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친정어머니의 간접화법 [모밀간장]

| 조회수 : 7,311 | 추천수 : 154
작성일 : 2003-06-11 20:35:58
대놓고 얘기는 못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저 친정어머니랑 장보러 가는 거 별로 내키지 않아요, 힘들거든요.
대형마트에 가면 저보다도 더 많이 장을 보시는데... "차(車)본 김에 사야지!"라며 온갖 무거운 거 다 집어담으세요. 기본이 설탕, 세제, 옥시크린,휴지, 간장 등등...
저희 집 것도 만만치 않은데 엄마네꺼까지 차에 실었다, 또 풀어드리기까지 하려면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니거든요.
또 시간도 몇배 더 걸려요, 전 건너 뛰어도 되는 코너앞에서 한참 서서 고르시고, 난 시간 아까워 죽겠는데...

그런데 어쩔 수 없는 것이, 대학교수인 며느리는 너무 바쁜 관계로 자주 같이 갈 수 없고, 물론 이따금 올케가 해드리기도 하고 오빠가 모시고 가기도 하지만 저처럼 자주는 아니죠.
그렇다고 집에 한대뿐인 차, 즈그 신랑이 끌고 나고 뚜벅이 신세인 우리 강미중이 해드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속으로는 투덜거리며, 겉으로는 즐거운 양 연기를 하면서 마트에 모시고 가곤 하는데...

저어~번에는 같이 하나로클럽을 갔어요.
이리저리 카트를 끌며 둘이 장을 보는데 마침 묵 코너 앞을 지나치게 됐어요. 울엄마 묵을 보시더니 혼잣말 처럼 "아이, 묵은 안사!!" 하시는 거에요. "왜 사지, 작은 올케 좋아하는데...주말에 오잖아"하니까 지나가는 말처럼 "니가 쒀준 도토리묵 먹다가 산 거 못먹겠드라!"하시는 거예요.
칭찬은 칭찬인데 마냥 좋아만 할 수 없더라구요, 쒀오라는 얘기잖아요.

그래서 몇주 지나서 땀 삐질삐질 흘려가면서 도토리묵 도시락에 하나  가득 쒀서 가져다 드렸어요.
그런데 이번엔 뭐라고 하는 줄 아세요??

"니가 작년에 만들어다준 모밀 간장 , 그거 어떻게 만들었니?"
"왜?"
"얘, 파는 것보다 훨씬 맛있드라"
"맛있음, 엄마가 만든다고??"
말이 돼요? 부러진 오른손 팔목, 아직도 시원치 않은데 뭘 모밀간장을 만들어요.
맛이 있다니까, 아버지가 모밀국수 잘 잡숫는다니까, 어제 밤에 기쓰고 만들어서 오늘 아침에 락앤락 길쭉한 통에 담아놨어요. 가져다 드릴려구요.
담으면서 찍어먹어보니 진짜 맛있긴 맛있네요.


제가 만든 모밀간장은요... ddalkimom님이 올려주신 걸 참고로 했어요. 물론 요대로 하려고 했는데 재료가 모자라서... ddalkimom님의 오리지널 레시피는 키친토크에서 검색하시구요...
작년에 만든 건 최경숙선생님 레시피였던 것 같은데 최고의 요리비결에서 본 거, 하여간 그때도 다시마랑 멸치랑 표고 불린 물로 했거든요, 딸기맘님 레시피가 지난해 것과 비슷한 것 같아서 그걸로 한 건데...

요기는 제가 한 대로 올려볼게요.

재료: 멸치 60g, 다시마 50g, 표고60g,간장 4컵, 미향 5컵,청주 2컵, 가쓰오부시 50g, 참치액젓 반컵, 설탕 2큰술, 혼다시 6큰술, 육수본 조개맛 1큰술.

재료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딸기맘님 레시피의 두배에요. 그런데 문제는 가쓰오 부시가 엄청나게 모자랐고(필요량의 40%밖에 없었거든요), 맛술도 모자라고, 멸치다시다는 아예 없었던 거죠. 그래서 모자라는 가쓰오부시를 참치액젓으로 보충했고, 모자라는 맛술 대신 청주를 더 넣었으며 조개맛 육수본을 멸치다시다 대신 넣었는데...

게다가 단계별로 재료를 넣은 게 아니라 가쓰오부시를 제외한 모든 재료를 한꺼번에 넣은 다음 저어가며 5분 이상 끓인 후 가쓰오부시를 넣었어요. 저 요새 아주 젓는데 재미들였다니까요!!
가쓰오부시를 넣을 때는 반드시 불을 끄고 넣은 후 가쓰오부시가 가라앉고 나면 다시 불을 커야해요. 이렇게 한 후 10분 정도 아주 약한 불에 더 끓였어요. 그리고 체에 받쳤는데...

