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신 분이 몇몇 있어요. 옆에서 누가 기침이라도 할라치면 가슴이 덜컥 하잖아요. 그래서,
기관지 안 좋은 남편을 위해 저도 82cook의 편강 열풍에 동참해 봤어요.

실패하신 분들도 많다는데, 겁도 없이 1kg 가까이 덜컥 샀어요. 제 생애 이렇게 많은 생강을
한꺼번에 사본 건 처음이에요. 못생긴 것들. 변신 시켜 줄테닷!

1차 변신~ 전 수세미로 살살 문질러서 닦아 줬구요, 틈새 부분은 그냥 과감히 잘라 버렸어요.
어차피 편으로 동글동글 저밀 거니까.

살짝 베어 물어보니 많이 맵지 않더라구요. 매운 거 못 먹는 남편 땜에 살짝 고민은 했지만,
그냥 삶지 않고 물에 좀 오래 두기로 했어요. 채칼로 저며서 밤새 물에 담가 매운 맛을 빼줬어요.
아우... 생강 씻고 채갈로 저미는 게 어찌나 힘들던지...
완전 새끼 알타리 무우더군요. 생강 저미다가 채칼과 도원결의 맺었어요. 피를 나누며. -_-
왼쪽 엄지 손가락은 수세미에 쓸려서 피나고, 오른쪽 엄지 손가락은 채칼에 피를 나누어
주시고, 손이 아주 말이 아니랍니다.

어떤 분이 말씀 하셨지만, 음... 제가 손은 좀 이쁜 편이에요. ㅋㅋ ^^;
어려서 부터 가족들 밥해 먹이며 학교 다니고, 스무살에 시집와 전방을 떠돌며 산골 얼음물에
손 담가 살림하신 엄마는 손 마디가 굵고 굳어 있었죠. 쫙 펴면 살짝 위로 올라가는 제 손을 얼마나
부러워 하셨는지 몰라요.
이 손에 물 한방울 안 묻히게 할 남자 아님 시집 안보내신다더니만.
물 한방울은 고사하고, 요즘 반창고와 친구 삼아 지내고 있다지요. 흐흐.


네일 아트 하시는 분들... 이 글리터는 절대 하지 마세요. 하면 정말 이쁘긴 한데요, 손톱이 너무
많이 상해요. 네일 아트는 이쁜 것도 좋지만, 기본은 내 손톱을 아끼는 거랍니다.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리 화려하게 해도 이쁘지 않아요.

일부는 양념용으로 떼어놓고, 손질하고 나니 딱 800g이네요. 의도한 건 아닌데, 이왕 800g 된 거
진부령님 레시피 그대로 따라해 보려구요.

설탕 500g, 올리고당 한 큰술, 꿀 한 큰술 넣어줬어요. 음, 나중에 설탕이 많이 남은 걸로
봐서 설탕 양은 좀 줄여도 될 듯 해요.

처음에는 생강에서 물이 나와 굳이 저을 필요 없더라구요. 설탕이 녹아서 굳을 때까지 중간
보다 약간 센불로 그냥 놔뒀어요.

설탕이 굳는다 싶으면 타기 전에 얼른 약불로 줄여서 저어줘요. 이때부터는 딴 거 집어 치우고
여기에 집중 하셔야 합니다.

바닥까지 박박 저으려고 스텐 뒤집개에서 나무주걱으로 바꿔서 계속 저었어요.
이때만 해도 실패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서로 마구 뭉쳐서 떨어질 기미가 안 보이네요.
흑, 어쩌자고 이렇게 많이 산거야... 후회 되기 시작해요. 하지만, 손질 하느라 보낸 시간과
노동력이 얼만데 이대로 포기할 순 없어요. 열심히 박박.

앗 설탕이 수분을 버리고 서서히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네요. 이때부터 조금씩
편강들이 자아를 찾을 기미를 보입니다.

짜짠~ 이제 거의 서로 분리되고, 알맞게 설탕 옷을 입었어요.

전 여기서 계속 불을 높였다 줄였다 뒤적 뒤적 하면서 수분을 날려서 바삭하게 해줬어요.

때깔이 참 이쁘죠? ^^

도서관 가서 책 본다길래 간식으로 먹으라고 넣어줬어요.
매운 거 잘 못 먹는데, 달큰 쌉쌀한 게 괜찮다네요. 인사동 찻집에서 나오는 허연 설탕
가루 묻은 것 보다 훨 고급스럽고 먹기도 편하다면서 좋아해요.

