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부터 여름까지 흘렸던 땀의 보상을 받는
-땅 보상이 아니고-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쬐끄만 비닐온실의 고추, 가지, 토마토등을 죄다 걷어내고
-오이와 풋호박은 줄기 몇개 남겨 가을까정 얻어 먹기로하고-
김장배추 모종을 심었습니다.
올해 심은 것은 배추 600여포기 무우 800개정도......
뭔 김장을 그리 많이 하느냐고 물으신다면
저희집은 장모님주관으로 처가에서 김장을 해오기 땜시
김장배추에 돼지수육에 쏘주한잔 먹을 기회가 없다는......
죄다 달구들 겨울먹이 입니다.
물론 일부는 우리가족 겨울먹이이기도 하죠.
닭도 사람도 묵나물로 겨울을 나기에는 쬐매 심심한 일이니
보리싹 밀싹과 함께 달구들 처잡숫도록 심어야만 한다는...... ㅠㅠ
덕분에 제명 못채우고 인생종친 고춧대에서
붉은고추와 파란고추, 고춧잎을 따로 추려내는 중입니다.
나머지 고춧잎은 역시나 닭장마당에 던져주면 달구들이 처잡숫고......
고구마순 역시 달구들이 아주 좋아하는 먹이이기도 합니다만
놈들에게 죄다 빼앗기기에는 억울함이 있어
나도 한번 먹어보자~ 부지런히 순을 따기는 했는데......
기분 잡채무침인 것은 마님의 변(辯)
난 거기 뱀나올 것 같아서 못가......
하긴 나도 그렇다~
그노무 비암시키가 남의 마누라 빤히 쳐다보며
혓바닥 날름거리는 꼴을 어떤 남편이 참을 수가 있겠냐마는
그래도 옆에서 잘한다고 한마디 거들면 쬐끔 힘이 덜 들 것 같은디......
우여곡절끝에 밥상에 올라온 고구마줄기무침입니다.
요즘 저녁밥상에 절대 빠지지 않는......
이제 철이 들까말까 한 나이가 되어서 그런지
올해는 고구마줄기무침이 너무 맛있습니다.
자급을 꿈꾸며 농사를 시작한지 이제 3년차.
이제 그래도 우리 밥상에 자급의 파도가 살짝 와 닿는 중입니다.
된장찌개의 표고, 호박, 고추.......
힘들때는 내년에는 그냥 사먹고 말아야지 하면서도
절기가 돌아오면 뭘 더 심을까 고민하는 것도
어쩌면 욕심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