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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우리집이 아닌 우리집 이야기. 2

| 조회수 : 3,130 | 추천수 : 0
작성일 : 2025-07-02 10:34:18

 

아침에 일어나 마당으로 나가니 요즘 그 귀하다는 벌 한마리가  날아 와 호박꽃들 속으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어 휴대폰으로 찰칵.

호박꽃이 여러 송이 만발중인데 올해 호박이 풍년이려나 김치국을 마셔 봅니다. 꿀꺽~



이틀만에 호박이 이만큼 자랐어요.

자연의 신비란 놀랍습니다.


 

바질 잘 자라고 있는데 벌레가 먹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도 그래서 게으른 자가 어찌 벌레를 잡겠습니까?

"벌레들아 해도 해도 너무한다. 먹어도 적당히 먹어야지. 양심이 없어, 양심이! 늬들 다 먹어라." 하고

매일 물만 줬습니다. 나중에 바질 꽃들을 좀 보기는 했지만. 깻잎 화분은 완전 초토화가 되었어요.

벌레들이 먹기 시작하면 아무런 대책이 없어 벌레 안 먹은 바질 화분 한 개는 격리 시켰습니다.

게으른 자 올해는 꼭 바질 페스토를 만들려고 했는데.

강원도 여행 다녀 오다가 구입한 잣이 있거든요.

 

오전 11시쯤 남편과 오늘의 요리를 하는데 제 절친 엄마가 7월 중순 미국 간다고 냉장고 비우기 중이라

멸치 3종을 주었답니다. 어제한 요리 잔잔 멸치+밥새우가 짜서 양파를 달달 볶다가 멸치 투하.

남편이 단 거 넣지 말자고 해서 참기름, 깨로 마무리.

컬*에서 어쩐일인지 4만원 이상 구입하면 만원 쿠폰을 주는 겁니다.

특별히 살 것은 없었는데 기회는 챤스니까 달걀 , 후기 좋은 춘천 닭갈비를 샀는데 역시나 밀키트는

아니었습니다. 다시는 안 삼.ㅠ

동네 마트에서 비름나물 3단에 천원에 팔길래 남편이 데치고 조선간장 넣고 무쳤으나 뭔가 아쉬워 된장 조금 더 넣었어요.


 

 

우리집이 아닌 3번째 우리집.

아들이 누군가에게 수국을 받아 와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그래서 3번째 집 사진이 딱 한 장 있군요.

사진 보니까 생각나네요. 

저 벽에 붙은 검은색 판 왜 했는지 모르겠으나 저것 빼고는 다 마음에 드는 집이었어요.

이 집으로 이사와 아들은 준비하던 시험에 합격해 가을에 이사만 가면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는 거였죠.

아들은 원하는 곳에 취업이 됐는데 직장이 여의도였어요. 회사 근처로 독립하겠다는 제안을 하길래

성북구에서 여의도 가려면 좀 멀기는 하지만 집밥을 먹는 것이 도움이 되니 우선 출퇴근 해보고

안 되겠다 싶으면 그때 독립하라고 남편이랑 이야기를 했어요.

더구나 11월에 이사가면 우리집에서 5호선 한 번 타고 여의도 가면 되거든요.

제가 그때 9-6로 일하는 때였고 남편은 귀국해서 여수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근무중 아들에게 톡이 왔는데

"엄마 저 내일 이사가요."

황당 황당. 

육아의 최종 목적은 독립이라지만 이따위 독립이 너무 예의가 없는 거 아닌가?

아니 자기가 이제 돈 번다고 두 번도 이야기 해보지도 않고 대출 받아 집을 다 구해 놓고

내일 이사간다고 통보하다니 너무너무 괘씸하더라고요.

이때 저는 확.실.하.게 아들과 독립을 했습니다.^^

둘째에게 "내일 수업 어떻게 돼? 형 내일 이사 간다는데 도와줄 수 있어?" 물으니 가능하다고.

독립하면 그래도 밥을 해먹어야 하니 퇴근해서 늦은 밤까지 주방용품 이것저것 챙기고 양념도 이것저것

챙기다 보니 아마 반찬도 두어가지 밖에 못 만들어 줬던 것 같습니다.

괘씸죄에 걸려 땡전 한 푼 보태 주지 않았어요.

(둘째가 같이 이사를 하고 형 집 여기저기 사진 찍어서 보내주고 저는 바쁘기도 하고 아들이 한 달에 

두 번씩 집에 오기에 결혼 할 때 까지 한 번도 아들 집에 가 본 적이 없어요.}

언니들이나 주변에서는 속상하다고 얘기하면 효자도 그런 효자가 없다고.ㅠㅠ

네네 저도 곧 깨달았어요.

