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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세월은 흘러흘러 어느새~

| 조회수 : 16,784 | 추천수 : 2
작성일 : 2013-04-09 21:06:40

어제는 친정아버지의 기일이었습니다.
돌아가신 것이 엊그제 같은데, 아버지의 투병과 영면이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한데 벌써 만으로 6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돌아가시던 첫해만해도 영원히 아버지를 잊지못하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영원히 제 눈의 눈물이 마를 것 같지 않았는데,
세월이 흘러흘러, 그 그리움도 옅어져서, 그럭저럭 아버지를 잊어가며 잘 살고 있습니다.





음식준비한다고 어제 아침 9시쯤 친정엘 가보니,
아무것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토요일날 오빠랑 장을 봐다놓으신 그 상태 그대로.
그래도 장이라도 봐놓으신 게 어디냐 하면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채소 씻고 다듬고, 전부칠 재료 밑간하고 어쩌고 하면서 일곱가지를 부쳤습니다.


빈대떡, 두부적, 호박전, 버섯전, 동그랑땡, 간전, 동태전, 이렇게 일곱가지를 하나하나 정말 정성들여서 부쳤습니다.
울 아버지께 드리는 전이니까, 내 식구들이,  내 피붙이들이 먹을 거니까.

원래 저희 친정에서는 버섯전은 안 부쳤었는데,
제가 부쳐서 보낸 버섯전들 먹어보고는 맛있다고들 해서 부치게 된거랍니다.
간전은 원래 계획에 없던 것이었는데 제가 먹고 싶어서 부치자고 해서,
친정어머니가 잠깐 연신내시장에 나가서 사오신거 부쳤습니다.
얇게 썬 간을 칼로 두드려서 손질한 다음 우유에 잠깐 담갔다가 부쳤는데요,인기폭발이었습니다.
간전에서 피냄새 난다고 잘 먹지않는 제 남편까지도 맛있다며..헉, 가끔 부쳐줘야겠어요.

바쁜 큰올케는 제사상 다 차린 후에 도착했고,
(대학교 선생님인 큰 올케, 밤에는 대학원 수업이 있어요, 혹시 오해들 하실까봐, 제가 대신 변명하는거랍니다.ㅋㅋ)
작은 올케는 사정이 있어서 못왔고,
전부칠 때 옆에서 밀가루라도 묻혀주시지 않을까 기대했던 엄마는 중간에 연신내시장에도 다녀오시느라,
전 부치는 건 전혀 도와주시지 못했고,
혼자서 꼬박 다 부쳤는데도요, 참 이상한 건 왜 피곤하지가 않죠?
아마, 우리 집에서 혼자서 이렇게 부쳤으면 너무너무 힘들었을 것 같은데....친정아버지 드실거라 그랬나??





제사 마치고, 큰올케가 전이랑 나물을 싸줘서,
오늘은 그걸로 한끼 잘 때웠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거는요, 어제 전 저 혼자 부친거니까 우리집 제사나 차례때 부치는 전과 똑같은 것 일텐데요,
이상하게 더 맛있는 거에요.
명절이나 제사 지내고 나서 우리집 식탁에 전이 오르면, 저는 잘 안먹거든요.
그런데 오늘 전을 얼마나 먹었는지...친정에서 가져온 것이라 그런건가요? 아무리 제가 부친 거지만.
참 알수없는 일이다 싶습니다.

아버지 기일을 지내고 나니 이젠 대전에 있는 아버지 뵙고 싶어서...마음이 들썩들썩 합니다.

2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BOGO
    '13.4.9 9:34 PM

    방금전에 시누이땜에 속상했는데 샘 올케분이 부럽네요. 아량넓은 시누님이 계셔서

  • BOGO
    '13.4.9 9:37 PM

    (글이 짤렸어요)요. 정갈한 음식에 아버님도 흐뭇하셨을꺼예요. 복받으세요~~

  • 김혜경
    '13.4.9 9:41 PM

    아량이 넓은게 아니구요..^^ 제 아버지잖아요. 제 아버지 젯상은 제 손으로 차려야죠. ^^
    큰올케도 피치못할 사정이 있고..(저라도 시아버지 제사니 오늘 휴강이야, 이런거 너무 싫을 것 같아요..)

