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오늘 경희농원에 다녀왔습니다

| 조회수 : 5,967 | 추천수 : 130
작성일 : 2003-05-28 23:55:19
오늘 제가 하루 종일 조용해서 궁금하셨죠? 저 경희농원 다녀왔어요.
이거 누구누구 같이 다녀왔다고 하면 다른 분들이 서운하실 것 같긴 하지만..., 고백할게요, 솔직한 게 제 컨셉이니까...
녹번 지하철역 플랫폼에서 수연님 만나가지고 강남고속터미날 앞에서 orange님 차 타고 다녀왔어요. 물론 더 많은 분들과 갔으면 좋았겠지만 일단 제가 한번 다녀와야, 많은 분들과 함께 갈 수 듯하여...

솔직히 갈 때는, 걸리는 시간이나 좀 체크하고, 가는 길 확인하고, 진짜 무공해 자연산들인지 내 눈으로 보고, 그리고 작약꽃 향이나 좀 맡아야겠다 했는데...고사리 꺾을 생각 눈꼽만큼도 안했습니다. 그러니까 몇벌 안되는 외출복 바지 입고 나섰는데...

고속터미날 앞에서 승용차로 3시간반쯤? 1시간만 덜 걸리는 거리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좀 있긴 했지만 갔더니 정말 좋더라구요. 사장님, 두영이오빠, 제가 고등학교 때보고 못봤으니까 거의 30년만인데, 며칠전에 만난 사람처럼 여전히 친근하고, 산 이곳저곳을 구경시켜주셨어요. 구경을 하면서 우리 82cook식구들과 함께 할만한 행사들이 마구마구 머리를 때리고...

산구경하고 산채가 가득한 점심을 먹고 나서, 밥 진짜 많이 먹었어요, 밥 양으로 치면 제가 2~3일 먹어야할 밥을 한끼에...
밥 먹고 나선 황토방(진짜 끝내주는 황토방이 있더라구요)에 종이박스를 깔고 잠시 쉬었더랬는데...., 그리곤 오려고 했는데...
아, 우리 82cook의 새로운 스타 꽃분이모가 고사리 따러가야 한다며 장화도 신기고, 어거지로 지팡이도 쥐어주고...





전 고사리가 그냥 밭처럼 펼쳐진 곳에 좌악 펼쳐져 있는 줄 알았어요. 근데요...어머 이건 등산도 그런 등산이 없네요. 저 등산 무쟈게 싫어 하잖아요. 내려올 걸 올라간다고...
그런데다가 꽃분이모는 귀신같이 찾아내는 고사리, 제 눈엔 안보이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무 아래 수줍은 색시처럼 삐쭉서있는 고사리들이 보이고, 그 고사리 꺾는 재미에 외출복 바지 모두 뜯겨서 회생불능의 상태가 되는 것도 모르고...꺾다보니 그 가파른 산허리를 어찌 올라왔는지..., 그리곤 또 딴 고사리로 주머니 채우는 재미에 또 그 가파른 산을 내려오고..., 고사리가 좀 많은 자리를 만나면 "심봤다!"를 외치고... 오늘 살 2㎏은 빠졌을 듯...





고사리는 한번 끊어주면 다시 그 자리에서 또 나온데요, 그런데 끊어주지 않으면 잎이 펴버려서 그해는 고사리 순을 얻을 수 없고...그러니까 경희농원가서 마구 꺾어와도 미안할 건 없겠더라구요.
물론 고사리가 살고 있는 산에 진동하는 더덕향에 취해서 두영오라버니가 애써 가꾼 더덕밭을 난도질하면 안되겠지만요.

꽃분이모가 고사리 삶아서, 주물러서 연하게 해주기까지 한 고사리랑, 감식초랑 얻어가지고 왔습니다.
좋은 공부도 했구요.
좀 펴버린 고사리를 고사리밥이라 부르는데 이 고사리밥을 넣고 된장찌개 끓이는 법이랑 고사리조기찌개법이랑, 그리고 좋은 곶감 구별하는 방법이랑...
그리고 오늘 먹은 반찬들, 능이버섯나물, 싸리버섯나물, 밤버섯나물, 다래순나물, 그리고 꽃분이모가 저희가 도착하자마자 따온 취로 만든 나물...아, 말로 설명할 수 없네요.