우와, 맛 죽음이네요.
마른 메밀국수 삶아서 요기다가 찍어먹으면 정말 더위가 물러갈 듯...
작년에 만든 거 양쪽 집에 아직 조금씩 남아있으니까 그거 다먹고 요거 먹으면 진짜 짱일 것 같더라구요.

그러고 보니, 제가 또 친정엄마의 간접화법에 농락(?)을 당한 셈이 됐는데...
뭐 그런 시조 있죠, 국어책에 나오던...
'반중 주홍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유자 아니라도 품음직하다만은,
품어가 반길 이 없으니 그를 설워하노라'
제가 모밀간장 품고 가면 반길 친정부모가 있으니 이만으로도 족한 거죠?!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김새봄
    '03.6.11 9:11 PM

    하하하하~ 모든 어머니들이 그러신가보네요.
    저희엄마도 가끔 그러시거든요.그런데 저는 혜경샌님처럼 착하지 않아서
    모르는척 재료만 사다드릴때가 있어요.
    그러면 지청구를 듣지요.넌 나이를 얼루 먹었니..아휴..이걸 언제 다해..
    또는 이걸 내가 직접 해 먹으리?

    그런데 재미있는건 동생이랑 저랑 다른점이에요.
    동생은 여우과구요 전 곰과라서 그런지 몰라도
    동생은 웃으면서 애교로 재료만 사다놓거나
    지들집으로 엄마 오시라 그래놓고
    오늘 그거 만들까 이렇게 넘어가구요.
    전 엄마한테 한소리 들으면 죄송하고 그래서 또 기를쓰고 해 가구요.

    그게 차이점이랍니다.말이 별로 없는 아버지도 그러시더라구요.
    봄이가 사골을 샀는데 많아서요 좀 가져갈께요 그러면
    완성된 사골국물이랑 파 썰어진게 오고 별이가 그런얘기를하면
    꽝꽝 얼은 사골만 달랑 갖고 온다구요.

    그래도 샌님 말씀대로 그래도 반길 부모님이 게신걸로
    감사드리고 행복해야하는거.공감이 가요.

    오늘엄마한테 전화 못한거 내일은 꼭 드려야 겠어요.

  • 2. 커피우유
    '03.6.11 9:26 PM

    선생님 질문 좀 드릴께요
    ddalkmom님 레시피를 따라 할려 하는데.. 표고는 말린걸 쓰는 거죠? 그리고 혼다시는 없는데
    뭘로 대체 하면 좋을까요?
    그리고 오늘 방송 잘 봤습니다 ^0^
    그런데, 볼에 살이 쪽 빠지신거 같아요.. 요즘 무리하셨나요?

  • 3. 딸기우유
    '03.6.11 9:30 PM

    저도 질문이요.
    재료들을 g으로 표시하셨는데.. 대충 어느 정도 예요?
    저울이 없어서리.....
    멸치 60g이면 한줌 인가요?

    아 글고, 딸기맘님은 물과 1:2로 섞어먹는다했는데, 선생님 레시피도 물과 섞어먹는거겠죠?

  • 4. 한울
    '03.6.11 9:44 PM

    저도 혜경 언니처럼 가끔씩 큰 시장(가락시장 같은곳)에 엄마가 장본다고 하실 때 끌려(?) 다녀요. 보통 셋(엄마,저,남동생)이서 가는데 제가 맡은 역할은 도우미 역할이에요. 좋게 말해서 도우미구요. 실은 힘쓰는 역할이죠. 남동생은 뭐하냐구요? 차 운전해주는 역할이죠. 시장에 엄마와 저 내려주고 장 다보고 올때까지 차 안에 앉아 기다리죠. 저요. 장 다볼때까지 이리뛰고 저리뛰고 해요. 엄마가 손이 크셔서 이것저것 많이 고르시면 재빨리 가지고 차까지 뛰어 갖다 놓고 오는 걸 몇 차례 해야 장보기가 끝나거든요. 가끔씩 짜증이 나서 엄마께 절 무슨 용도로 데려왔냐고 물어보면 당연히 돌아오는 대답은 노가다용이라나요? 그럼 전 포기하고 열심히 뛰죠. 그대신 돈 안들이고 제가 필요한 것도 조금씩은 얻을 수 있죠.(이것 덕분에 아무 소리 안하고 엄마 시장 가실때 따라가는지도...)
    그런데 다릴 다친 후 부터는 시장 가자는 말씀을 잘 안하시네요. 저 이제 다 나아서 도우미 역할 자알 할 수 있는데...
    그래도 뭐니뭐니 해도 엄마가 건강하신게 제일 맘이 놓이네요. 한동안 아프셔서 힘들어하셨는데...저희 엄마께도 이 싸이트 알려드렸는데 들어와보시기나 하셨는지...
    혜경언니 덕분에 엄마 생각 한 번 더 하게 되네요. 생각난김에 전화 드려야겠어요.