이건 선물 하려구요. 음, 누구에게 줄까요? 이렇게 먹는 선물 만들어 놓고 누구에게 줄까
고민하는 것도 참 행복한 순간이네요. 감기에 걸리면 곤란한, 기관지가 건강해야 할 사람이
누구일까요? 저의 업무 파트너, 차 모 아나운서에게 주기로 결정했어요. 흐흐.
저보다 나이도 어린데, 참 많이 배우고 있어요. 추진력 있고, 책임감 있고,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아주 예절 바르고 집요하게 사람을 물고 늘어져요. 미워할 수가 없다니까요.
뉴스에, 라디오에, 저와 함께 하는 일까지... 참 많은 일을 하면서도 에너지 넘치는 그녀가
늘 건강하길 기원하는 마음으로 내일 전달식을 가질 예정. ㅋ

제가 다니는 에스테틱 원장님이 강화에서 직접 캔 고구마를 한박스 주시면서, 글쎄 큰바위
얼굴 만한 배추도 한통 넣어 보내셨네요. 배추 통으로 선물 받아 본 거 처음, 아니 제가 직접
사본 적도 없어요. 진짜 만년 초보, 결혼 7년 만에 배추 한통 안아 들고 감개무량.
그 맛있다던, 그러나, 도대체 무슨 맛있지 가늠이 안가는 배추전을 함 해봤어요.
밀가루에 소금 약간 넣고, 밀가루물이 배추에서 넘 흘러내리지 않을 정도로, 그러나 살짝 묽게
농도를 조절했구요.

한쪽 면을 익히면 저렇게 윗면의 밀가루가 투명하게 익으면서 흘러내리지 않을 정도가 돼요.
이때 뒤집으심 절대 실패 안해요. 저는 부침개 할때 딱 세번 뒤집거든요. 처음엔 약불로 양쪽
면을 익히구요, 익고 나면 양쪽으로 한번씩 더 뒤집에서 살짝 센불에 노릇 노릇 지져줘요.
그럼 바삭 바삭 하고, 색깔도 노릇 노릇하게 조절 가능하거든요. 해물파전 처럼 두꺼운 건 뚜껑을
덮어서 익혀주구요.
이게 경상도 음식이라는데, 전 왜 자라면서 이걸 한번도 못 먹어 봤을까요? 우리 집 김장하는
날은 우리 세남매 고구마에, 뜨건 밥에 겉저리로 포식하는 날이었는데, 이걸 먹어 본 적은 없어요.
곰곰히 생각해 보니, 엄마는 경상도 어른들로 부터 음식을 전수 받을 기회가 없었더군요.
어렸을 때는 일 도우시는 아줌마 어깨 너머로, 그리고 결혼 후에는 전국 각지를 떠돌며 엄마 혼자
개척해서 음식 만드는 법을 깨치셨던 거죠.

이때까지는 노릇하게 색깔내는 것보다 익히는데 주력해주세요.
참, 어린 엄마는 여러가지로 막막하셨을 것 같아요. 새댁이 도심에 살아도 힘드셨을 텐데,
전라도, 경기도, 강원도 산골까지 아빠 따라 정말 웬만한 전방을 다 다니셨다더라구요.

줄기가 두꺼운 부분은 익히는 동안 양쪽을 꾹꾹 눌러주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노곤
노곤해지며 후라이팬에 착 달라 붙어요.
지금처럼 인터넷이라도 있음 여기저기 검색해서 할 수 있을텐데,(저처럼 ^^) 어디 여쭤
볼 친정 엄마도 없으면서도 엄만 참 부지런하게 이것저것 많이 하셨어요.
그런 거 있잖아요, 동지에는 새알심 넣어 팥죽 해먹어야 하고, 생일에는 케익 잘라야 하고,
아빠 월급 날에는 통닭 사먹어야 하고(살림살이 나아지면서 삼겹살 파뤼로 격상되었다지요.)
여름에는 곰돌이 빙수기에 얼음 갈아 팥빙수 해먹어야 하고, 비오는 날에는 마루에 신문지
깔아 부르스타에 부침개 부쳐 먹어야 하고, 추석에는 3남매 다 모여 송편 빚어야 하고,
설날 전에는 만두 빚어 떡만두국 해먹어햐 하고.

이거 진짜 진짜 맛있더라구요. 배추가 이렇게 맛있는 음식인 줄은 정말 몰랐어요. 항상
김치나 배추국만 먹어서. 앞으로 자주 자주 해먹을 듯.
그러다 보니, 엄마와의 추억이 참 많아요. 그런데, 딸에게 엄마와의 추억은 뭐니 뭐니
해도 쇼핑인 듯. ^^
엄마 돌아가시고 나서 한동안은 엄마와 함께 가던 곳들이 자꾸만 눈에 밟혀 길을
걷다가 우두커니 서서 눈물 흘린 적이 참 많았죠. 여러분들은 엄마와 어디 자주 가세요?
전, 음... 엄마 돌아가시기 전날 함께 저녁 먹으며 술 한잔 했던 여의도 한야지포크,
가끔 멀리 납셔주고 싶을 때 들렀던 신촌의 송도 횟집, 친정 아파트 들어가는 초입의
마포소금구이, 노량진의 춘천닭갈비... 주로 맛집이 아니라 동선 위주로 움직였군요.^^
사실 밖에 나가서 먹는 것보다 집에서 족발, 통닭 등을 시키거나 엄마가 후딱 부추전,
돼지김치볶음 등등 안주해서 먹은 적이 더 많았어요. 퇴근이 좀 빠를 때면 도착할 때
쯤 배달 전화 넣거나, 엄마 한테 몇시 쯤 도착한다고 전화 하고 소주 두병 사갖고
들어갔죠. ^^; 학교 다닐 때는 참 쌩-하고, 무뚝뚝한 아이였는데, 결혼 전 2~3년 동안
엄마랑 참 알콩달콩 살갑게 지냈어요. 그 시간들이라도 없었음 저 넘 억울했을 듯.
(엄마와 친하게 지내세요. 정서적으로도 안정되고, 고민거리도 쉽게 해결된답니다..)