  • 2. 오렌지나무
    '13.4.9 10:07 PM

    어제가 아버님 기일이셨네요....
    음식준비 하시느라 고생많으셨겠어요.
    전이 가지수도 많고 참 정갈하고 예뻐요. 정성이 가득해보입니다.
    아버님께서 많이 흐뭇해하시고 맛있게 드셨을것 같아요^^

  • 김혜경
    '13.4.10 7:38 AM

    음식솜씨나 맛은 어떤지 몰라도,
    적어도 아버지께 드리는 음식에 정성만큼은 기울였다고...그렇게 자부하고 있습니다. ^^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도 정성은 알아주시겠죠?

  • 3. 해린맘
    '13.4.9 10:10 PM

    세상에 모니터에 손을 뻗을뻔 했어요^^
    너무나 맛있어 보입니다....^^

    아버님도 참 흐뭇해 하실듯해요.^^

  • 김혜경
    '13.4.10 7:38 AM

    전바구니 사진, 자연광이라 이쁘게 나올줄 알았는데...핸드폰 카메라라서...ㅠㅠ...

  • 4. 회원
    '13.4.9 11:37 PM

    그럼 제사는 몇시에 지내 시는지요? 저희 시댁은 아직 12 시라ㅠ

  • 김혜경
    '13.4.10 7:40 AM

    저희 12시에 못지내요.
    다음날 일들 해야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지내겠어요?
    9시에 지내고 나서 상물린 후 저녁 먹는데, 이번에도 큰올케가 저녁을 차리는 동안,
    제기는 제가 다 설거지해두고,
    그리고 저녁먹고 치우고, 과일먹고 나니 밤 11시던걸요.
    아버지도 이해하실거라고, 8시반부터는 와 계실거라는 믿음으로 9시에 지내지요.

  • 5. 피치피치
    '13.4.10 12:25 AM

    아하~~ 간 전 부칠 때, 우유에 담그시는군요.
    배워갑니다^^

  • 김혜경
    '13.4.10 7:40 AM

    닭 같은 거 냄새뺄때 우유에 담그잖아요?
    그래서 간도 우유에 담갔다가 해보니, 냄새가 덜 나는 거 같아요.

  • 6. 주니엄마
    '13.4.10 9:44 AM

    저도 간전은 좋아하면서도 자신이없어서 안해봤는데 한번 시도해봐야겠어요

    참 선생님 막걸리식초는 걸르셨는지요 ???
    전 어제 만든 막걸리 식초로 초고추장을 만들었는데
    맛이 참 좋더라구요 넘 만족스러웠어요
    선생님 따라해서 성공했으니까 선생님 덕인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 김혜경
    '13.4.10 10:27 PM

    저는 아직 막걸리식초 안 걸렀어요. 한번 봐야겠네요. ^^
    맛 좋다하시니 참 기쁩니다.

  • 7. 연율맘수진
    '13.4.10 10:14 AM

    정말 아버님께서 흐뭇해하시며 드셨을꺼같아요^^
    올케들 사정 너그러이 이해해주시는 좋은 시누시구요..^^

    전 아버지 돌아가신 지 8년째인데
    요즘도 가끔 눈물이 나요..너무 보고싶어서..ㅠ

  • 김혜경
    '13.4.10 10:28 PM

    저도 어쩌다, 일년에 두어번 눈물을 찍어내죠.
    이번 기일에도 저도 모르게 눈물이 맺히니 오빠가 놀리네요, 아직도 눈물 안말랐냐고.

