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쓰는 요구르트 기계는 10여년전에 친정아버지가 사주신 100V짜리로 1ℓ짜리 우유팩이 통째로 들어가는 스타일이에요.
1ℓ짜리 우유에서 요구르트양 만큼 덜어내고 요구르트를 넣은 후 휘휘 저어서 꽂아두면 요구르트가 돼죠.
그런데 최근에 문제가 생겨서 떠먹는 요구르트를 만들어 먹지 못했어요.
몇년전 집안에 있는 100V 짜리 콘센트를 모조리 220V로 바꿔서 100V짜리 가전제품을 쓰려면 반드시 트랜스가 있어야 해요.
트랜스 끌고 다니며 쓰기 귀찮아서 거품기, 전기냄비 같은 건 다 남들 줘버리고,
주서기와 요구르트기, 인덕션 렌지, 10인용 전기밥솥, 초소형 전기프라이팬만 남아있어요.
그랬는데 이 트랜스가 맛이 간거 있죠?
꽂기만 하면 누전이 되는지 집 전체의 누전차단기가 내려가 버려 100V짜리 가전제품을 못 쓰고 있었어요.
요구르트 만들어먹고 싶은데...한 사발씩 먹으면 아침식사로 딱 이거든요.
물론 기계 없이 만들 수 있기는 해요. 전자렌지에 데워서 보온병에 넣어두기만 해도 요구르트가 되거든요.
근데 사다리 딛고 올라서서 보온병 꺼내는 것도 귀찮고...
해서 안되면 말고 식으로...오븐에 만들어보기로 했죠.
코렐 냄비에 우유를 붓고..우유는 서울우유 제일 싼 것이 젤 잘 만들어집니다. 1ℓ에서 조금 남더군요.
요구르트는 장보고라는 거 넣었습니다. 요새..海神 재밌잖아요? 그래서 장보고로 사줬죠.
장보고 한병 넣고 휘휘 저어 오븐에 넣었습니다.

전기오븐, 맨 끝이 low라 되어있고 온도 눈금은 80℃부터 있는 거에요.
80℃는 온도가 너무 높은 것 같아서 채 못미쳐에 맞췄어요. 시간은 일단 60분 주고요...60분이 제일 긴거니까...
이 오븐의 특징은 순환장치가 계속 도는 것이 아니고 돌다가 일정 온도가 되면 쉬었다가 온도가 내려가면 다시 돌고 하는거에요.
요구르트를 한다고 온도를 낮추니까 컨벡션 도는 시간이 너무 짧은 거에요..이래 가지고 요구르트가 되려나 싶었지만...
망칠 셈치고 그냥 놔둬보기로 했죠.
서재로 돌아와 다른 일 좀 하느라, 잊어먹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나가보니 아뿔싸, 오븐 안에 요구르트 냄비가 들어앉아있는 거에요.
아까 오븐에 들어간 지 30분 정도 됐을 때 다시 타이머를 끝까지 옮겼으니까 90분쯤 돌린 건데....
오븐이 멈춘지는 한시간 정도 됐구요. 이 정도로는 안됐을 것 같다 싶어서 오븐 스위치를 다시 넣었어요.
다른 일을 하다가 혹시나 싶어서 30분쯤 후에 꺼내보니...어.어.어, 벌써 요구르트가 됐네요.

요구르트는 완전히 단단한 상태가 아니고 흐물흐물해도 냉장고 안에 넣어 식히면 단단해집니다.
냉장고 속에 조금 남아있던 오렌지 마말레이드 섞어서 냉장고 안에 넣어뒀어요.
조금전 냉장고 속 요구르트를 꺼내보니, 잘 만들어졌네요.
요구르트가 장수식품인 거 아시죠? 집에 오븐 있으신 분 한번 해보세요. 가스오븐도 저온으로 맞출 수 있다면 되지 않을 까 싶어요.
오븐이 없다면, 전자렌지에 우유를 넣고 따끈하게 데운 다음 요구르트를 넣고 잘 저어서 커다란 보온병에 넣어두세요.
전자렌지가 없다면 그냥 냄비에 데워도 되구요.
아직 해보지는 않았는데....슬로쿠커에도 요구르트가 될 것 같아요.
요구르트만 만들기 위해서라면 굳이 요구르트제조기가 없어도 될 것 같아요.
집에서 요구르트를 만들면 파는 것보다 훨씬 덜 달고, 기호에 딱 맞는 떠먹는 요구르트를 만들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