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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제주도 기행- 세째날 ②

| 조회수 : 12,130 | 추천수 : 82
작성일 : 2005-03-19 21:33:01
난, 당신 고향에만 차밭이 있는 줄 알았는데..제주도에도 차밭이 아주 크더구만. 차밭의 아름다움은 당신 고향만 못하지만.
왜 거기는 경사진 곳에 차밭을 조성해서, 조형미가 뛰어난데, 여기는 그보다 완만해서, 그냥 차밭이야.
여기 오설록에서 녹차아이스크림을 먹었어. 금방 밥숟가락 놓고 갔는데도 아이스크림과 녹차케익을 거뜬히 먹어줬지.




그 다음 코스는 분재예술원이었어.
나, 분재 무지 싫어하잖아. 당신도 알지?? 뿌리랑 줄기에 철사를 칭칭 동여매 일부러 성장을 억제해 작은 화분안에 가둔다고.
그런데 이곳 분재는 좀 달랐어. 뿌리는 그대로 둔채 줄기만을 잘라 분재로 만든 것이 많았어. 스케일이 다르다고나 할까?
너무 멋있더라. 당신이 봤으면 좋아했겠다...생각했어. 나, 참 착한 마누라지? 놀러가서도 남편 생각 열심히 하고...




돌아오는 애월의 해안도로는 너무 멋있어.
번개시간보다 좀 일찍 제주시로 들어와서 동문시장이라는 곳엘 갔었어. 아주 큰 시장이야.
옛날에, 84년인가? 동숙이랑 왔을 때 이 시장에 왔었던 것 같은데...그땐 이렇지 않았던 것 같았는데...
여기서 표고버섯 1만원어치 샀어. 늘 명절에 선물로 들어오곤 하던 표고버섯이 똑 떨어져서 정말 몇년만에 사보는 건지..
오랜만에 사려니까, 싼 건지 비싼 건지, 좋은 건지 나쁜 건지도 잘 모르겠던걸.
이 시장에 순대 잘하는 집이 있다고 해서 가서 좀 샀어.
광명식당이라고 찹쌀순대를 하는 집인데, 서울의 순대보다 창자가 더 굵어.
재밌는건, 아마 제주 만큼 택배가 발달한 곳도 없는 것 같아. 뭐든 전국 어디든 택배가 다 된대. 찹쌀순대도 그렇다네.
담에 서울가서 한번 택배로 받아봐야겠어. 맛있었거든.

번개 장소는 첫날 저녁을 먹었던 산지물식당이었어.
도착해보니 광양님이 계셨어. 근데 참 이상해. 우리 82cook식구들 만나면 처음 만나도, 몇십년 사귄 사람들처럼 친근해.
광양님도 마치 우리 옆집 살다가 한달전에 딴 동네로 이사했기 때문에 한달만에 만나는 친구같아.
저녁메뉴는 푸른바당의 강추메뉴, 쥐치조림과 갈치조림 어랭이물회였는데...나 쥐치조림때문에 제주도에 살고 싶어졌어.



동문시장에서 본 쥐치는, 내가 알고있던 거랑 좀 달랐어. 난 쥐치가 새까맣게 생겨서 쥐치라 불린다고 알고있었는데..
얘는 몸통은 거의 투명하고, 지느러미는 붉은 색이었어. 이 조림 맛이 어찌나 좋던지..
사장님을 몇번이고 불러서 비법을 물었는데..역시 재료인 것 같아.
쥐치에다가 풋마늘대로 담근 장아찌(마늘지라고 하더군)와 메주콩을 넣어서 조린대. 간장 고춧가루 등 일반적인 조림양념에 물엿을 좀 충분히 넣는다고 하는데...
뭐라고 표현해야할까, 마치 병어조림처럼 생선살이 담백하고 부드러운데, 육질은 병어보다 훨씬 쫄깃쫄깃했어.