우선 신경 쓰던 끼니에서 해방되고, 빨래도 이틀에 한 번 하던 거 일주일에 두어 번 하면 되고,

둘째는 원래 집밥을 잘 안 먹고, 남편은 지방에서 근무하고 있었으니 그때가 제 인생의 봄날이었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쓰고 다음에 지금 살고 있는 네 번째 집 이야기를 쓸게요.
82님들 무덥고 날씨는 오락가락 하지만 마음은 청량한 7월 보내세요.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현재,윤재맘
    '25.7.2 3:54 PM - 삭제된댓글

    빨래도 일주일에 두어 번으로 줄어서
    그때가 인생의 황금기 였다는 말
    깊이 새기게 되네요.
    아들 둘,남편까지 밥 챙기는거 꾀가 났었거든요.
    저도 제 인생의 황금기를 기쁘게 누려야겠어요~

  • 2. 우리의미래
    '25.7.2 7:16 PM

    정말 오랜만에 82쿡에 들어오니 반가운 진현님 글이
    있네요.
    너무 재미있어서 술술 읽힙니다.
    큰 아드님 효자 맞습니다^^

  • 진현
    '25.7.3 9:27 PM

    우리의 미래님 반갑습니다.^^
    자식한테 서운한 마음 갖게 되면 나만 손해예요.
    그 진리를 빨리 깨닫게 되어 감사할 뿐이죠.
    더위에 건강하게 잘 지내시기 바랍니다.

  • 3. 챌시
    '25.7.3 9:12 AM

    오늘 제 귀요미 둘째가 진현님 아드님 같은 행위?를 했다면 저도
    마음이 참....많이 서운하고, 괘씸하고,,그랬을것 같아요.
    감정이입이 막 되서,,속상했어요.
    그렇지만,,오은영 박사님 늘 하시는 말씀,,
    육아란 독립해서 혼자 살아가도록 돕는일..이라는 말씀,,
    옳으신 말씀이잔아요? 엄마들은 그냥 짝사랑만 실컷 해야죠.
    오늘은, 저의 보물같은 따뜻하고 포근한 저를 다 받아주고
    스스로 깨닫게 만드는 아들, 생일이에요. 7월 4일생,,그는 미국독립기념일에 태어났어요.ㅎ
    미국 독립기념일에 관심없는데,, 제가 영화 광이던 시절,
    톰 크루즈가 주연한 영화 제목이라 알고있었거든요...
    자고있는 그 아들에게 생축! 이라고 말 한마디 던지고 출근했는데,
    진현님 글 읽으면서,,많이 공감했습니다.
    그런데,,아드님 진짜 멋져요 !!! 사윗감이라면,,진짜 최고에요. ㅎㅎㅎ
    저,,진짜 이중성 쩔죠? 딸이 있어서 더해요. 이해 바랍니당~

  • 진현
    '25.7.3 9:36 PM

    제가 오늘 빡센 하루를 보내고 조금 전 귀가했습니다.
    챌시맘님 꿀 떨어지는 아드님의 생일 축복합니다.
    자식은 내게 온 손님이라고 생각하면 서운할 것도 없더라고요.

  • 4. 여름좋아
    '25.7.3 5:45 PM

    연속극처럼 다음회가 기다려지네요 ㅎㅎ
    첫사진 호박꽃도 마지막 핑크핑크 수국도
    참 예쁩니다^^

  • 진현
    '25.7.3 9:40 PM

    여름좋아님 본격적인 여름으로 들어서니 좋으신가요?
    이것은 서론이고 이번 금, 토 일이 많아 곧 본론을 올려 보겠습나다.

  • 5. skemfdl
    '25.7.3 10:14 PM

    저도 괘씸한 딸 하나 있어요

    첨엔 고양이 키워도 되냐고 물었던게 시작이었고요
    얼만큼인지 시간이 지나도 시원한 답을 못 들었던겐지

    대학 4학년을 기다리던 겨울방학에
    영어 학원도 다녀야 하고
    컴퓨터 학원도 다닌다며
    근처 친구네 집에 방학 동안 얹혀살며 가까운 곳에서 알바 하며 있고 싶다더니
    그길로 나간것이 독립이었더랍니다.

    이루 말할수없던 배신감은
    차마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어요
    그 딸 효도하는거라는 호응 같은건 들을수도 없었답니다.

    효녀가 맞긴 한건지...
    홀가분하긴 합니다만,
    아직도 괘씸하니까요

  • 진현
    '25.7.3 10:54 PM

    skemfdl님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으셨나 봐요.
    제가 한 번 안아 드릴게요.
    저는 딸은 안 키워 봤지만 엄마에게 딸은 특별한 감정일것 같습니다.
    제가 엄마를 생각해보면 그렇거든요.
    딸이 자기의 길을 잘 가고 있다면 응원해 주시고 품어 주세요.
    TV 예능프로에서 김국진이 돌아가신 장인을 회상하며 그러니까 강수지씨 아버지죠.
    장인어른께서 무슨 일에 대해서 말씀 드려도 "그래~~" 외에는 별 말씀을 안 하셨대요.
    그 "그래~~"는 긍정적인 잘했다는 뜻이었다고 해서 저도 마음에 저장해 두었어요.
    내 아이들에게 "아니, 왜?" 부정의 단어가 나오려 하면 꿀꺽 삼키고 차라리 말을 안 합니다.
    "그래~~" 긍정의 단어를 쓰려고 노력해요.
    자식은 내게 온 손님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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