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첫수업 ㅡ 정약용의 권학문
논술을 지도한지 20년이 넘어갑니다
늘 그렇지만 좋은 글은
좋은 인격을 갖춘 뒤에
나온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글을 쓰는 훈련
보다먼저 좋은 글을 많이 읽고
마음밭을 갈도록 지도 하고있습니다.
정약용의 권학문은
논술 첫시간에 꼭 읽도록
권하고 마음에 새길수 있도록
수업하고 있습니다.
천하를 경영하다
남쪽 끝으로 유배 온 스승과
평민의 아들로
주경야독을 하던
소년 가장이었던 황상의 만남은
우리 역사상
가장 감동적인 만남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이해력이 없고 둔해
공부가 더디다고
고백한 제자에게
스승은 그런 사람이
공부를 해야
대성하는 법이라 가르쳐 줍니다.
스승을 마음으로 믿고 따르며
60년을 한결같이 공부한 황상은
천하 제일의 문사가 되었습니다.
"기억력·이해력 좋지 않고
글재주 없다하여 실망 말라
공부를 빛나게 하는 건 근면이다"
강진 유배시절 다산은
수십 명의 제자를 가르쳤고,
그 중에는 이강회, 이청, 윤창모 등등
뛰어난 제자가 배출되었지만
많은 제자 가운데
다산과 가장 인간적인 관계를
맺었던 사람은 황상이었습니다.
그는 막 강진에 유배 온
중죄인 다산의 첫 제자였고
제자 가운데 최고의 시인이
되어 스승을 기쁘게 해주었습니다.
황상은 부패한 사회를
고발하고 풍자한
다산의 시풍을
충실하게 계승하여
치원유고 라는 문집을 남겨
후세에 큰이름을
떨쳤습니다.
정약용 형제들은
근면 성실하게
학문의 길을 걸은
황상을 아꼈습니다 .
특히, 흑산도에 귀양살이하던
정약전이 황상을 염려한 친필 편지도
황상집안의
가보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다산이 그 편지를 황상에게 주며 “너를 염려한 친필이니 잘 보관해라” 했다고 합니다.
다산과 정약전 형제가
문학에 재능을 보인
황상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애를 썼음을 보여주는 편지였습니다.
그들은 말로만
염려하지 않았습니다
상을 당한 황상 형제를
위로하는 편지 등을
보면작은 일까지 챙겨주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선을 끄는 것은
다산이 써준 권학문 입니다.
황상에게 다산이
직접 써준 글이기도 합니다.
1802년
임술년 10월17일
강진의 한 주막에서
서로 대면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습니다.
다산의 권학문
“공부하는 자들이 갖고 있는
세 가지 병통을
너는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다.
첫째 기억력이 뛰어난
병통은 공부를 소홀히 하는
폐단을 낳고,
둘째 글 짓는 재주가
좋은 병통은 허황한 데
흐르는 폐단을 낳으며,
셋째 이해력이
빠른 병통은
거친 데 흐르는
폐단을 낳는다.
둔하지만
공부에 파고드는 자는
식견이 넓어지고
막혔지만 잘 뚫는 자는
흐름이 거세지며
미욱하지만
잘 닦는 자는 빛이 난다.
파고드는 방법은 무엇이냐.
근면함이다.
뚫는 방법은 무엇이냐.
근면함이다.
닦는 방법은 무엇이냐.
근면함이다.
그렇다면 근면함을
어떻게 지속하느냐.
마음가짐을
확고히 갖는 데 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
자신감이 없는 학생을
공부로 이끌어주는
이 문장은 짧지만 감동적입니다.
다산의 격려는
지금 들어도 공부하는 자의
용기를 북돋워 주는,
따뜻하면서도 준엄한
스승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황상은 이 말을 마음에 새기고
뼈에 새기며
한평생 학문의 길을 걸었습니다.
스승의 글을 받은 날로부터
꼭 60년이 되는 임술년
70 노인이 된 그는
스승의 말을 다시 되새기고,
그다지 벗어나지 않는 삶을
살게 되었다며
감사하는 글 임술기(壬戌記)를 썼는데
거기에도 권학문이 실려 있었습니다.
저는 이 권학문을
논술 첫수업에 하면서
말합니다 .
시대를 넘어
스승 정약용이
너희들에게 주는
권학문이다.
빨리 익히고
빨리 아는것은
자랑이 아니다
섣불리 알게되어
깊이를 다지지 못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학문연구의 길이 아니다.
무식하고 미련해서
공부를 해도 해도
안된다고 한탄하는
제자에게
공부는 그런사람이 해야한다고
우직하게 한길을 뚫어야
크고 깊은 구멍을 낼수 있다고
격려한 정약용과
그말을 마음에 새기고
60년을 한결같이
낮에는 농사짓고
밤에는 공부에 매진해서
마침내 조선 최고의
문인이 된 황상의 이야기는
감동으로
아이들에게 다가옵니다.
뭐든 빨리 외우고
이해했던 큰아들이
복습을 하지 않으면
알았던것도 다 잊어버리게된다고
고백한것 처럼
공부는 머리로 하기보다는
모르면 알때까지
근면성실로 끝까지 해야한다는 가르침을
스승 정약용은 권학문에서 말해줍니다.
저는 권학문을 수업하면서
정말 이글은 국어교과서
첫페이지에 올려야 할 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첫수업에서
늘 말했던것.
정약용과 황상의 만남을
이야기 하면서
이수업은 동시에
시대를 초월해서
정약용이 나의제자
너희들에게 권하는
학문하는 자세이다.
황상에게만 해당되는
권학문이 아니라
오늘 이시대를 사는
후학들도
정약용의 권학문을
마음에 새기고 실천하면
황상처럼 자신을 갈고 닦아
최고의 경지에 이를수 있다고 믿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지도 했다면
더 많은 아이들에게
마음과 마음이 전해주는
수업을 할수 있었을텐데
생각도 해보지만
저의 모자람과
한계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그래도 매년
1ㅡ2명 저와 수업후에
인생이 달라진 제자들이
있었음에 감사합니다.
이제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평범하게 사는
사람이지만
손자 손녀가 태어나면
함께 책도 읽고
좋은곳도 방문하고
식물들도 키우고
제가 아는것들을
조금이라도 알려주고
싶은 작은 소망이 있습니다.
훗날 손주들이
할머니를 통해
세상을 알았다고
해준다면 행복할것 같습니다.
갓딴 옥수수 쪄주고
하늘에 별 함께 보며
할머니 살던 이야기만 해도 다행이겠죠.
양양에 왔습니다.
저의 힐링캠프.
함께 베트남 보름살기
했던 후배부부도
1박2일로 방문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양양 밥상은
해산물 가득한
밥상입니다.
속초 중앙시장에서
사온 가자미와 삼치를
굽고 대구로 시원하게
매운탕을 끓였습니다.
추석전
양양은 산밤 줍기가
한창입니다.
산밤도 줍고
야생버섯도
구경하고
벗이 있어 멀리서
찾아오니
행복한 인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