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가장 친한 친구랑 오전 9시30분에 만나서, 같이 양평동 코스트코에 가서 친구 쇼핑하는 거 도와주고, 친구네 집에 데려다 줬어요.
저희 집은 녹번동 , 그 친구는 수색동, 가까이 사니까 이런 건 참 좋아요.
걔네 집에서 이런 저런 사는 얘기하면서 놀았어요. 오늘 우리들의 결론,'사람사는 거 뚜껑 열고보면 다 똑같다, 그저 건강을 감사하면서 이만큼 화목한 가정 꾸리는 걸 감사하면서 살자'였어요.
그리곤 나오려는데, "너 이거 안가질래?"하더니 의자를 딛고 올라서서 뭔가를 꺼내는 거 예요.
"뭔데?"
"전에 친정 엄마가 주신 건데 나보다 네게 더 필요할 듯 해서..."
"엄마가 주신 거면 간직해야지!"
"아냐 너 주고 싶어, 넌 요리 하잖아"

친구가 보자기에 싸여진 걸 주섬주섬 푸는데 보니까 은도금이 된 부페용 냄비에요. 아래에 고체연료 놓고 다 먹을 때까지 식지않도록 하는...
오랫동안 싱크대에서 잠을 잔 탓인지 거죽의 도금은 색이 변했지만 한눈에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은 녀석이더라구요.
"전부터 너 주려고 했었어, 잘 닦아서 가져다 주려고 했는데..."
"아냐, 우리집에 은 닦는 약 있어. 내가 닦을 수 있어. 그런데 이게 왠거야?"
"엄마가 예전에 세트로 선물 받으신 모양인데 쟁반 냄비 다 쪼개서 올케들 주고 난 그거 하나 주시더라"
"그럼 니가 두고 봐야지.."
"아냐, 니가 두고 잘 쓰면 그게 더 좋을 것 같아"
이래서 제가 오늘 부페용 그릇 하나 노획해가지고 의기양양하게 들어왔다는 거 아닙니까??
친구네 집에서 나와서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늦게 귀가해서 지금 이 밤중에 이불빨래하고 알꼬리 고고 모밀장 만드는 와중에 이 친구 잘 닦으려 하니 영 짬이 안나네요.
일단 자랑하려구 닦지도 않은, 고색창연한 거 보여드리는 거예요.
어때요, 부럽죠? 저 같은 친구 있으면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