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이 중복인데...닭고기 한점이라도 드셨나요??
저흰...통닭과 백숙...두가지를 해서..먹었어요. 우리 시어머니와 친정부모님을 위한 백숙과 나머지 식구들을 위한 통닭!!
지난 초복에 친정에 해가지고간 백숙...아버지가 너무너무 잘 드셨대요.
아버지...암이세요...전립선암...수술도 할 수 없는 상태이긴 하지만..다행스러운 것은 뼈나 폐로 전이가 되지 않으셨대요.
전이되지 않은 것만으로도...감사..또 감사할 뿐이에요.
한달에 한번씩 항암치료를 받으세요. 벌써 두번 받으셨고..내일모레 또 받으세요..
의사선생님이 "치료받으면 전립선암으로 돌아가시지는 않는다"고 하셔서...그 말씀 철썩같이 믿고 있어요.
그래도....마음 한자락..늘 조마조마합니다.
초복에 "딸이 해다 준 백숙 너무 맛있게 먹었다"하셔서...중복에도 해다드렸어요...제 손으로 몇번이나 더 백숙을 해다드릴 수 있을 지....
저녁으로 드시도록 해다 드릴 생각이었는데..12시쯤 전화해보니...엄마가, "얘, 느이 아부지, 점심으로 드셨으면 하는 것 같다"시는거에요..
부랴부랴 준비해서 가져다 드렸어요. 어찌나 맛있게 드시는지...아침부터 절 기다리셨대요..
식사를 마치시더니...아주 어렵게..
"얘, 혜경아.."
"왜요?"
"말이다.."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이렇게 뜸을 들이시나..."
"말복에는 말이다, 우리 어디 계곡에라도 가서 복놀이하면 어떨까?"
사실..생각은 하고 있었어요...복날이 아니더라도, 어디 계곡에라도 모시고 가서 바람 좀 쏘여드릴 생각이었거든요.
"말복이 무슨 요일인데요?"
말복이 일요일이에요..8월14일...
"아부지, 말복은 일요일이니까 복잡하고...그 전에 날 잡아서,계곡에 모시고 갈게요. 대신...엄마말 잘듣고 계세요. 더운데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아부지, 외출 너무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 알았다.."
"엄마 한테 확인해볼꺼야..엄마 말 잘 들었다고 하면..계곡에 가고..."
엄마 말을 잘 안들었다고 하셔도 모시고 가야죠...여름날 계곡에 모시고 몇번이나 갈 수 있겠어요...
생각해보면..우리 아부지, 건강때문에 은근히 가족 속을 끓이게 하셨어요. 잔병치레는 하지않는 건강체질이셨는데...
83년에는 뇌동맥류 파열로 뇌수술받으시면서 돌아가실 뻔 하시고...,93년인가, 94년에는 엄청 큰 결석 때문에 담낭을 떼어내시고...
2003년에는 뇌졸중으로 몇달간 입원하시고,2004년에는 폐렴으로 여름 내내 병원신세 지시고...
그리고 올해는 백내장 수술에..그리고 전립선암까지...
그래도...그때마다 고비를 잘 이겨내시고...아직 바깥 활동을 하시니...얼마나 다행인지...
이 담에...후회가 남지않도록....잘 해드리려구요...
계곡에 가시고 싶다고 하면 계곡에 모시고 가고..뭐 드시고 싶다고 하면 해드리고...
그리고 제게 뭐 사주고 싶다고 하시면 사양하지 않으려구요.
아까도 복날이라고 포장빙수라도 사서 보내고 싶다고 하시는 걸, 차 세워놓고 빙수포장하기도 마땅치않고 해서 사양했는데..살짝 후회가 됩니다. 사주신다고 할 때 받아올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