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김치와 달팽이에 대한 짧은 보고

| 조회수 : 5,916 | 추천수 : 99
작성일 : 2004-06-22 10:10:05
졸려 죽겠슴당~~ 배추랑 씨름하느라~~
이럴 줄 알았으면 김치도 좀 열심히 담가보는 건데..

아무리 기억을 헤집어 봐도,최근 3년간 담근 김치라고는 작년에 알타리 한번, 그리고 얼마전 김치(망친 것) 한번...뿐입니다.
아, 명절에 담그는 나박김치는 빼고요.
그래도 직장 다닐 때는 깍두기도 담고, 갓김치도 담고, 열무김치도 담고, 여름김치도 담고 했는데요, 물론 자주는 아니지만.
요새 더 게을러졌던 모양입니다.

일단 배추는 절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고춧가루가 없는 것 같아요.
얼마전 김치 담글때도 고춧가루가 없어서 애먹었어요. 그래서 친정어머니에게 얻어오긴 했는데...
"더 가지고 가"하시는 걸.
"됐어, 김치 담을 일도 없는 데, 뭐"했다는 거 아닙니까?? 입이 방정이지...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했는 줄 아세요?
마침 요리용 마른 고추 한근 사다놓은게 있었거든요. 그 밤중에 깨끗한 행주도 마른 고추를 닦아서 가위로 배를 가른 다음 씨를 말끔하게 빼고는 컵형 블렌더에 일자날을 끼우고 갈았어요.

밀가루풀도 쒀놓고..
집에 찹쌀가루 쌀가루 밀가루 모두 있지만 밀가루풀을 쑨 이유는...어렴풋이 친정어머니로부터 '밀가루풀이 젤 나은 것 같더라'하는 걸 들은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나서 다시 배추를 점검해보니...절은 것 같기도 하고, 덜 절은 것 같기도 하고...
일단 걍 자기로 했습니다. 이때 시간이 2시30분쯤...

자러가기 전에 허브화분에 가보니...아, 달팽이가 한마리도 없네요...그 밤중에 찾을 수도 없고...
거실로 기어들어올까봐 문 꼭꼭 닫고, 잠자리에 들어갔는데...잠시 달팽이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없더군요.
벌써 얘네들이 아기 낳으면 어쩌지...응아 여기저기 해놓으면 어쩌지...화분의 잎들 다 갉아먹으면 어쩌지...
잠 설쳤습니다.

아침 6시50분에 일어나서, 배추 씻어서 건지고, 마늘이랑 생강이랑 파 갈았습니다.
블렌더에 간 고추 가지고 좀 모자라는 듯 해서 고춧가루 더 넣어서 버무렸죠.
김치 국물에는 까나리액젓 아주 조금 넣고...
여름김치에 젓국많이 들어가면 색깔이 까맣다고 친정어머니가 하셨던 것 같더라구요.
그리고 어디에서 들은 소리는 있어가지고 감자 하나 작은 걸로 강판에 갈아서 넣었습니다.

이제 김치가 맛이 있고 없고는 제손을 떠난 일...하늘에 맡겨야죠. (너무 거창했나!!)
김치는 해결했으니 이제는 달팽이 차례~~

허브화분을 아무리봐도 달팽이가 없어요. 애들이 다 어떻게 된거지 하면서 유심히 살펴보니,
허브 화분 옆에...집안으로 들어간 달팽이가 하나 있네요.
어제 배추에서 나올 때처럼 온몸을 내밀고 넘실거리던 녀석들을 찾으니 없는 것 처럼 보였나봐요.
허브화분을 다시 살펴보니, 녀석들이 모두 자는지 집안에 들어가 있네요.
양파망 안에 배추잎 몇개 넣어서 녀석들을 모두 감금하고 입구를 잘 막아서 놔뒀어요.
양파망안에 있으니 숨은 막히지 않을 것이고, 배추가 있으니 배는 고프지 않을테고...

아아...짧은 보고가 너무 길어졌습니다. 외출하려면 머리 감아야 하는데...
광화문 번개 준비하냐고요, 아닙니다. 제가 뭐 직장인인가요? 직장인 번개든데..하하...농담이구요...
다른 볼 일 있어서요...그럼 이만 총총...

p.s.
아, 아무리 바빠도 지압원이요...궁금해하시는 분들 무쟈게 많네요. 일단 전화번호 쪽지로 날려드리고 있습니다.
제가 외출 후 오는 쪽지는 돌아와서 날려드릴게요.
근데 아마 오늘은 지압원 원장 강의 나가는 날이라 오후 늦게나 연락이 될거에요. 그리고...
먼곳에서 여기까지 찾아오려고 하진 마세요...힘들게 오가면 오히려 더 병됩니다.