또 어랭이물회도 먹었어.



어랭이는 자리 비슷하게 생긴 생선이래.
어랭이를 아주 가늘게 뼈째 다져서(세꼬시라고 하던가?) 된장이랑 고추장이란 푼 국물에 야채와 같이 말아내는데,
맛? 두말 하면 잔소리지. 어랭이도 어랭이지만 국물맛이 너무 좋아서, 사장님에게 무슨 육수로 했냐고 물으니까, 맹물이래, 맹물.

쥐치조림이랑, 어랭이물회때문에..갈치조림은 별로 인기가 없었지, 나에게..



다른 사람들은 맛있다고, 특히 무가 맛있다고..그런데 난 쥐치조림에 너무 빠져버렸어.

저녁을 먹고, 식당 앞 맥도날드에 들어가서 커피 마시며..이야기꽃을 피우곤 거의 12시가 다되서...작별을 고했어.
숙소로는 헤르미온느, 김민지님이 같이 왔지. 헤르미온느네 해리 포터, 넘넘 고맙게도 당직이라지 뭐야.
넷이서..이야기하느라 밤 꼬박 새우고, 새벽 다섯시에 간신히 잠자리에 들었어.
제주의 마지막 밤인데...
2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민경옥
    '05.3.19 9:38 PM

    ㅋㅋ 이게 그 말로만 듣던 1등! 실시간인건가요? ^^

  • 2. 고은옥
    '05.3.19 9:40 PM

    체중계 바늘이 조금 흔들렸겠는데요,,,,,,,,,,,,

  • 3. 헤르미온느
    '05.3.19 9:50 PM

    나흘 계신분들도 체중계바늘이 흔들리는데,
    스무날째 있는 저는 어떻겠어요...흑흑...

  • 4. 오데뜨
    '05.3.19 9:54 PM

    늦은 시간인데도 입맛이 도네요.
    눈과 머리가 함께 즐겁습니다.

  • 5. 고은옥
    '05.3.19 10:01 PM

    헤르님은 괴안코요 선상님은 으째 꺽정 시러버서,,,,,

  • 6. 헤르미온느
    '05.3.19 10:02 PM

    흥,,, 저는 찌든 말든 상관안하신다구염... 삐이짐,,,ㅠ.....ㅋㅋ...

  • 7. 고은옥
    '05.3.19 10:03 PM

    한라봉 사먹구다니는 거보면,,틀림읍구만,,,,,

  • 8. 여름나라
    '05.3.19 10:04 PM

    침질질..그래도 시선집중..내가 미쵸미쵸...ㅠㅠ

  • 9. 비비아나2
    '05.3.19 10:19 PM

    녹차 아이스크림 한번 먹어보고 싶네요.
    적막했던 희망수첩에 올라오는
    <제주도 기행> 가뭄에 단비 만난듯 신나게 읽고, 후편 기다리고........
    그랬는데 오늘은 왠지 제주도 기행에 얼굴 박고 있는 비비아나2가
    불쌍해지려고 하네요. ^^*

  • 10. 서산댁
    '05.3.19 10:38 PM

    에고.
    침 떨어지네...

  • 11. 오키프
    '05.3.19 10:38 PM

    아....이건 여행기가 아니고 먹는걸로 고문하는 코스같네요.
    쥐치조림이랑 한번도 못 먹어봤는데 그것땜에 제주도 살고싶으실 정도로 맛있다니
    담번에 내려가면 꼭 꼭 먹어봐야지...
    그런데 선생님 부군 고향이 보성이예요? 전 보성이 넘 좋던데...거기 차밭 보고나니 제주차밭은
    음...넘 부실하다는 그런 느낌이었거든요.

