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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물 말았잖아!

| 조회수 : 9,140 | 추천수 : 2
작성일 : 2023-05-12 16:10:03

가끔 입맛이 없거나

밥이 한 숟갈 정도 남았는데 그만 먹고 싶을 때

따듯한 보리차를 부어 말아 먹고는 합니다 .

 

물 말은 밥을 먹자면

어린 시절 , 아버지가 해주셨던 옛날이야기가 생각나서 빙그레 웃음이 나요 .

 

 


옛날 옛날에

어느 가난한 집에 손님이 오셨대요 .

늘 시커먼 보리밥을 먹는 형편이었지만 차마 손님에게까지 보리밥을 내줄 수는 없으니

이웃집에서 쌀을 빌려왔대요 .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쌀밥을 본 그 집 아들이 엄마에게

나도 쌀밥 먹고 싶다며 칭얼대기 시작했지요 .

엄마는 조금만 기다려 보라며 , 설마 손님이 이 밥을 다 드시겠니 ?

남기면 그 때 네가 쌀밥을 먹도록 해라 ,

이렇게 다독거렸대요 .

 

손님은 밥을 먹으며 생각했대요 .

만약 내가 이 밥을 남기면 저 안주인은 반찬이 변변치 않아서 남겼나 보다 생각하겠지 ?

비록 손 가는 반찬은 없지만 ,

이 밥이라도 다 먹어야 밥상을 차려준 성의에 대한 보답이 될 거야 .

그리고는 옆에 있던 숭늉을 들어 조금 남은 밥에 물을 말았대요 .

 

그 때 방문 밖에서 자지러지는 울음과 함께 이런 말이 들려왔대요 .

 

물 말았잖아 !




해파랑 (ran601)

82쿡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2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해파랑
    '23.5.12 4:13 PM

    어제 물 말은 밥을 먹다가 갑자기 이 이야기를 올리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글을 다 썼는데 날아가 버렸더군요. 음...
    그만둘까... 하다가 오늘 다시 한번 써봤습니다.
    한글문서에서 미리 작성한 후 복사ㅎㅎ
    글과 사진 올려주시는 분들
    앞으로 더 감사하게 보겠습니다^^

  • 뮤뮤
    '23.5.12 9:46 PM

    어무나 너무 반가워서 로그인 했어요.
    혹시 아버지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가요?
    저희 79세 엄마가 가끔해주시는 얘기예요^^

  • 2. 솔이엄마
    '23.5.12 9:50 PM

    저도 어릴때는 밥을 물에 말아먹었던 적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은 왜 물에 안말아먹을까요? ㅎㅎㅎ
    해파랑님 덕분에 남편이랑 밥에 물말아멱는 얘기로
    한참 웃고 얘기했네요.^^

  • 해파랑
    '23.5.13 9:20 PM

    솔이엄마님이 남편분과 즐거운 시간을 가지셨다니
    그것만으로도 제가 글을 올린 보람이 있습니다^^
    올려주시는 글과 사진 늘 잘 보고 있답니다. 침 삼키면서 ㅎㅎ

  • 3. 해파랑
    '23.5.12 10:05 PM

    살아계셨다면 올해 93세 되셨겠네요.
    다른 분들도 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지 저도 궁긍했어요.^^
    저희들은 매번 똑같은 저 이야기를 들어도 늘 재미있게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 뮤뮤
    '23.5.12 10:57 PM

    착한 따님들 아드님들이셔요.
    저희는 막 놀리는 딸래미들이예요.
    엄마, 그거 물 말았잖아. 그거잖아.
    나 지금 오십세번째 들었어. 막 이러는데 ㅎㅎㅎㅎ
    급 반성중이요 ㅎㅎㅎ

  • 4. 해파랑
    '23.5.12 11:20 PM

    착한 딸은 아니었구요^^
    어릴 때 들어서 그랬을 것 같아요.
    먹고싶었던 밥에 물을 말아버린 손님이 너무 원망스러운
    그 아이에게 감정이입을 제대로 해서 일까요? ㅎ

  • 5. 행복나눔미소
    '23.5.13 12:04 AM

    서로 배려하려다보면 난처한 상황이 생기기도 하지요 ㅠㅠ

    저도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었던 아이에게
    감정이입 되네요 ㅠ

  • 해파랑
    '23.5.13 9:28 PM

    역시 행복나눔미소님의 시선은 늘 약자에게 향해 있으시군요.
    늘 존경하는 마음으로 올려주시는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제가 가서 설거지 하겠다는 약속은 한번이라도 꼭 지킬게요^^

  • 6. morning
    '23.5.13 9:05 AM

    재밌으면서도 짠한 이야기네요.
    아버님 돌아가신 후 저도 가끔 아버지가 해주셨던 말씀이 불쑥불쑥 생각날때가 있는데, 그럴때면 그리움에 마음이 젖습니다.
    해파랑님도 그러셨겠어요.