  • 8. 은구슬
    '13.4.10 10:19 AM

    근무중! 모니터 속으로 손이 들어가네요.
    오래전 돌아가신 친정 부모님 생각도 많이 나고
    올케에게만 음식 맡기고 참석만을 목표로 하는 것도
    반성하구요.ㅠㅠ
    따님의 정성이 하늘에 닿고도 남았을겁니다.

  • 김혜경
    '13.4.10 10:28 PM

    살아계실때 잘 해드리지 못하고 부족했기 때문에 더 마음이 그런 것 같아요.

  • 9. 물레방아
    '13.4.10 12:47 PM

    친정아버지가 중환자실에서 투병중이라
    걱정이 많답니다..

  • 김혜경
    '13.4.10 10:29 PM

    부디 아버님의 쾌유를 빕니다.
    물레방아님 힘내세요.

  • 10. 자수정
    '13.4.10 4:50 PM

    첫 글머리 보면서 2년쯤 되셨을거라 생각하며 읽었다가
    6년이라 하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세월이 흘러 흘러 벌써 6년이네요.

    아주 어렸을적에 제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저에겐 슬픔이 하나도 없는 줄 알았어요.
    근데 지금 글 적고 있는 중에 폭풍 눈물이 납니다.
    38년이 지난 일이라 슬프지 않을 줄 알았는데 요즘 이상하게
    슬픔을 주체하기 힘듭니다.
    아마 나이 먹으면서 도리를 못한 회한이 자꾸 쌓여서 그런건지....
    멀리 산다는 이유로 손을 보태드리지도 또 가끔은 참석까지도 안하고 살고 있었는데
    더 늦기전에 도리를 다해야 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선생님 아버님은 흐뭇한 마음으로 다녀가셨을 것 같아요.

  • 김혜경
    '13.4.10 10:30 PM

    아, 자수정님..
    자수정님 댓글을 보니, 제눈에서도 눈물이 납니다.

  • 11. 제주안나돌리
    '13.4.10 5:56 PM

    얼굴도 뵙지 못한 시아버님 제사는 30여년을 정성껏 모셨는데
    친정부모님 제사에 제 손으로 무얼 했나...반성이 되네요~
    딸노릇을 못하는 딸이라서 딸낳기 싫어 했더만, 아들만 둘이네요 ㅠㅠ

  • 김혜경
    '13.4.10 10:31 PM

    제가 그랬답니다.
    시어머니 생신은 그렇게 챙겼으면서 우리 아버지, 우리 어머니 생신은 내 손으로 해드린 적이 있기는 했나..
    그래서 내년엔 친정어머니 생신, 제 손으로 해드리려고 합니다.

  • 12. 테오
    '13.4.10 9:47 PM

    며느리들이 교회에 다니다보니 어느새 제사가 없어지고 성묘가는 것으로 대신하게 되었어요
    전부치신걸 보니 저도 아버지제사에 전을 부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릴때부터 제사지내는걸 익숙하게 보아온 터였는데 이젠 시댁도 친정도 제사가 없어요
    편한부분도 있지만 아버지 제사에 부치는 전을 보니 웬지 그리워져요
    이번에 성묘갈때는 저도 전을 여러가지 부쳐서 가야겠어요

  • 김혜경
    '13.4.10 10:33 PM

    제사가...힘들긴 힘듭니다..
    우리 세대는 군말없이 하는데 우리 아랫세대들은...글쎄요...제사 잘 지낼까요?
    제가 제사를 지내는 마지막 세대가 아닐까 가끔씩 생각해봅니다.

  • 13. 김흥임
    '13.4.12 8:26 AM

    애달피 발동동거리시던 시간이 엊그제 같은데
    먼길가신지 6년이흘렀군요
    글구보니 울아부지도 그리되셨나
    느닺없이 부모님 그리워져 새삼스레 뒷모습닮은분들을 따라가곤하거든요 ㅠㅠ

    세상에
    저걸 혼자 다하셨군요
    저도 제부모는 제손으로 하자주의라 늘 젤먼저 가곤했는데
    이젠 몸이 안따라줘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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