  • 5. 금빛새
    '03.6.11 10:28 PM

    혜경님 정말 부지런하시네요
    한 순간 순간을 열심히 채우시는 혜경님.......
    오늘도 많이 배우고 갑니다.

  • 6. 김혜경
    '03.6.11 10:33 PM

    금빛새님 반갑습니다. 자주자주 흔적 남겨주세요.

  • 7. 김수연
    '03.6.11 11:32 PM

    아.. 정말... 이럴 때 열등감 팍팍 느낀다니까요... 난 왜 이렇게 고지식할까...
    최경숙씨 레서피대로 하느라 멸치다시다 한숟가락 정도 때문에 한봉지 샀는데, 나머지 어떻게 하냐고요... 정말 혜경님 따라가려면 머~~얼었어요.

  • 8. 딸기우유
    '03.6.11 11:50 PM

    혜경님..
    아 코렐 머그잔에 꽉꽉이 60g되었다구요.
    음.. 그럼 대충 그 잔에 채워서 눈대중으로 해야겠네요.

    그리고.. 표고요.
    채썰어져 있는 표고인데.. 그걸 그냥 사용해도 되죠??

    그리고그리고 ^^; 혼다시 대신 가쯔오부시만 사용한다면 많이 넣어야 한다구요..
    가쯔오부시만 한봉지 다 넣어도 되겠죠? 혼다시 안쓰고?
    질문이 많아서 죄송~ ^^;;;;

  • 9. 옥시크린
    '03.6.12 12:24 AM

    저두 요리 잘해서 혜경샘님처럼 친정,시댁에 맛난거 많이 해드리고 싶어요.
    그때가 언제쯤이 될런지....
    그리고, 방송봤는데요, 제가 보기엔 힘드셨는지 얼굴이 부어보이던데요?
    새우고추장찌게 정말 간단해서 저희도 잘 해먹고 있어요.. 또 한번 감사!!

  • 10. 김효정
    '03.6.12 9:51 AM

    아~ 모밀국수 맛있겠네요.
    저 여기서 모밀국수장 보고 한 번 해볼까 싶어서 남편한테 물어봤어요.
    내가 모밀국수장 만들면 여름내내 맛있게 먹을거에요? 했더니
    그런거 한 번 먹으면 땡이지 뭘 질리게 맨날 먹냐? -_-;;

    그래서 그냥 여기서 맨날 글 읽으며 맛있겠다~ 하구만 있네요.
    에휴~

  • 11. 나혜경
    '03.6.12 11:28 AM

    가스오부시 5년된거 한 봉지 있는데 써도 될까요?
    봉지가 약간 빵빵 해지긴 했는데.
    아직 못 버리고 있어요. 새거라...
    버려야 할까요?

  • 12. ddalkimom
    '03.6.12 12:28 PM

    여름에 너무들 잘 먹는 모밀장이라서 올렸는데.. 제이름 나오니까 진짜 반갑네요...
    점심시간이라 들어왔는데...
    모밀장 순서는 대충해도 되는데 젊은 엄마들 진짜 얘기해도 잘 못알아듣더라구요.... 관록이붙은 주부들은 알아서 없음 그냥하구 대충대충 이말 진짜 좋아요..
    요리는 모방하면서 새로운 창작을 시도하는거라 무긍무긍한게 재미있는것 같애요...
    여러분들 대충 넣고 하세요....
    저도 좀있음 대부대 손님 초대하는데 이 모밀장으로 식후의 입가심으로 할려구요..

  • 13. 푸우
    '03.6.12 6:11 PM

    전 잘하지도 못하면서 대충대충(성격이 그래요..그냥 ..)하니까 맛이 이상할때도 있구, 어떨땐 내가 했나 싶게 맛있을때도 있고...
    나두 만들어봐야징..
    궁금한거 있음 물어볼께요..

  • 14. 상은주
    '03.6.12 6:57 PM

    입맛도 없는데 모밀이 땡기네~~

    맛나겠당.. 언니 효녀네요..