근처에서 잘 찾아보세요, 다만 너무 바가지 쓰진 마세요.
여기 가격...이거 알려드려도 되나 모르겠네요...괜찮을라나..문제가 되면 이따 지울게요...
여기는 1회 비용은 3만원이지만 30회를 끊으면 30만원이에요. 그러니까 1회 1만원인 셈이죠...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트윈맘
    '04.6.22 10:44 AM

    유기농 배추로 담은 김치가 일반이랑 다르긴 하죠...맛이...씹는 맛이요...
    아침에도 점심에도 저녁에도 계속 이렇게 들어와서 헤매는 걸 보니 저도 어느새 82폐인이 된 듯 합니다...결국엔 카메라 들고 밥상 앞에서 설치게 될 날이 곧 닥칠 예감이 드네요...

  • 2. 김수열
    '04.6.22 10:46 AM

    어머 선생님 이런 시간에 여기 계시다니...아침부터 노는거 같아 찔렸었는데, 선생님도 계시니깐 머...ㅎㅎㅎ 김치 맛있겠어요.

  • 3. 알로에
    '04.6.22 10:50 AM

    맛있어 보여요 ^^*걱정마세요 좋은 날씨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 4. 앙큼이
    '04.6.22 10:52 AM

    선생님 걱정데로..맛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보기에는 정말..너무 맛있게 생겼는걸요?
    저는 생김치를 좋아해서..뜨거운 밥에 얻어 먹으면..그만 일것 같아요...^^*
    언제쯤..저도..김치에 대한 내공이 쌓일런지....

  • 5. 혀니
    '04.6.22 10:54 AM

    대략 순위권안에 진입인가요? 영광입니다...^^
    저희도 어제 달팽이 잡아다 놧는데...
    아들놈 상추 달라고 해서 잔뜩 넣어주더만요...
    양파망에 넣으면 딱인걸...달팽이 기어나온다고..오도방정을...-.-;;

  • 6. 소금별
    '04.6.22 10:58 AM

    앗싸!!!
    순위권진입입니다....
    기쁘네요...

  • 7. 루나
    '04.6.22 11:02 AM

    넘 맛나게보여요~
    뜨끈한밥에 척 언져서 먹고시포라~~
    배고파요 아구구~~쓰읍~

  • 8. 소금별
    '04.6.22 11:06 AM

    에궁.. 샘님.. 죄송스럽게도 글두 읽지않구.. 순위권진입에만 눈이 어두워서 도장찍고..
    글을 읽었습니다..
    김치 맛깔스러워보입니다...
    나중에 익거든 보리밥을 지어서 쓱쓱 비벼먹어두 맛있을거 같고.. 찬밥에 얹어 먹어두 맛날거 같고..

    저는 솔직히 리빙노트의 댓글은 늘 꼴찌로 달곤했는데, 순위권에 처음 진입해서 넘넘 기뻐요..
    왠지 행운이 온듯한 기분이네요..
    기분좋은 일이 생길것 같습니다...

  • 9. carmine
    '04.6.22 11:44 AM

    2시30분에 주무시고 6시50분에 일어나시고,,, 우와~~
    정말 대단하십니다. 수험생도 아니신데 정말 부지런하시네요.. 역시 선생님께선...

    저도 열무한단 쪽파한단 얼갈이한단 사다 놓고 하루지났네요.
    오늘 저녁에 가서 물김치를 담아야 하는데 압박이 심합니다..ㅡ.ㅡ
    선생님 김치가 맛있게 익기를 바랍니다.^^

  • 10. 엘리사벳
    '04.6.22 12:12 PM

    선생님의 정성과 평소의 손맛으로 맛이 없을수가 없을겁니다,
    한젓가락 얻어 먹고 싶다....

    저도 오늘 얼가리 배추 사다가 텃밭에 열무 뽑아 고추 갈아
    물김치 담아야 합니다.

  • 11. 훈이민이
    '04.6.22 1:49 PM

    ㅋㅋㅋ
    저도 오이 소박이랑 총각김치 담고
    월매나 가슴 졸였던지...

    다행이도 맛있는데
    선생님꺼도 맛있길.... 바랄께요

  • 12. happyrosa
    '04.6.22 3:13 PM

    그렇게 고생해서 담은 김치인데 맛있었으면 좋겠어요.
    참 그리고 저 드롱기에서 전화왔답니다.
    선생님 너무 감사드려요.
    곧 키친토크에 데뷔할께요!!!

