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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복어 매운탕]과 송여사

| 조회수 : 7,762 | 추천수 : 111
작성일 : 2004-03-19 19:56:55
오늘은 현종님이 냉동상태로 보내주신 복어를 자연해동해서 복어매운탕을 끓였습니다.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음식인지라, 다소 흥분되어서 아침부터 멸치국물 잘 우려두고, 멸치국물이 뜨거울 때 양념장까지 만들어 뒀습니다.
뜨거운 멸치국물 반컵에, 고추가루 3큰술, 다진 마늘 3큰술, 국간장 1큰술, 소금 1작은술...이렇게 넣어서 고추장처럼 껄쭉하게 만들었구요.
오후에는 잠시 나가서 콩나물과 미나리도 사왔죠.

식은 멸치국물을 다시 팔팔 끓여, 콩나물과 무, 배추, 복어를 넣고, 양념장을 풀었어요.
복어의 시원한 국물이 잘 배어나올 만큼 충분히 끓인 후 다시 한번 소금과 국간장으로 간하고,
미나리를 넣고, 식탁으로 옮겨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물론 사진은 찍었는데, 국물이 끓으면 냄비 가장자리에 고추가루랑 마늘이 묻어 영 예쁘질 않네요...
그런 관계로 사진은 생략...


오늘 복어매운탕을 끓이면서, 예전에 회사 다닐 때 자주 가던 복집의 사장님인 송여사 생각 많이 했어요.
롯데백화점 본점의 종로쪽 맞은 편, 두산빌딩(지금도 그런지..) 근처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복집 몇군데가 있어요. 철철집, 황해복집 참복집 등등

그중 제 단골집은 참복집. 제 또래의 상냥하고 미인인 송여사 내외가 운영하는 집으로 매운탕 맛이 그만이죠.
야근 등으로 피곤할 때, 우선 복껍질무침으로 입맛을 돌게 하고, 매운탕 국물을 훌훌 떠마시고, 고기 건더기 건져먹고, 그리고 남은 국물에 볶아주는 밥까지 먹고나면, 기운이 펄펄나죠.
'일하면서 밥해먹기'에도 썼지만, 이 집 매운탕 하도 맛있어서,
"송사장님, 양념장은 어떻게 해야 이렇게 맛이 있나요?"
하고 물었죠.
첨에는 육수에 고추가루랑...이렇게 몇개 재료를 열거하더니...
"됐어요, 쓰는 기사나 써요, 매운탕 양념장은 나에게 맡겨두고.."
하더니 제법 큰 커피병으로 양념장을 한 병 줘서 어찌나 잘 먹었는지...
사실, 매운탕집에서 양념장은 일종의 사업비밀같은 건데, 그렇게 선뜻 주다니...

오늘 복매운탕을 끓이면서, 송여사가 준 양념장 생각이 간절하더라구요.
그때는 감히 집에서 복어매운탕 끓여먹을 생각을 못했어요.
재료 사러 노량진수산시장 갈 시간도 내기 어려웠을 뿐더러, 설사 노량진을 가서 재료를 구해온다 하더라도 복어매운탕을 제대로 끓여낼 자신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그저 평범하게 생태탕같은 걸 끓여먹으면서, 그 아까운 양념장을 다 써버렸어요.
복어를 사다가 제대로 한번 먹었어야 하는 건데...

회사를 그만 두고 나서, 회사 근처 음식 중 제일 그리운 것이 참복집의 복매운탕이었어요.
그래서 kimys랑 한번 갔었어요.
그때 그리 반갑게 맞던 송여사, 송여사가 보고싶네요.
송여사도 제가 요리책을 2권이나 냈는 지 알려는지...
자기 얘기가 책에 나온다는 걸 짐작이나 하려는지...
제가 끓이는 매운탕의 비결은 자신의 가게에서 맛본 복매운탕을 흉내내는 것이라는 건 꿈에도 모를텐데...

참복집 복매운탕도 그립고, 늘 아름다운 미소로 절 반갑게 맞아주던 송여사도 그립네요.
언제 시간내서  kimys랑 좀 가봐야겠어요.
오늘 복매운탕에서 약간 모자랐던 깊은 맛은 어떻게 내야하는 건지, 육수는 뭘 쓰는지, 양념장의 비밀은 뭔지...꼬치꼬치 물어보고 와야겠어요.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허니문
    '04.3.19 8:06 PM

    오호홋!!
    일등을 다해보고 오늘 정말 기분 좋네요..
    저도 복매운탕 무지 좋아해요..특히 식전에 주는 복껍데기의 쫄깃한 맛!!
    크으으 먹고싶다..

  • 2. 싱아
    '04.3.19 8:16 PM

    너무 맛있겠어요.
    복지리도 시원 하죠.
    저도 복껍질 무침 무지 좋아해요.
    송여사님도 샘을 그리워하실것 같은데요.
    원래 항상 오던 단골이 안오면 무지 궁금해 집니다......

  • 3. 오은영
    '04.3.19 8:24 PM

    아싸!이등도 기분조~타!
    복매운탕은 식당서만 먹을 것 같은데...
    복어는 웬지 무시무시한 느낌이 들어서...
    그래도 시원담백한 맛은 죽~입니더!

