰찾기 게임을 하듯 차분하게 하나하나 풀어가면 우리에게도 좋은 때가 오겠죠?
정치 경제 사회, 이 어지럼증이 나는 틈바구니 속에서도, 문득 이제 제가 찾아내야할 지뢰는 몇개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기는 건 웬일일까요?
3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침편지
    '04.3.10 12:23 AM

    아싸

  • 2. 아침편지
    '04.3.10 12:23 AM

    흐흐흐...아이들 학교 알림장 1등 놀이가 이런기분이겠네요...

  • 3. 강금희
    '04.3.10 12:27 AM

    거의 십여 년 전, 처음 컴을 샀을 때 지뢰찾기에 미쳤었더랬죠.
    전문가용으로 143점까지 나왔을 때 오른손 검지송가락이 퉁퉁 부었습니다.
    클릭을 엄청 했다는 증거죠.
    암튼 손가락이 거의 두 배가 될 정도로 부어오르길래 화들짝 놀라 정형외과에 뛰어갔다 온 후론 지뢰에 대한 애정이 식었다는....
    요즘은 그 게임 어디 붙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 4. 포로리
    '04.3.10 12:27 AM

    저는 제가 뭔가에 한가지에 빠지면 정신을 찾으러 나가야 하기땜시, 오락은 되도록이면 안할려고 노력중이에요. 옛날 1942인가? 하여튼 그 유치한 오락에 빠져서, 진정한 폐인으로 살았던 적이 있었거든요. 그후론 왠지 맘속에 뭔가 빠지지 말자라는 자물쇠를 달고 사는 느낌입니다.

  • 5. jasmine
    '04.3.10 12:29 AM

    저는 아직 게임을 한 번도 안해봤다는.........
    그런거 싫어해요....
    울 애들이 저땜에 많이 힘들지만.....저도 테트리스까지는 알아요.....ㅠㅠ

  • 6. 나나
    '04.3.10 12:31 AM

    정말..리플이...미칠듯한 광속의 스피드로 달리네요...ㅎㅎㅎㅎ
    게임이란게..은근히 중독성이 강하죠,
    요새 전 zoo keeper란 게임에 중독 되서,,헤어 나지를 못해요.,.
    하루에 3번은 해줘야.,..머리가 제대로 돌아 가요..ㅡ,ㅡ''

  • 7. 이슬새댁
    '04.3.10 12:34 AM

    엉엉엉~~저는 언제 1등한번......
    지뢰에서 인생을...ㅋㅋ
    옳으신 말씀을 하신것 같아여..지뢰는 계산도 해야하고 신중해야하니깐....
    요즘저는 P.S2에 푹빠져있져..

  • 8. 아라레
    '04.3.10 12:35 AM

    전 대한민국 사람 아닌가 봐요. 고스톱 전혀 못쳐요...
    지뢰찾기도 모르겠어요.
    어야든둥 다들 자기 앞의 지뢰들을 다 헤쳐나가길...

  • 9. 이론의 여왕
    '04.3.10 12:41 AM

    저의 지뢰찾기 전문가용 최고기록, 73초!!!! 저도 놀랐었답니다.

  • 10. La Cucina
    '04.3.10 12:52 AM - 삭제된댓글

    아라레님, 저도 고스톱의 고짜도 몰라요.
    지뢰 찾기 누가 하는 것은 봤는데 저도 모른다는...
    하지만 니텐도는 자신 있어요 ㅋㅋㅋ그것도 처음에 나온거요. (친정에 놓고 왔는딩..흑...그 뒤로 나온 기계 남편 거 있는데 그건 잼 없더라고요.) 수퍼 마리오~ 글구 테트리스도 엄청 좋아해요. 겜 못하는 사람들이 아마 제가 좋아하는 겜 종류만 할 듯...흐~

  • 11. yuni
    '04.3.10 1:34 AM

    아라레님!! 찌찌뽕!!!

  • 12. 경빈마마
    '04.3.10 2:29 AM

    저도 고스톱 몰라요...울 식구들 모이면 재미나다고 하면...차라리 전 자고 맙니다.
    밥을 하던지...영~관심이 뚝 입니다.

    인생의 지뢰...아직도 제게는 많을 듯 합니다..

  • 13. june
    '04.3.10 7:30 AM

    전 스파이더 카드놀이에 푸욱 빠져서...
    지뢰찾기는 손가락 아파서 힘들고...(마우스가 아니라 터치패트라서..) 만만한게 이건데...
    한때 지문이 사라질 위기까지 갔더라죠.