정말 오랫만의 즐거운 소풍이었다고나 할까요.
고사리는 그렇게 지천이면서도 꺾을 일손이 모자라대요. 4월15일 정도면 산에 다른 풀 없이 고사리만 펼쳐져있어 따기 쉽다니까 내년 그맘때 우리 모두 몰려가서 산채로 차려진 건강밥상으로 점심을 먹은 후 고사리 왕창 꺾어서, 반은 우리가 갖고 반은 점심값으로 거기 주고 오면 꿩먹고 알먹고, 누이좋고 매부좋고, 도랑치고 가재잡고 이겠더라구요.
하여간 경희농원 두영오라버니 잘 궈 삶으면 올여름에도 82cook식구들을 위한 행사를 마련할 수도 있을듯...기다려주세요, 머리속 아이디어들을 정리해서 일을 만들어 볼 모양이니까요.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문경희
    '03.5.29 12:37 AM

    오늘 정말 더운 날씨였잖아요.
    올여름은 도대체 몇개월이나 될까를 걱정하며 보낸 하루였는데 혜경샘은 진짜 멋진 체험을 하고 오셨군요. 넘 부럽습다!!!!
    새삼스레 외할머니가 따다 올려주신 맛있는, 정말 맛있고 쫄깃한 고사리의 그 향이 코끝을 스치는 것 같아요....
    풀숲사이 고사리는 초딩시절 소풍가면서 유달리 그늘지고 습진곳에 신기하게도 돌돌 말린 잎사귀를 본 적이 있거든요. 넘 예뻤던 기억......

    말하자면 오늘은 헌팅삼아 다녀오신거군요. 이벤트 빨리 만들어 주세요.
    산구경도 산채점심도 등산도 고사리채취도 그리고 작약꽃구경도 넘 해보고 싶어요.
    .
    .
    아고,,,,,이 야심한 밤중에 웬 들뜸입니까,,,,

    덕분에 쬐금더 행복해 지는 것 같아요

  • 2. 아짱
    '03.5.29 12:47 AM

    엄마랑 신랑이 장화신고 가방매고 따러가던 모습이 떠오르네요
    신랑이 고사리 꺾다가 더덕밭 망쳐놓은거 아닌가 쬐끔 찔려하고있었는데..
    (신랑이 한덩치해서요)
    다행히 조금 올라가다 금방 내려왔지만요...

    사실 지난번 갔을때 일꾼들을 사서 할만큼 일이 많은데
    놀다만오면서 한아름 선물까지 받아서
    죄송하고 염치없더라구요

    자원봉사하고 친목도모하고 맛난밥먹구 좋은공기에 건강해지구
    82식구들이 한번 떠야겠네요
    아이,기대되어라...

  • 3. 옥시크린
    '03.5.29 12:58 AM

    너무 좋으셨겠어요.. 저두 등산은 별론데요, 몇년전 북한산 정상까지 올라가자라는 회사동료들의 꼬임에 갔다가 도중하차 하고싶은 마음 굴뚝 같았는데 정말 오기로 이 악물고 다리알통 세우며
    정상까지 올라갔더랬어요.. 올라가니 성취감,해냈다는 자신감. 올라오길 잘했구나.. 많이 뿌듯했었죠.. 샘님이 등산 얘기 하시니 옛날 생각 나네요..

    아~~ 나두 등산도 하고, 고사리도 구경하고잡당!

  • 4. damiel
    '03.5.29 1:28 AM

    우하하~ 세상에... 등산이라면 머~언 분이 장화에 지팡이 까지 짚으시고...우짭니꺼? 몸살나믄...
    성격도 급하셔라... 12시가 넘었는데.. 사진까지 ...피곤하실텐데요. 낼 올리시지...
    아마 82cook에 대한 열정이시겠죠?
    항상 열심히신 혜경님 보면 제가 없던 힘도 난다니깐요.
    히히.. 근데 위에 사진요, 꽃분이모님 뒤로 혜경님..orange님..수연님.. 맞나요?
    주머니 크기로 봐선 혜경님이 고사리 욕심이 젤 없으셨나 봐요..
    저도 애낳고 살다보니깐 예전엔 입에도 안대던 나물이 왜그리 맛나는지...쩝쩝..아~ 정말 맛있는 밥상이 그려집니다. (에잉~ 이것도 사진 담으시지...^^ )
    혜경님과 장시간 운전에 피곤하실 orange님이랑 수연님도 푸욱 주무시구요, 후기 기대할게요.

