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모임이 끝나자마자 모시고 왔죠, 맘 같아서는 아주 맛난 걸 많이 해드리고 싶은데 '"신경 쓰지 말라"고, "그러면 다신 안 온다"고 겁주셔서, 아침은 어제 준비했던 뭐, 갈비찜 샐러드 그런 걸로 드리고, 점심은 만포면옥가서 냉면과 녹두전 사드리고...
그리고 저녁이 문젠데, 저녁은 산채비빔밥으로 하기로 일찌감치 맘 먹었드랬어요.
사실 이걸 산채라도 불러도 맞는 건진 모르겠지만...
지난주 경희식당 두영오빠가 능이버섯이랑 싸리버섯 밤버섯 다래순을 보내줬거든요, 손질법과 요리법 메모와 함께...
원래 우리나라의 전통적 버섯 저장법은 염장법이래요. 많이 나올 때 잔뜩 사서 호렴을 왕창 뿌려서 버무린 다음 다시 소금마개를 해덮으면 1년이고, 2년이고 끄떡 없대네요.
싸리버섯과 밤버섯은 염장상태로 와서 밀폐용기에 담아 소금을 위에 치고 김치냉장고에 넣어뒀어요. 전 아무래도 이러다가 올 겨울 김치냉장고 하나 더장만하게 될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요. 집이 비좁아서 김치냉장고 더 사야 놓을 데도 없는데, 그런데 갈무리해두고 먹야할 식품들이 자꾸 늘어나...
능이버섯이랑 다래순은 말린 상태로 왔구요.
오늘 아침에 눈 뜨자 마자 이 네가지를 모두 먹을 만큼 꺼내고 손질법 프린트 해놓은 걸 보면서 손질에 들어갔는데...
역시 맛난 음식을 먹으려면 그만큼 주부가 품을 많이 팔아야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스럽게 깨달았어요.

싸리버섯과 밤버섯은 일단 소금기를 털어내기 위해 깨끗히 씻은 후 물에 한 번 삶아내서 다시 한번 치대가며 씻고 그리고 물에 담가뒀어요, 소금기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두영오빠는 하루 정도 물에 담가두라고 했는데 전 일단 조금만 꺼냈고 자꾸 깨끗한 물로 갈아줘가면서 8시간 정도 담가뒀어요.
그 담 다시 삶아서 볶았어요.
국간장 조금 치고 들기름 조금 쳐서 조물락조물락 한 다음 들기름에 볶았어요. 어지간히 볶아진 후 파 마늘 넣고 접시에 담은 후 통깨 뿌리고...
능이버섯은 미지근한 물에 일단 10분정도 불렸다가 끓여가지고 찬물에 헹군 다음 물기를 짜서 쓰라고 하는데 그렇게 하니 너무 안 불어나는 것 같아서 한동안 물에 불렸어요.
능이는 초고추장에 무쳤구요.
다래순은 삶아서 찬물에 헹군 다음 다듬어서 물에 하루 정도 담가 씁쓸한 기운을 뺀 다음 또 삶으라고 하는데 이 역시 8시간 정도만 담갔다가 국간장 참기름 넣고 조물조물한 다음 볶았어요. 고사리나물 볶듯 중간중간 국물을 조금 치고 뚜껑 덮어가며 잘 익도록 해서 볶았어요.
국물은 황태채로 가볍게 북어국을 끓이고요.
어제 만들었던 고사리나물과 호박나물, 다진쇠고기 볶음, 볶은 고추장...
이렇게 해서 상에 놓으니 정말 훌륭한 비빔밥이 됐어요. 저희 시어머님도, 시이모님도, kimys도, 서방님도, 시이모님의 아들인 사촌시동생도 모두모두 맛나다고 하고요.
특히 시어머님이랑 시이모님은 능이버섯 참 오랫만에 본다며 좋아하시더라구요, 제가 진지를 좀 많이 담아드린 듯 한데 남김없이 드셔서 얼마나 뿌듯했는지...
아, 맛 가르쳐드려야죠? 능이버섯은 졸깃졸깃하구요, 싸리버섯은 약간 쌉싸름한 향이 남아있는 것이 특히 씹는 질감이 고기같구요, 밤버섯도 씹는 맛도 좋고, 모양도 예쁘고...야생버섯이라 그런지 재배하는 버섯들에 비해서 조직이 단단하고 씹는 맛이 좋으며 향이 살아있네요, 염장한 걸 삶아 우리고 해서 전 향은 전혀 없을 줄 알았거든요.
다래순은 부드럽고 연해서 비빔밥에 잘 어울리네요.
하여간 속리산 버섯들로 오늘 아주 칭찬받는 며느리, 솜씨있는 조카며느리 노릇을 톡톡히 했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여러분들께 좀 죄송한 생각이 드네요, 저희만 이렇게 별난 비빔밥 해먹고...
두영이 오빠는 그러네요, 지금은 어렵지만 버섯이 나는 가을철 구입을 원하는 82cook 회원에 한해서 버섯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열어보겠다고...
그런데요, 직장맘들은 그냥 사진으로 보기만 하세요, 손질이 장난이 아니에요, 한가지만이라면 모를까 손많이 가는 그걸 4가지 다했으니...
손질하고 나물 볶으면서 '다신 산채비빔밥 안해'하고 다짐했건만 밥 한그릇 뚝딱 비우고 나서는 며칠 있다가 다시 해서 우리 친정부모님 대접하고픈 그런 생각도 나네요.
그나저나 낼 아침은 이모님 뭐 해드리지? 에잇 김치찌개 끓여드려야지...잘하는 거니까.
그러고 보니 점심은 또 뭘 해드려야할지..., 걱정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