  • 14. 치즈
    '04.3.10 7:33 AM

    머리와 손이 협응하는 속도가 엄청느린 저는 게임엔 완전 젭뱅이지요.
    유일하게 했던게 그래도 지뢰찾기였던거 같아요,
    첨 컴에 윈도우 깔고였나...

    인생은 지뢰찾기게임같다라고 하신 말씀 고개 끄덕이며 읽었습니다.

  • 15. 미백
    '04.3.10 8:53 AM

    한때는 지뢰찾기 초보:6초, 중급 18초, 고급 87초까지 나왔었다는...
    그때 당시 저희 연구실에서 밤새면서도 기록갱신하겠다는 열풍이 불었었는데...
    그래서 광마우스로 바꾸는 인간까지 나오두만요...

    인생의 지뢰....
    가슴에 와닿는 말이네여

    나나님, 저도 요즘은 zookeeper에 매료되 하루에 세번이상은 꾸준히 해주고있답니다..
    9단계이상은 아직은 제게 무리인듯..

  • 16. 싱아
    '04.3.10 8:55 AM

    지뢰찾기라......
    세상에 모든 지뢰가 희망지뢰로 바뀌길 바라면 넘 욕심인가요?
    저 요즘 고스톱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 17. 최은진
    '04.3.10 9:02 AM

    미백님 대단하시네여... 초급은 이해되두 중급하구 고급의 기록은 이해안되여....^^ 우아~~

  • 18. gem
    '04.3.10 9:10 AM

    처음 컴을 접할 때 했던 게임이 지뢰찾기인데..^^
    전 게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요즘엔 회사에선 컴으로, 버스에선 핸폰으로 가끔씩 해요..
    어디선가 태교에 좋다고 해서...^^;;
    간만에 하니 재밌더라구요..
    다른 태교 하~나도 안 하면서 게임만 아~~주 가끔 하는 나쁜 엄마네요...ㅡ.ㅡ;;

  • 19. 라라
    '04.3.10 10:18 AM

    인생은 지뢰찾기!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 20. 정원사
    '04.3.10 10:23 AM

    저도 고스톱은 못치는데 돌려돌려 같은 중독성 게임은 아주 좋아합니다.
    어깨가 아픈 것도 사실은 그것 때문일지도 몰라요^^
    쥬키퍼는 10단계 쯤은 간단히 갑니다.
    게임하다보면 사람 사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 정말 많이하게 되요.
    그래서 아들놈 게임하는 것도 너그럽게 봐준다는^^
    근데 갸들은 쏘고 죽이고 자르고 하는 뭐 깨달을 것도 없는것 같은 게임만 하던걸요..
    그래도 지뢰찾기에서도 깨닫는 것처럼 갸들도 뭔가 깨닫겠지요?

  • 21. 깡총깡총
    '04.3.10 10:51 AM

    지뢰찾기 하는 방법을 모르겠어요.
    그냥 아무거나 누르는데..알려줄 사람도 없고 (바부팅)

  • 22. 혀니
    '04.3.10 11:05 AM

    아...준님...같은 거 하시네요...제가 이거 하고 있으면 울남편 어깨너머로 보면서 한마디 합니다...너 이거 아직도 하냐? ....음...그래요...자긴 겜의 달인이구...전 디아블로도 에디팅 죄해서 빠방한 캐릭터 갖구도 중간보스 못깨서 빌빌거리는 거의 겜맹수준의...
    근데요...정말 테트리스하구 마리오는 원판이 최고인거 같아요...요즘 마리오는 영...가슴에 와닿는 필이 없더군요...괜히 복잡하기만하구...단순하고 무식하게 동전을 모으던 마리오와 루이지가 그립습니다...

  • 23. 야옹냠냠
    '04.3.10 11:57 AM

    울 친정아버지..평생 아무 취미도 없는 분인줄 알았는데요.
    지난 명절에 친정집 가보니 달력 날짜 옆마다 숫자가 몇개씩 적혀있는거예요. 327, 253 이런 식으로 규칙도 없고 연관성도 없는 숫자들...저게 뭘까 남편하고 정말 열심히 궁리하다 여쭤봤죠.
    "내가 프리셀 해서 점수 난 거다. 300점대는 어떻고, 200점 대는 어떻고...."
    황당 그 자체였죠.. 그 연세에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으신게 다행이라 해야할지.. 아빠가 갑자기 귀엽게^^ 느껴지기는 했는데요. 너무 빠지시면 안될텐데...