  • 5. 꾸기
    '03.5.29 7:06 AM

    혜경님
    얼렁 두영오라버님 자알 구워 살므세요..
    이 아침 싱그러운 초록을 보니 불끈 힘이 나는 걸요..
    넘 행복했겠어요^^

  • 6. 쭈니맘
    '03.5.29 7:52 AM

    아~~~가고싶어라~~~
    사진으로 보니 더 가고싶네요...
    갈수없으니 더더욱 가고싶구요...
    울 아들내미 데리고 가기엔 넘 힘들것 같고...
    담에 그냥 밥먹으러 함 가봐야 겠네요.....
    좋은 하루보내셨네요....
    부러비~~~

  • 7. 강윤비
    '03.5.29 8:16 AM

    어쩐지 너무 조용하다 했어요...
    무슨일 있나 싶었더니 거길 갓다오시ㅡㄴ라~~~

    기대 만빵으로 하겠습다.

  • 8. jasmine
    '03.5.29 8:48 AM

    하루종일 비오라고 고사를 지냈건만, 비는 안 오고.......낮쯤 되니 푹푹 찌길래 고사리팀 고생 좀 하겄네....ㅎㅎㅎ........ 못 가서 심통이 났답니다.

    날씨땜에 고생은 좀 하셨겠어요. 그래도 즐거우셨겠다. 아!!! 부러버라!!!!!

  • 9. 꽃게
    '03.5.29 9:50 AM

    에구..
    모르고 있었기에 다행이지 엉덩이 들썩거릴뻔 했잖아요.
    자스민님은 안가셨어요???
    저도 일요일에 태안 학암포 부근으로 고사리 뜯으러 갈거거든요.
    순전히 효도차원에서 울엄니랑, 친정부모님 모시고...

  • 10. 주현
    '03.5.29 10:37 AM

    어쩐지.. 어쩐지..
    저도 다음엔 데꾸 가세요. ^^
    근데 몸살 안나셨나요?

  • 11. 쌀집
    '03.5.29 10:57 AM

    저희 얼마전에 시어머님이 절 주시려고 비오는날 산에 가셔서 꺽어오셔어 말려서 보내셨드라구요.
    처음에 안주셔도 되는데 왠 청승스리....했는데 너무 고맙고 미안한거 있죠.
    저도 시간나면 산내음 물신나서 경희농원 다녀오고 싶은데 여기서는 3시간 반도 더 걸리서 아쉽네요....

  • 12. khan
    '03.5.29 11:37 AM

    좋은 나들이 하셨습니다.
    제경우는 서초나들목 근처 집에서 2시간 30분이 걸리지않았는데.....
    시간이 많이걸리셨네요.
    저역시 돌아오면서 할줄은 모르지만 시간나면 일손을 돕고싶다는 마음 간절했는데....
    다음기회가 됨 , 낑겨주세요.

  • 13. 엘리사벳
    '03.5.29 11:42 AM

    안녕하세요!
    우연히 서점에서 '일밥'을 발견하곤, 보물을 찾은 심정이었는데...
    그 책으로 인해서 이 사이트에 들어오게 된게 제 인생에서 두번째로 잘한 일 같네요.
    회원 가입은 안했지만, 매일 들어오긴 했거든요...그러다가, 너무 얌체같은 생각이 들어서, 오늘에야 가입합니다. (사실, 이제 점점 82cook 식구들을 위한 행사가 많아질 것 같아서, 저도 한 자리 끼이고 싶다는 응큼한(?) 생각도 한 몫 했지만요..^^)
    그나저나 혜경님, 저도 등산이라면 내려올걸 기어이 왜 올라가냐는 주의인데...
    고사리에 혹해서 그 힘든 등산을 하시고, 혹시 몸살은 안 나셨는지요...

  • 14. 장돌모
    '03.5.29 11:50 AM

    어쩐지 --
    궁금혔는디----
    근데 알고나니 -
    삐짐- 저도 데리고 가지---

  • 15. 푸우
    '03.5.29 1:13 PM

    내년에도 가실꺼죠? 저 내년엔 우리 현우데리고 갈래요!!

  • 16. orange
    '03.5.29 2:39 PM

    덕분에 좋은 여행이었습니다.