  • 12. bluejuice
    '05.3.19 10:42 PM

    맛있는 냄새가 나는 듯한 기분이 드네요.
    매콤한 것이 너무 먹고 싶은 날이었는데...
    결국 못 먹어서 아쉬웠는데 이렇게 사진으로 만끽하네요....
    슬프옵니다.....
    녹차케익도 무지 맛있을거 같은......흑흑

  • 13. 레드샴펜
    '05.3.19 11:11 PM

    저녁도 안먹었는데..침이 고여요...으윽^^

  • 14. 민이맘
    '05.3.19 11:11 PM

    눈으로만 봐도..즐거워요..^^
    근데 저도 매콤한게 넘 땡기는데..낼 골뱅이라도 무쳐먹어야할란가봐요..ㅎㅎ

  • 15. 하루나
    '05.3.19 11:48 PM

    역시...맛난거만 쏘옥쏘옥 다 골라서 드시고 오셨네요...사진이 너무 먹음직스러워서...침이 입안 가득 고여요...어흑...

  • 16. 조이럭
    '05.3.20 12:01 AM

    방문하신 식당들 전화번호좀 알수있을까요? 여름에 식구들이랑 제주도 가는데 갈때마다 음식이 별루였거든요. 이번에는 제주도의 진수를 맛보려구요. 쪽지주셔도 감사하구요.

  • 17. 코코샤넬
    '05.3.20 12:05 AM

    넘넘 재밌으셨겠어요. 맛난음식도 많이 드시구 ^^
    선생님께서 다녀오신 코스 열심히 메모하고 있습니다.
    저도 조만간 바람쐬러 제주도에 갈 예정이라서 그런지 아주아주 요긴한 정보들이네요.
    와....침이 꼴깍..

  • 18. 미스마플
    '05.3.20 12:30 AM

    읽기만 해도 너무나 너무나 재밌습니다.
    진짜 글 잘 쓰시는 분은 다릅니다.
    맛이 느껴지는듯.

  • 19. 나루미
    '05.3.20 2:56 AM

    정말 환상적인 여행이네요..
    볼거리.먹거리.좋은사람들과의 이야기..
    어느것하나 빠지는게 없는거 같아요...

  • 20. 비타민
    '05.3.20 6:06 AM

    우와~ 정말... 맛기행이에요~ 어쩜 맛있는 것만 드시고.... 한식 중식..등을 총망라... 오설록까지....
    이런 풀코스 준비하신.. 헤르미온느님.. 무지 수고가 많으셨네요... 이것저것 알아보고..안내한다는 것이 엄청 신경쓰이고.. 힘든 일인데요.... 존경....

  • 21. 헬렌
    '05.3.20 12:58 PM

    그래서 나도 여기 쪼매 보태고 갑니다....나의 침 ..두 방울.....
    으으..참을 수 없는 제주음식에의 땡김...

  • 22. 선화공주
    '05.3.21 11:06 AM

    음식이 컴밖으로 튀어나올라 해요..흑..흑...ㅠ.ㅠ
    내가 제주갔을때는 저런 맛있는데가 분명 없었는데...이번에 다시가면 잘 찾아가야쥐.....^^*

  • 23. candy
    '05.3.21 11:08 AM

    사진 속의 멋진 도령님은 뉘댁 아이랍니까???

  • 24. 현수현서맘
    '05.3.22 6:16 AM

    선생님의 화사한 웃음이 좋아요. 사진 좀 자주 올려주셔요. 아니면 얼굴을 보여 주시던가요. 아니, 내가 무슨 말실수를.. 어른한테 이러면 안되는데. 선생님의 웃음을 닮고 싶어서 하는 말인 것 아시죠? 헤헤

  • 25. mazarine
    '05.3.22 12:56 PM

    샌님은 어쩜 사진도 이리 예술로 찍으시는지.. 침이 꼴깍 ~

  • 26. 다혜엄마
    '05.3.25 8:08 PM

    머리가 좋은 것 같지는 않아요. 부지런하고 욕심이 많을 뿐.

  • 27. 나린
    '13.12.22 6:59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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