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나서 옛날 사진들 뒤적대다보니 더올리고 싶어져서 바로 걍 하나 더씁니다.
제가 요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창조하는 일이기 때문에! 라고 늘 우기는데 저는 정해진 레시피 보고 따라하기 보다 있는 재료 가지고 이것저것 장난쳐보는게 재밌어요. 이 재료를 가지고 멀할 수 있을까 끄응- 하는 과정이 너무 좋아요.
이를테면 이런거, 얼마전에 친구들을 초대했는데 제가 밥통없는 임시 상태로 살고 있는지라 한국음식을 할 수가 없는거에요. 불고기나 제육볶음, 김치볶음밥따위를 하면 쉽게 많은 인원수를 먹일 수 있는데, 이건 임시집이라 조미료도 안갖춰놨고 밥통도 없고.. 얼마전에 누군가 올려주신 대로 저는 휴가와서 콘도 사는 기분으로 맨날 요리합니다.
그래서 떡볶이랑 해물파전을 했어요. 쉽게 갈려고...
한인마트가서
떡볶이 - 떡, 오뎅, 시판소스, 사서 끊이고 라면 사리랑 삶은 계란사리 넣어줌
해물파전- 모듬해물, 파, 튀김가루 (전 튀김가루가 부침가루보다 좋아요) 사서 계란 잔뜩이랑 부쳐줌. 사실 이건 제대로 못 부쳐내서 망함.
이렇게 해놓고 술먹는데 초대한 애들이 다와서-_-(전 당연히 몇은 막판에 펑크낼줄 알았음-_- 다들 나같은 인간으로 간주하는 성격) 이거 음식이 부족하겠는거에요. 음식 모자라면 성질나는 성격이기에 냉장고를 열었는데 육식류는 냉동실에 얼려논 만두 몇조각. 냉장고는 샐러드거리랑 과일뿐... 저 만두를 삶아내노면 누구 코에도 못붙일거 같고 남자애들 샐러드 안 먹을게 뻔하고..
그래서 샐러드거리를 다 채썰고 (이파리들, 양배추, 양파,당근, 삶은 계란) 만두를 바짝 군만두처럼 튀겨서 초고추장을 휘휘 뿌리니 한국 분식점에서 먹던 비빔만두가 >_< 아 사과도 되겠다 싶어서 사과도 썰었어요. 냉장고에 있던 재료 거의 다씀. 그날 이후로 비빔만두는 제 단골 메뉴가 되었어요. 이런 우연의 발명 너무 즐거워요.
이날 술 잔뜩 먹고 다음날은
남은 오뎅, 들어있던 가루수프, 양파 넣어서 오뎅국 해장. 크아 좋다.
저녁은 해물파전하고 남은 모듬해물, 고추 조금 더 넣고 라면을 짬뽕처럼 끓여서 또 2차 해장. 완전 조아요.
냉장고에 늘 쟁여놓는 건 (냉동실에 얼려논 다진 마늘/고추), 양파인데 그거+알파 가지고 장난칠수 있는 무한한 세계가 즐거워요.
이건 예에-전에 집 며칠 비울일이 있어서 냉장고를 비워야되는데 냉동실에 얼릴거 다 얼리고 보니 랜덤한 재료: 시들한 토마토,브로콜리, 당근, 소세지만 있는 거에요. 흠 이걸 어쩌지 하다가 마늘을 볶다 껍질 벗긴 토마토를 볶아 녹이고 (이탈리안 시즈닝을 너야되는데 없어서) 그렇게 대충 만든 토마토 베이스에 나머지를 다 넣고 끓여서 수프 비스무리하게 만들었어요. 추천할 음식은 아니지만 나의 창의력이 또 기특했다는. (맨날 스스로 만들고 감탄하는 스타일-_-.. )
요건 왜 올리냐면요, 라면이 아니거덩요.
제가 닭고기 삶은 육수가 아까워서 맨날 얼려놓는데 어느날은 그 육수를 가지고 먼가 해볼려고 일단 끓이고, 다시마 한조각을 넣고 어떻게 해볼까 하다가 미소라면 어때하면서 된장을 한스푼 넣었더니...... 맛이 없어요. -_- 그럼 일본 음식처럼 달게 가볼까, 설탕을 넣고 단 야채: 당근 양파 를 넣고 끓였더니 제법 먹을만 하더라는.
그래서 그대로 라면 면 넣고 끓였어요. 헤헤.
이런 임기응변은 쫓아따라할만한 '레시피' 는 절대 못되지만 냉장고에 재료가 너덧개 밖에 없는 상태 적은 양만 해먹고 사는 자취생들한테 그렇다고 기죽을 필요없다고 부추기는 의미에서 올립니다. 저는 사실 요리재료 아무것도 못버린다는. 닭고기 끊인물도 다 얼려놓고 장아찍 해먹고 남은 국물도 일단 다 저장해놓고 멀할 수 있을까 며칠내내 수업 듣다 말고 리포트 쓰다말고 공상에 빠져있어요.
요리는 즐거워요. 여기 오시는 분들은 요리 좋아하는 분들이겠지만 안좋아하시는 분도 창조의 매력을 아셨으면 하는 마음에. 요리는 할때마다 늘 다르거든요. 그게 재밌어요.
물론 저러다 망치면 혼자 꾸역꾸역 다 먹고 투덜대는게 함정-_-
실패한 음식 다 먹어치우고 설거질 다해줄 잘생기고 몸좋은 남자를 찾아야하는데 말이죠. -.,- (농담이에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