  • 4. 다시마
    '04.3.19 9:32 PM

    저도 광화문 근처에서 맛있게 복지리 먹어본 기억이 나네요. 결혼 전에요.
    남편, 지나치게 소심하야 복집 근처에도 못 가게 합니다.
    저도 현종님께 부탁해서 한 번 먹어 볼까 싶네요. 제 솜씨로 맛은 안 나겠지만
    그 방법 밖에는 당분간 복 맛을 볼 수 없겠기로... 복아~~! ㅠㅠ

  • 5. 귀차니
    '04.3.19 10:03 PM

    저도 남편과 데이트할때 복지리를 참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우리 남편이 복을 참 좋아하거든요.
    감히 집에서 할 생각은 못했었는데 선생님 덕분에 좋은 정보 얻었네요.
    잘먹겠습니다~ ^^

  • 6. 꾸득꾸득
    '04.3.19 10:31 PM

    저는 복불고기 좋아하는데...
    대구는 미성복어집이 유명해요...
    아,,나도 먹고 잡아요...@,.@

  • 7. jeea
    '04.3.19 10:37 PM

    나두 복어매운탕 먹고파라.. 둘째임신때 먹었던 복튀김도 아직두 가끔 생각이 납죠..
    근데 어부현종님네 복어두 파남요? .. 복어얘긴 못봤는데..

  • 8. 나루나루
    '04.3.19 10:45 PM

    어머 어머...이런걸 우연의 일치라고나 할까?
    지금 일산에서 복전문 요리집 "해강"이라는 곳에서 복지리 먹고 오는길이예요.
    시원한 국물맛에 반해서 정신없이 먹고보니 배가 아프도록 부르네요....
    내가 생각해도 이렇게 미련할수가....
    선생님글 보니 매운탕으로 한번 끓여봐야 겠네요....
    복껍질무침 맛있었어요...
    그런데 이상한맛이 나는것도 주는데 뭔지 물어보지는 말래요...

  • 9. 복사꽃
    '04.3.19 11:07 PM

    혜경샌님, 복매운탕 정말 맛있었겠네요.
    저도 작년 12월에 어부현종님께 친정선물용으로 복어를 주문했었는데요,
    복어지리를 해서 먹었습니다. 전 생물로 주문하여 친정아버지께서
    직접 손질하셔서 끓여주셨는데, 정말 맛있게 잘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부현종님께서 보내주신 복어는 참복어였는데,
    시중에서 사먹을려면 제가주문한 복어값의 4~5배는 주어야 한다는
    아버지 말을 듣고 깜짝 놀랐었답니다.
    유명한 복집 아니면 대부분 까치복어를 쓴다고 하더라구요.
    어부현종님께서 엄청 실하고, 싱싱한 참복어로 보내주셔서
    저희 친정아버지께서 많이 흡족해 하셨었답니다.

    친정아버지께서는 음식과 관련하여 워낙 아는것이 많으셔서
    감히 전 명함도 못내밉니다. 아버지께서 좋다고 말씀하실 정도면
    엄청 좋은 상품이라는 뜻이지요.

    아, 혜경샌님의 복매운탕 애기를 들으니 또 먹고싶어집니다.^^

  • 10. jill
    '04.3.20 1:35 AM

    복요리집에 가서 복어 껍질 안주는 집은 가짜래요..
    저는 해운대에서 살았는데 거기도 부산에서 꽤 유명한 할매복국집이 있어요.
    그 할매집에 가면 복매운탕을 주기전에 복어 껍질에 미나리를 넣고 새콤달콤 무쳐
    먼저 입맛을 돌게 해주었는데 처음엔 껍질을 어케 먹어..하다가 이제는
    복껍질 안주면 막 화냅니다..--;;
    복어는 또 회로도 먹는데 무지하게 쫄깃하고 감칠맛이 나더라구요.
    둘째 가지고 친정에서 입덧요양하면서 큰애랑 가서 먹었던 복국이 갑자기 생각나요..

  • 11. orange
    '04.3.20 9:15 AM

    저희 동네에는 된장 약간 풀어 끓인 된장지리로 유명한 집이 있어요.
    각종 야채랑 아욱 넣고 끓여주는데 무를 하트모양으로 깜직하게 넣어줘요.
    식당 분위기랑 안어울리게.... ^^
    현종님 복어가 참복이라니... 맛있겠네요....

  • 12. 풀내음
    '04.3.20 10:36 AM

    안녕하세요 선생님! 풀내음입니다.
    메일은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요?82쿡 메뉴 상단에 있는
    이메일(종지사항 있는곳) 클릭하니까 작은글씨로 잠시만요 나오고 클릭은 안되는데요.
    비번.아듸 확인도 못하겠고 메일은 어떻게 보내는지도 모르겠어요.

  • 13. 김혜경
    '04.3.20 10:58 AM

    풀내음님...제 이름이 초록색으로 나오죠? 제이름을 클릭하시면 메일 보내실 수 있어요. 해보세요.

  • 14. 풀내음
    '04.3.20 11:26 AM

    그렇게 하는군요.
    메일 보냈습니다.
    바보처럼 헤매고 다녔습니다.
    감사 드려요.

  • 15. 제임스와이프
    '04.3.20 1:26 PM

    샘님의 글도 음싱이야기도 넘 푸근하게 그려지네요....무엇이든 열심으로 하시는 모습 넘 흐믓합니다..^^*

  • 16. 백김치
    '04.3.20 7:14 PM

    저는요...클릭했더니...회원정보보기...이름으로검색...나오구요...
    회원정보보기에는 닫혀있어 멜이 안간답니다...
    그래...master@82cook.com...으로
    3월13일....3월 20일 두번 멜 보냈답니다...

  • 17. 김혜경
    '04.3.20 7:59 PM

    백김치님....번거로우시겠지만...kimyswife@82cook.com으로 다시 보내주시겠어요??

  • 18. 백김치
    '04.3.20 9:44 PM

    네...근데...벌써 보낸걸요...보셨을라나...?

  • 19. 김혜경
    '04.3.20 10:04 PM

    solche님이 백김치님??

  • 20. 백김치
    '04.3.20 11:43 PM

    네에




    네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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