  • 24. 안양댁^^..
    '04.3.10 12:39 PM

    ㅎㅎㅎ그 나즈막한 소리가 무서운거에요.....^^

  • 25. alex
    '04.3.10 1:06 PM

    울 아들 컴 게임에 너무 빠져있는것 같아
    같이하는 게임으로
    겨울방학때 고스톱이랑 훌라를 가르쳐 놨더니
    너무나 재밌어하며...울 남편이랑 저를 능가하더군요...
    방학내내...저녁먹고 TV 재미없을때
    바둑돌 40개씩 나눠가지고 잘 놀았죠..
    (일명 바둑돌 칩....흰돌은 500원짜리...흑돌은 100원짜리로...)
    기나긴 겨울방학동안 3식구 가족화합 잘 하며 논것 까진 좋았는데
    개학이 다가오자...
    울아들 하는말...
    "넘 재밌었어...화투랑 카드랑 학교가지고 가서 애들이랑 놀아야지"
    (º □ º);;;;;

  • 26. 팅클스타
    '04.3.10 4:08 PM

    프리셀은 울 엄마 치매방지용 겜
    지뢰찾기는 MS 직원들이 처음 접하고 다 미쳤었다는 말도 들었었던 것 같아요.
    저도 한 지뢰하죠... 아니 했죠...
    칠십몇초의 기록이....

    우리 아가들아 빨리 커라 엄마랑 PS로 붙자!!!
    지는 사람 오늘 저녁 설거지하기 ㅎㅎㅎ

  • 27. 임소라
    '04.3.10 5:20 PM

    좀 늦긴 했지만...... 죄송, 또 죄송합니다......
    쪽지가 온 줄도 몰랐습니다..............
    이럴수가..... 에휴..........................

  • 28. 여주댁
    '04.3.10 6:44 PM

    내인생에서 아직 남아있는 지뢰라...
    문득 두려운 생각이 드는 명제네요.
    힘든 일이 생길 때 이 말씀 떠올리기로 해야겠어요.
    지나가라 지나가라 ...이것이 마지막이길 ...중얼중얼...

  • 29. 선물
    '04.3.10 8:32 PM

    지뢰찾기를 통해서 본 우리네 인생사...
    감탄~^^

  • 30. 푸우
    '04.3.10 10:43 PM

    우왕 지뢰찾기에서 저런 심오한 철학을 끄집어 내시다니,,
    좋은 말씀이셔요,,

    근데,,게임 ,,,전 잡귀에 능하고 내기도 좋아하여,,
    온갖 게임은 다 해봤는데,,,지뢰찾기는 좀 지루하여 한번인가 두번 밖에 못해봤어요,,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한번 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게임 하면서 선생님의 지뢰철학도 생각하고,,
    태교에도 좋다고 하시니,,,ㅎㅎ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날짜 조회
522 너무 이쁜, 너무 신기한... 24 2004/03/31 9,358
521 바람부는 날의 [북어국] 26 2004/03/30 6,686
520 어느새, 10,000?! 45 2004/03/29 5,870
519 어떻게 응징해야 할까요? [배합초] 26 2004/03/28 7,459
518 상추 농사 23 2004/03/27 6,928
517 찜질방행 준비 끝!! [식혜] 39 2004/03/25 8,277
516 천리향 향내에 취해서 29 2004/03/24 7,611
515 대장금이 막을 내렸네요 27 2004/03/23 5,970
514 나는 엄마에게...[대구찜] 57 2004/03/22 8,228
513 포트럭 파티 뒷담화 37 2004/03/21 9,827
512 아닌 밤중의 데이트 [골뱅이 무침] 19 2004/03/20 8,673
511 [복어 매운탕]과 송여사 20 2004/03/19 7,762
510 잔인하여라!! 인간들...[골뱅이회] 24 2004/03/18 6,842
509 검은 봉다리 여인의 부활 39 2004/03/17 9,085
508 난생 처음 해본 일~~ 107 2004/03/16 8,945
507 움핫핫~~ 새 식탁 도착!! 46 2004/03/15 10,779
506 열려라 지갑!! 36 2004/03/13 7,698
505 2004년 3월12일.... 37 2004/03/12 6,117
504 潛水 끝~~ 이제 막 浮上~~ 62 2004/03/11 7,049
503 지 뢰 찾 기 29 2004/03/09 5,464
502 분재, 정들까요? 30 2004/03/08 5,501
501 살에 대해서... 31 2004/03/07 8,438
500 봄맞이 반찬 [봄동 겉절이] 24 2004/03/06 10,413
499 동해 백주 이야기 2 80 2004/03/05 7,835
498 동해 백주 이야기 113 2004/03/04 9,8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