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가 없는 관계로 대중교통수단 잘 이용하는 당신과는 달리...난 차 못가지고 가는 곳, 잘 안가려고 하잖아.
솔직히, 집 떠나는 설레임 때문에 잠을 푹 못잔게 아니라, 월요일 출근시간 러시아워에 김포공항은 어찌 가나...
그 고민땜에 잠 푹 못잤다고 하면... 거짓말 같지? 진짜 요새 내가 그렇다니까, 왜 그렇게 사소한 일을 가지고 소심해지는지...
"출근시간이니까 택시말고 버스 타고 서대문까지 가서 5호선 타고 공항엘 가지?"
당신이 이렇게 정리해줄 때까지,
1. 소방서 앞에서 택시를 타고 김포공항에 간다.
2. 집 건너편에서 택시를 타고 서대문역까지 가서 전철을 탄다.
3. 집 앞에서 바로 지하철을 타고 나가서 어느역인지(나, 잘 모르잖아)에서 5호선으로 바꿔탄다.
이렇게 세가지 방법을 놓고 갈등 때리고 있었어. 당신이 정리해주기 직전까지만 해도 1번 쪽으로 기울었는데...
사실, 그 생각을 안했던 건 아닌데, 가볍지 않은 옷가방을 들고 지하도 들어가는 거..연약한(?) 내가 하기에는 좀 힘든 일이잖아.
난 당신이, 버스 같이 타고 지하철 서대문역까지 가방을 들어다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었어.
당신, 기사 딸린 차 타던 그때가 잠시 그리웠었거든.
당신이랑 같이 버스 타고 서대문역 나가는데, 아주 즐겁더라. 기사가 몰아주는 쌔까만차 타고 나가는 것보다 정말 100배는 더 좋았어.
개찰구를 통과해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나, 그런 나를 위에서 지켜보는 당신...우리, 그날 지하철에서..드라마 찍었다, 그치?!
지하철 안에서 같은 비행기를 타는 미스테리에게 문자 날려보니, 바로 앞 전철을 타고 가는 중...
김포공항역 플랫폼에서 만난 그녀와 나...거의 바람난 여고생 수준이었을거야, 들떠있기가...
왜 안그렇겠어? 남편 자식 모두 떨궈놓고, 뱅기 타고 놀러가는데...
탑승하려고 보니..요새 여고생들 제주도로 수학여행가대. 우리가 탄 비행기도 승객의 ⅔쯤은 수학여행가는 여학생들 이었어.
비행기가 이륙하니까, 터져나오는 꺄악 꺄악하는 비명소리...여행분위기 제대로 나던걸.
미스테리랑 잠시 재잘재잘하다보니, 어느새 제주공항인데, 착륙하는 비행기가 많다며 20분 동안이나 제주 상공을 선회하다가 착륙했어.
배..고팠지...생각해보니 비행기 타기전에 커피 한잔, 비행기 안에서 커피 한잔..그게 전부였거든.
공항에는 헤르미온느가 나왔어. 헤헤...반가운 해후를 했지.
헤르미온느는 제주도에서 산지 겨우 14일밖에 안됐는데 거의 현지 주민 분위기였어.
우리 데려간다고 맛있는 식당 리스트를 쫘악 갖고 있더군..히히..을마나 신나던지..
그것도..관광객들이 가는 식당들이 아닌..현지 주민들이 가는 식당으로...
공항에서 곧바로 간 곳은 이도동에 있는 돌하르방식당이라는 곳이었어. 아주 유명한 곳이래.
오후 3시까지 밖에 영업을 안하는데, 항상 기다려야 한대. 물론... 우리도... 기다렸지...
일단 주문을 해놓고 가게 밖에서 기다리다가 가게 안에 자리가 나면 들어가는 거야.
우린...현지 주민 들이 시키는 멜국과 각재기국을 주문했어. 멜국은 멸치국이구, 각재기국은 전갱어 비슷한 생선으로 끓이는 국이야.

이게 각재기국이야...맛은..국물이 어쩜 그리 시원하구 구수한지!! 약간 칼칼한 맛도 있구..
얼핏 생각에 등푸른 생선으로 끓인 국이라 좀 비린내도 날 듯 한데..., 절대로 그렇지 않아...
특히 저 배추 맛이 환상이야, 대신 생선살은 뭐, 그저 그래...
멜국도 맛있는데... 아, 멜국 사진은 없네...멜국은 각재기국보다 훨씬 시원해...
이곳이 더욱더 맘에 드는 건 멜구이를 서비스로 준다는 거야...공짜 좋아하기는..큭큭...
맛있어 보이지??

머리부터 꼬리까지 모두 아작아작 씹어먹는 건데...내장부분은 약간 씁쓸한 맛도 도는 것 같은데, 전체적으로 고소해..
아, 더욱 환상적인 건 고등어조림을 무제한 리필해주는데..사진이 없네..
당신 기억나? 작년에 어머니 모시고 중국 기예단 공연 보러가다가 강남 어디 제주도 식당에서 고등어조림 먹은거?
그때 돈 꽤 줬잖아? 그보다 훨씬 싱싱한 고등어로 그보다 훨씬 맛있고, 훨씬 많이 주는 고등어조림이..서비스야, 글쎄...
난, 제주도가 너무 너무 좋아졌어..첫날 점심 한끼 만으로도...
그리고, 명함을 챙기기 시작했어...당신이랑 와야하잖아..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