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마당으로 나가니 요즘 그 귀하다는 벌 한마리가 날아 와 호박꽃들 속으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어 휴대폰으로 찰칵.
호박꽃이 여러 송이 만발중인데 올해 호박이 풍년이려나 김치국을 마셔 봅니다. 꿀꺽~
이틀만에 호박이 이만큼 자랐어요.
자연의 신비란 놀랍습니다.
바질 잘 자라고 있는데 벌레가 먹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도 그래서 게으른 자가 어찌 벌레를 잡겠습니까?
"벌레들아 해도 해도 너무한다. 먹어도 적당히 먹어야지. 양심이 없어, 양심이! 늬들 다 먹어라." 하고
매일 물만 줬습니다. 나중에 바질 꽃들을 좀 보기는 했지만. 깻잎 화분은 완전 초토화가 되었어요.
벌레들이 먹기 시작하면 아무런 대책이 없어 벌레 안 먹은 바질 화분 한 개는 격리 시켰습니다.
게으른 자 올해는 꼭 바질 페스토를 만들려고 했는데.
강원도 여행 다녀 오다가 구입한 잣이 있거든요.
오전 11시쯤 남편과 오늘의 요리를 하는데 제 절친 엄마가 7월 중순 미국 간다고 냉장고 비우기 중이라
멸치 3종을 주었답니다. 어제한 요리 잔잔 멸치+밥새우가 짜서 양파를 달달 볶다가 멸치 투하.
남편이 단 거 넣지 말자고 해서 참기름, 깨로 마무리.
컬*에서 어쩐일인지 4만원 이상 구입하면 만원 쿠폰을 주는 겁니다.
특별히 살 것은 없었는데 기회는 챤스니까 달걀 , 후기 좋은 춘천 닭갈비를 샀는데 역시나 밀키트는
아니었습니다. 다시는 안 삼.ㅠ
동네 마트에서 비름나물 3단에 천원에 팔길래 남편이 데치고 조선간장 넣고 무쳤으나 뭔가 아쉬워 된장 조금 더 넣었어요.
우리집이 아닌 3번째 우리집.
아들이 누군가에게 수국을 받아 와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그래서 3번째 집 사진이 딱 한 장 있군요.
사진 보니까 생각나네요.
저 벽에 붙은 검은색 판 왜 했는지 모르겠으나 저것 빼고는 다 마음에 드는 집이었어요.
이 집으로 이사와 아들은 준비하던 시험에 합격해 가을에 이사만 가면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는 거였죠.
아들은 원하는 곳에 취업이 됐는데 직장이 여의도였어요. 회사 근처로 독립하겠다는 제안을 하길래
성북구에서 여의도 가려면 좀 멀기는 하지만 집밥을 먹는 것이 도움이 되니 우선 출퇴근 해보고
안 되겠다 싶으면 그때 독립하라고 남편이랑 이야기를 했어요.
더구나 11월에 이사가면 우리집에서 5호선 한 번 타고 여의도 가면 되거든요.
제가 그때 9-6로 일하는 때였고 남편은 귀국해서 여수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근무중 아들에게 톡이 왔는데
"엄마 저 내일 이사가요."
황당 황당.
육아의 최종 목적은 독립이라지만 이따위 독립이 너무 예의가 없는 거 아닌가?
아니 자기가 이제 돈 번다고 두 번도 이야기 해보지도 않고 대출 받아 집을 다 구해 놓고
내일 이사간다고 통보하다니 너무너무 괘씸하더라고요.
이때 저는 확.실.하.게 아들과 독립을 했습니다.^^
둘째에게 "내일 수업 어떻게 돼? 형 내일 이사 간다는데 도와줄 수 있어?" 물으니 가능하다고.
독립하면 그래도 밥을 해먹어야 하니 퇴근해서 늦은 밤까지 주방용품 이것저것 챙기고 양념도 이것저것
챙기다 보니 아마 반찬도 두어가지 밖에 못 만들어 줬던 것 같습니다.
괘씸죄에 걸려 땡전 한 푼 보태 주지 않았어요.
(둘째가 같이 이사를 하고 형 집 여기저기 사진 찍어서 보내주고 저는 바쁘기도 하고 아들이 한 달에
두 번씩 집에 오기에 결혼 할 때 까지 한 번도 아들 집에 가 본 적이 없어요.}
언니들이나 주변에서는 속상하다고 얘기하면 효자도 그런 효자가 없다고.ㅠㅠ
네네 저도 곧 깨달았어요.
우선 신경 쓰던 끼니에서 해방되고, 빨래도 이틀에 한 번 하던 거 일주일에 두어 번 하면 되고,
둘째는 원래 집밥을 잘 안 먹고, 남편은 지방에서 근무하고 있었으니 그때가 제 인생의 봄날이었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쓰고 다음에 지금 살고 있는 네 번째 집 이야기를 쓸게요.
82님들 무덥고 날씨는 오락가락 하지만 마음은 청량한 7월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