    길도 없는 산엘 그렇게 겁없이 올라가 보기는 첨이었네요...
    근데 삐죽이 올라온 이쁜 고사리가 보이면 안 올라갈 수가 없었다는.....
    생각해 보니 꽤 가파른 산이었어요.... 올라가기는 올라갔는데 내려갈 일이 암담했거든요....
    햇살은 따가웠지만 산바람이 얼마나 부드러웠다구요.... ^^
    올라갈 때 흘린 땀이 다 식더군요.....
    오랜만에 예쁜 하늘 구경도 다 하구요....

    뭣보다도 꽃분이모의 인심에 감사했구요.... (꽃분이모의 미소가 내내 기억에 남네요)
    이두영 사장님께도 감사드려요....

    집에 오자마자 따온 고사리 맛 좀 보자는 아들넘 땜에 육개장 끓이구.... -_-;;
    내내 작약꽃 향기에 취해 있습니다.....

  • 17. 사라
    '03.5.29 3:47 PM

    그럼 이젠 가면 고사리 찾기가 좀 힘들까요?
    친정 부모님이 얼마 전에 어느 목장에 가서 고사리 잔뜩 캐왔다고 하시길래
    제가 아는 곳도 있어요.. 하면서 한번 모시고 갈까 생각했거든요.
    (저희 남편이 고사리 킬러라서 안 떨어지게 두려고 하는데, 요즘엔 친정 부모님이
    꽁꼬로 캐오신 고사리를 제가 또 꽁꼬로 받아 와서 잘 먹고 있답니다.
    떨어지기 전에 또 갖다 놔야 해서.. 경희농원으로 가 볼까 싶었는데.. ^^)

  • 18. 영스 지킴이
    '03.5.29 5:43 PM

    고사리 뜯으셨다는데.. 고사리 먹어보기만 해놔서...
    봄에 엄마랑 쑥 뜯던 생각밖에 안나네요...
    에구... 이렇게 관심이 없다니...
    여하튼간... 몹시 부럽습니다. 엄마가 그런 거 되게 좋아하시는데...
    엄마도 부러우시데요...

  • 19. 잠비
    '08.6.15 9:48 PM

    고사리 꺾으러 가는 뒷모습이 ~~~ㅎ ㅎ
    경희농원 나물은 가끔 주문해서
    냉동실에 두고 급할 때 꺼내 먹으니 편해요.

    올해는 지리산 고사리 얻어 먹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날짜 조회
247 돈까스집의 맛 비결!! [돈까스] 16 2003/06/17 9,846
246 루테리가 쎄네요!! [홈메이드 요구르트] 17 2003/06/16 6,590
245 이름 모를 찌개 [쇠고기버섯찌개] 16 2003/06/16 6,265
244 맨손으로 칭찬받기 18 2003/06/15 6,269
243 [버블티] 흉내내기 24 2003/06/14 7,304
242 自虐日記 25 2003/06/13 6,949
241 체리님의 궁금증 18 2003/06/12 6,093
240 친정어머니의 간접화법 [모밀간장] 17 2003/06/11 7,315
239 Best Friend 의 선물 19 2003/06/10 6,922
238 [오이지]의 추억 28 2003/06/09 9,957
237 싱크대는 나의 힘 46 2003/06/08 11,906
236 매실의 계절은 끝나가고~~[매실잼] 20 2003/06/07 9,609
235 그릇장 구경 다시 하세요 45 2003/06/06 19,829
234 빨리 내일이 왔으면... 11 2003/06/05 5,556
233 기분이 꿀꿀한 날, [낙지미나리강회] 33 2003/06/04 5,511
232 혼자 보기 아깝네요 18 2003/06/03 9,348
231 [냉커피] 맛나게 타기 33 2003/06/02 14,829
230 귀찮지만 맛있는 [산채 비빔밥] 12 2003/06/01 7,548
229 어머니 생신 저녁을 마치고 8 2003/05/31 7,528
228 은영님을 위한 [쌀국수] 4 2003/05/30 5,436
227 벌써 주말이네요[냉콩나물국수][청양고추라면] 7 2003/05/30 5,735
226 고사리밥을 넣은 [조기찌개] 15 2003/05/29 5,672
225 오늘 경희농원에 다녀왔습니다 19 2003/05/28 5,967
224 내가 잘 한 3가지 81 2003/05/27 8,090
223 오늘 feel이 꽂힌 것 17 2003/05/26 7,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