  • 13. 이영희
    '04.6.22 3:32 PM

    애궁!!!전라도 분들이 꼭 일부러 마른고추 갈아 하잖아요. 정말 맛있지만 힘들어서 잘 안하는데......샘 !!!그리 하셨으니...분명 넘 맛있어서 김치 담거먹기로 했다는 얘기 나올듯.....ㅎㅎㅎ

  • 14. 쵸콜릿
    '04.6.22 4:10 PM

    김치 맛있겠어요 ^^
    맛없음 저한테 보내주세요 ㅎㅎㅎ

  • 15. 남양
    '04.6.22 5:21 PM

    김치 넘 맛있겠어요..
    김치냉장고 생긴이후 계속 김장김치만 먹으니까 안익은 김치가 넘 먹고싶은거 있죠?
    개인적으로 우울한 일이 있어서 오래간만에 들어왔어요.
    비온뒤 땅이 더 굳어진다고 앞으로는 더 즐거운 일만 생겼으면 좋겠네요...

  • 16. 빈수레
    '04.6.22 5:29 PM

    맛 없으면 제게로 날려 버리시길~!
    (다른 사람이 담근 김치 받아먹는 사람들이 젤로 부러운지라, 맛이 없어도 주기만 하면, 흥분해서 잘만 먹습니다~!!!**^^**)

    에또, 뭔 소릴 쓸라고 했더라...???
    일단, 시험때가 다가와서 셤공부 좀 하랬더니, 화장실에 들어가서는 안 나오고 있는 아들놈부터 끄잡아 내구요... =3=3=3=33

  • 17. 빈수레
    '04.6.22 5:49 PM

    까먹었던 이야기는 달팽이 기르기에 관해서. ^^;;;
    전에는 1.5리터 짜리 투명한 사각물통을 썼었는데, 요즘에는 "새순샐러드"통 있잖아요, 그거 좋더라구요.

    먹이주기도 편하고 관찰(^^;;)도 쉽고, 청소하기도 편하구요.
    상당히 많이 배설하기에 양파망에다가 두시면...아마도 매번 새 양파망을 찾으시던지 해얄 것 같아서요.

    참, 통 청소할 때 달팽이들도 한마리씩 물로 잘씻어주시면...좋아요, ^^;;;; ==3==3==33333

  • 18. zoldaga
    '04.6.22 9:09 PM

    저 밥이랑 수저들고 가면 생김치 주실라나요^^. 생김치 쓰~~읍! 무지좋아함다.

  • 19. 냠냠주부
    '04.6.22 11:42 PM

    그 달팽이..그렇게 먹이주고 두면..
    ..자라겠죠 쑤욱? -_-

  • 20. 숲속
    '04.6.23 12:22 AM

    빈수레님 말씀이 맞아요~~ ^^;;

    지금 이 시간에, 위에 있던 홍합구이에, 이 김치를 같이 먹고 싶다고 생각하면
    너무 지나친 엽기일려나요... ;;;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날짜 조회
622 시작은 미약했으나... 83 2004/07/07 6,900
621 끝내준다, Jesuslove식 [항정살 부추찜]! 26 2004/07/06 8,809
620 따봉!! 강금희 스타일 [붕장어 볶음] 23 2004/07/05 7,869
619 점심에 먹은 [칠리 새우] 16 2004/07/04 10,196
618 뽀로로 스타일로 구웠다! [항정살 양념구이] 23 2004/07/03 8,469
617 막사발네 사형제~ 32 2004/07/02 8,134
616 멋진 남자 밀어주기!! 42 2004/07/01 7,255
615 조금은 지루한 오후 [장어탕] 47 2004/07/01 5,955
614 불릴 필요없는 미역, [미역국] 31 2004/06/30 10,471
613 미친듯이 만들었다! [쟁반국수] 29 2004/06/29 12,295
612 오늘 풍경 셋~ 105 2004/06/28 10,526
611 놀러가려고 서둘러 먹은 점심 [닭 백숙] 23 2004/06/27 7,741
610 고기 먹는 날 [항정살 구이] 25 2004/06/26 8,017
609 들꽃 전시회, 야생화 정원 112 2004/06/25 9,848
608 모든 사람들이 모두 알아도...2 [치킨 카레] 40 2004/06/24 8,342
607 키친토크에 대해 [홍합치즈구이] 45 2004/06/22 8,674
606 김치와 달팽이에 대한 짧은 보고 20 2004/06/22 5,916
605 달팽이 키웁니다!! 20 2004/06/22 11,279
604 제 눈의 안경 47 2004/06/21 10,673
603 벌써 장마?! 35 2004/06/19 7,776
602 어느 무더운 날의 저녁상~ [어머니 생신] 84 2004/06/18 19,925
601 눈썹 휘날리며~~ 63 2004/06/17 9,263
600 어쩌면 좋을까요?? 92 2004/06/17 7,845
599 오~제발~~ 49 2004/06/15 10,472
598 올 여름 어찌 보내지?! [냉국 레시피 2] 25 2004/06/14 8,8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