손으로 쭉쭉 찢어 먹으면 정말 한두장 쯤은 후딱.
지금 제 손톱 몹시 얌전하죠? 음, 1년에 2번 이래요. 설날 전에 한번, 추석 전에 한번 싹뚝.
시엄니 앞에서 라텍스 장갑 끼고 동그랑땡 빚을 순 없잖아요. 흐흐~.
지난 주에 제사도 지났으니까 이제 슬슬 다시 관리 들어갑니다요.
어렸을 때는 엄마와 반포 뉴코아로 쇼핑을 주로 갔었는데요, 거기 지하 1층에 야채 떡볶이가
맛있었어요. 야채 떡볶이 1인분, 순대 볶음 1인분 씩 시켜 꼭 먹고 왔죠. 같은 층의 배나무집
회냉면과 비빔냉면도 1인분씩 시켜서 같이 먹구요. 구반포 함흥냉면도 좋아했고, 지금은 다른
명칭으로 바꼈지만 당시 구반포현대백화점 지하의 왕만두도 엄마와 꼭 먹고 오던 거였어요.
평소 깔끔쟁이인 엄마는 어찌 그리 먹을 땐 여기저기 묻히고 드시는지, 맨날 핀잔 주곤 했어요.
그런데 얼마 전에요, 하얀 원피스에 고추장이 튀어 회사 화장실에서 닦고 있는데, 청소아줌마가
오시더니 주방세제를 묻혀 닦아주시며 '언닌 아기 처럼 맨날 뭐 묻히고 그래. 점심 먹고 나면
꼭 나 보고 가' ...... 저 빼도 박도 못하는 엄마 딸 맞네요 ^^
엄마는 냉면과 회를 참 좋아하셨어요. 그냥 좋아하신다고만 알고 있었을 뿐 깊이 생각지
않았는데... 엄마와 제가 또 자주 가던 곳이 여의도의 황소곱창구이집이거든요.
제가 곱창을 좋아해요. 근데, 여자들은 곱창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 엄마와 아님 가기 쉽지
않아요. 엄마는 그닥 곱창을 좋아하시지 않지만, 제가 가자면 무조건 OK셨죠.
그런데, 얼마전 잇몸이 약해져서 치료를 받은 적이 있어요. 이빨이 시큰거려서 뭘 씹을 수가
없었죠. 하지만, 곱창 좋아하는 후배가 하도 먹고 싶다고 하길래 같이 갔는데, 전혀 씹을 수가
없더군요. 입안에서 이리저리 돌려가며 씹어 삼켜 보긴 했지만, 아무런 맛을 느낄 수가 없었어요...
이런... 동생 낳으면서 치아를 모두 상한 엄마는 아주 일찍부터 임플란트를 했고, 몇개는 잘못해서
평생 뭘 잘 씹지 못하셨거든요. 그러니까 엄마는 아무 맛도 없으면서, 씹지도 못하면서 제가 미안해
할까봐 그냥 삼키고는 맛있다고 하신 거예요. 조금만 생각하면 엄마의 상태를 배려해서 행동할 수
있었을텐데, 저는 어쩜 그렇게 제 생각만 했을까요?
치아가 안 좋아 냉면과 회, 야채만 즐겨드시는 엄마인데... 엄마 입장에서 단 한번만 생각해 봤어도...
그래요, 철없는 자식들에게 엄마는 그런 존재인가봐요. 이가 약해도 어떻게든 곱창을 씹어 삼킬 수
있고, 몸이 하나라도 엄마, 아내, 외할머니 역할을 완벽하게 해낼 수있고, 해주면 당연하고, 안해주면
섭섭한...
그런데요, 어머님들... 이제 딸들에게 엄마는 수퍼우먼이 아니라, 엄마도 똑같이 불량 식품도 먹어
보고 싶고, 이쁜 거 보면 입고 싶고, 가꾸고 싶고, 젊은 딸한테 샘도 나는, 보살핌 받고 싶고, 칭찬 받고
싶은 '여자'라는 거... 꼭 일러 주세요.
왜냐면요... 혼자 남겨져서 깨닫게 되면 너무 아프거든요. 받은 거 돌려드릴 수 없을 때 엄마도 나와
같은 여자였다는 걸, 엄마도 약한 분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면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