    엄마의 화술은 못당하지만, 언니가 참 잘하신다는 생각이 막 들어요..

  • 15. 주현
    '03.6.12 8:08 PM

    저희 엄마도 메시지를 늘 넌즈시 전하시는 편이에요.
    그리고 결국은 당신이 원하시는 바를 채우시지요.
    그 맘을 알아채면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거절하기도 했는데
    엄마에게 좀더 상냥한 딸~이 되어야겠어요.
    반성^^ 엄마 미안... 미안...

  • 16. 김혜경
    '03.6.12 11:02 PM

    커피 우유님 방송 보셨어요? 저도 지금막 9시30분꺼봤어요,친정아버지가 그러시더래요, "오늘은 내딸 같다"고..., 지난번엔 김원옥씨 딸이었는데 이번주는 김윤기씨 딸이라나요??호호.
    표고는 물론 말린 거 쓰구요, 전 줄기 안 떼어내고 통으로 썼어요.
    혼다시는요, 대체하기가 좀 그래요. 혼다시가 가쓰오부시를 더 쓰기 편하게 조미료화 한 건데 혼다시를 안넣으려면 가쓰오부시를 아주 많이 넣어야 하는데...요새 육수본이든가? cj든가? 하여간 국산도 가쓰오맛 조미료나오니까 국산으로 쓰세요.

    딸기맘님 질문보고 부지런히 부엌으로 나가서 코렐 머그잔에 담아봤더니 꽉꽉 눌러 담으니까 60g이 되네요. 한줌보다는 많지 싶은데요.
    아, 네 물론 저도 물에 타서 쓰죠. 그리고 요 모밀간장을 섞어서 메추리알 조림이나 멸치볶음 하면 맛있어요 .

    딸기우유님 표고버섯 채 넣어도 되지만, 표고버섯채 그렇게 쓰기는 좀 아까운 듯...불려서 전부치면 맛난데..., 그리고 가쓰오부시 한봉지라 하더라도 그렇게 많지는 않을텐데...혼다시를 사시는 편이 싸게 먹힐 듯. 혼다시도 일제 말고 국산 사면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것 같은데요.

  • 17. 잠비
    '13.9.9 12:52 AM

    오늘은 늦게 들어오는 아들을 기다리며 오래 전의 답글을 읽고 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섭섭하게도 잠비가 등장하지 않네요.

    벌써 10년이나 지나버린 이야기를 읽으니 괜히 비밀스럽고 재미있습니다.
    아이가 들어올 때까지 타임머신 놀이를 하렵니다. ㅎ ㅎ ㅎ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날짜 조회
247 돈까스집의 맛 비결!! [돈까스] 16 2003/06/17 9,846
246 루테리가 쎄네요!! [홈메이드 요구르트] 17 2003/06/16 6,590
245 이름 모를 찌개 [쇠고기버섯찌개] 16 2003/06/16 6,265
244 맨손으로 칭찬받기 18 2003/06/15 6,268
243 [버블티] 흉내내기 24 2003/06/14 7,303
242 自虐日記 25 2003/06/13 6,949
241 체리님의 궁금증 18 2003/06/12 6,092
240 친정어머니의 간접화법 [모밀간장] 17 2003/06/11 7,311
239 Best Friend 의 선물 19 2003/06/10 6,921
238 [오이지]의 추억 28 2003/06/09 9,955
237 싱크대는 나의 힘 46 2003/06/08 11,905
236 매실의 계절은 끝나가고~~[매실잼] 20 2003/06/07 9,608
235 그릇장 구경 다시 하세요 45 2003/06/06 19,825
234 빨리 내일이 왔으면... 11 2003/06/05 5,556
233 기분이 꿀꿀한 날, [낙지미나리강회] 33 2003/06/04 5,511
232 혼자 보기 아깝네요 18 2003/06/03 9,348
231 [냉커피] 맛나게 타기 33 2003/06/02 14,821
230 귀찮지만 맛있는 [산채 비빔밥] 12 2003/06/01 7,548
229 어머니 생신 저녁을 마치고 8 2003/05/31 7,525
228 은영님을 위한 [쌀국수] 4 2003/05/30 5,436
227 벌써 주말이네요[냉콩나물국수][청양고추라면] 7 2003/05/30 5,732
226 고사리밥을 넣은 [조기찌개] 15 2003/05/29 5,672
225 오늘 경희농원에 다녀왔습니다 19 2003/05/28 5,967
224 내가 잘 한 3가지 81 2003/05/27 8,088
223 오늘 feel이 꽂힌 것 17 2003/05/26 7,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