  • 해파랑
    '23.5.13 9:38 PM

    우리가 옛날이야기를 해달라고 하면 아버지는 늘 이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ㅎ
    똑같은 내용이 질릴만도 한데 매번 재밌게 들었던 것이 신기해요^^

  • 7. 하비비
    '23.5.14 9:03 AM

    저도 갑자기...책읽다가 본글인데...조선시대 애들이 굶어죽으면 쌀나무(요즘 가로수로 피는 하얀꽃) 이팝나무 아래 아이를 뭍었대요.죽어서 쌀밥 실컷먹으라고...이듬해 나무에 꽃이피면 우리아이 살아서는 배골아도 죽어서는 쌀밥실컷먹었겠다 했다는데...이거 읽고 저는 해마다 이팝나무 꽃을보면 너무 슬프더라구요.

    요즘 아이들은 수학여행가서조차 배를 안곯아요ㅜㅜ
    버스 몇시간타도 중간에 햄버거를 먹여요 ㅜㅜ. 배고픔도 모르고 ㅜㅜ
    떫은맛도 모르고...구지 고생해야하나 싶겠지만 이해를 할 경험이 없으니 오히려 배려를 받아도 몰라요...작은것을 고마운지 한끼가 소중한줄 모르니...계속 계속 누려도 불행한 아이들을 봅니다.

  • 해파랑
    '23.5.25 12:59 PM

    풍요의 시대에 태어난 아이들이니 배고픔을 알 턱이 없지요.
    이팝나무에 얽힌 이야기가 참 아프네요.

  • 8. lllll
    '23.5.14 4:56 PM

    코로나 걸려서 입맛이 하나도 없었을때
    그나마 물말아 먹으면 그나마 밥이 넘어 갔었어요.
    이런 웃픈 이야기도 전설처럼 내려왔군요..

  • 해파랑
    '23.5.25 12:57 PM

    옛날이야기 중에는 웃기면서도 슬픈 이야기들이 많은 것 같아요.

  • 9. 소년공원
    '23.5.19 12:23 AM

    물에 만 밥은 술술 목구멍으로 잘 넘어가죠.
    어릴 때 물에 밥 말아서 짠지 얹어서 그렇게 자주 먹었던 기억이 나요.
    슬프고도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해파랑
    '23.5.25 12:55 PM

    맞아요.
    물 만 밥에는 짠지가 최고죠^^
    짠지 담그는 법을 배워서 만들어봐야겠어요.

  • 10. 웃음보
    '23.5.19 11:05 AM

    저는 지금까지 밥 맛이 없었던 적이 한번도 없었어요... 아, 코로나 걸렸을 때 한번 있었긴 하네요,

    아무튼
    저의 아버지도 옛날 이야기를 잘 들려주셨어요.
    언젠가 아버지, 저의 5살난 딸과 감을 따러 갔어요.
    제가 꼭대기에 열린 빨간 감을 따겠다고 나무에 오르려고 하니
    딸내미기 "엄마, 올라가지마. 할아버지한테 따 오라고 해"라며 울상을 지었어요.

    그러자 아버지가 들려주신 얘기.
    옛날에 한 꼬마 아이가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홍시와 거의 으깨져 있는 홍시를 들고 와선
    좋은 것은 할아버지를 드리고 으깨진 것은 아버지를 주더래요.
    마음이 흐뭇한 아버지가 왜 좋은 것을 할아버지 드렸느냐고 물었더니
    아이가 아버지의 귀에 대고 조그맣게 말했대요.
    "저거는 소똥위에 떨어졌던 거야"

    우리 딸내미는 이제 20대 중반이 돼서 열심히 직장생활하고 있는데
    이미 소풍 끝내고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나네요.

  • 해파랑
    '23.5.25 12:54 PM

    재미있는 이야기네요.
    할아버지는 끝내 모르시기를^^

  • 11. 까락지
    '23.5.20 12:01 AM

    한독가정의 어떤 아저씨가 하던말
    한국사람은 (자기부인은)
    밥을 아주 위생적으로 먹는다네요.
    왜냐하면
    쌀을 깨끗히 씻어서 밥을 한다음
    또 밥을 물에다 깨끗히 씻어서 먹는다네요.ㅎㅎ

  • 해파랑
    '23.5.25 12:52 PM

    하하하
    독일식 유머인가요^^

  • 12. Juliana7
    '23.5.26 10:25 PM

    얼마나 굶고 살았으면
    이팝나무
    조팝나무
    나무 이름이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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