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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우정

| 조회수 : 3,077 | 추천수 : 27
작성일 : 2004-06-04 00:27:51

옥수수가 지천인 동네에 살다보니 천원에 열개 주더군요.
일단 여름의 대명사 옥수수 사진 한장 걸쳐 놓고...


6월 기말고사철이 되믄 떠오르는 옛이야기 하나.

대딩 1년.
첫 기말고사에 열라 벼락치기를 하던중,
갑자기 단짝 친구 4인방중 한 가시나이가 마지막 금욜에 걸쳐있는 교양 한 과목을
빵구내겠다 하더이다.
군대간 남친이 그날 면회 오라고 했다믄서...
어머머머? 뭐시라고라고라? 얘가 왜 이래? 이기이기 미칬나?

친구들이 아무리 광녀취급을 해도 권총을 차고 남친을 택하겠다는 결심이 확고부동.
전혀 동요 없음.
심지어 희희낙낙.

출석도 꼬박꼬박하고 중간고사도 그럭저럭 잘 봐논 과목을 막판에 때려치겠단 이 친구.
겉으론 다들 난리를 쳤어도 속으론 목맬 남친이 있는 이 친구가 엄청 부러웠습죠.
아...염장질도 여러가지여...

허나 우정이 뭡니까.
난관에 빠진(본인은 전혀 아니라는 표정이어서 더 열받지만) 이 친구를 어찌 가만 두고 볼수가...
하여 제 코가 열댓자임에도 불구 유일하게 그 과목을 안들은 제가 과감하게 나서 대리 시험을 쳐주겠다고...
얼떨결에 그만...나서버리고 말았습죠.
감동의 도가니탕.
다들 속으로 눈시울을 붉히며 끈적한 우리의 우정을 확인하는 조청 분위기.

수업을 들었어도 무신 소린지 까마득한 판에 수업 한번 안들은 그 과목을 펼치니...
참내 기가막혀서리...
그래도 친구를 위해서라면 이라는 엄청난 부담속에 제공부 때려치고 밤샘공부.

그 친구가 남친과 감격의 해후로 나 잡아봐~라 하는 영화를 찍고 있을 즈음
저는 조교들의 눈치를 극도로 살피며 심장박동수가 극에 달하는 지경속에 시험을 치렀죠.
그러고나서의 그 뿌듯함!!

그리고 야심찬 방학을 맞았사와요.
제 성적표에도 없는 A를 그려내면 크게 한방 쏘라고 벼르믄서...

얼마후 성적표가 배달되고,
퍽! 소리나는 제 성적의 황망함은 제쳐두고 한턱 얻어먹을 정신밖에 없던 전 바로 확인 작업.

평소 입이 걸쭉하기로 소문난 그 친구, 몹시 민망해하며 말을 못하더군요.

야야, 미안해 할거 읍써. 내가 내꺼 팽개치고 니꺼에 얼마나 목숨 건지 알겠지?
웬수 갚으면 되잖아. 혹시 B나왔니? 너 중간 잘 쳤다더니 망쳐놨었구만 지지배??

그 친구 한동안 말이 없다 조용히 대답하더이다.

D 나왔다고...


그날 이후,
우린 어려움에 빠진 친구를 도왔다고 다시는 생색내는 일 없고,
도움(?)을 느무 거하게 받아 빵구나 다름없는 D를 그려냈다고 친구를 원망하는 일 없는...

그렇게 우리의 우정을 과시하고 있습죠...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김혜경
    '04.6.4 12:36 AM

    흐흐..그래도 F보다야 D가 낫잖아요...

  • 2. 이론의 여왕
    '04.6.4 1:00 AM

    아, 간만에 '걸쳐놓기'...
    옥수수알 뜯어먹으면서 옛날 얘기 듣는 기분입니다.
    맞아요, 쌤님 말씀대로... 권총은 안 찼잖아요.^^

  • 3. 키세스
    '04.6.4 1:18 AM

    하하하 웃깁니다.
    근데 옥수수 너무 싸고 맛있겠네요.
    저 옥수수킬런데...
    제 친구들이 옥수수 보면 제가 생각난다고 할 정도로요.
    우리집으로 10개만 부쳐주세용~ ^^

  • 4. 여름
    '04.6.4 2:28 AM

    하하하...
    자주 자주 걸치세요.
    어쩐지.. 요리제목이 범상치 않더라니....

  • 5. 밴댕이
    '04.6.4 3:27 AM

    앞으론 저두 옥수수 볼때마다 키세스님 생각을 하게 생겼네요. ^^
    어딥니까? 주소 대십쑈!

  • 6. 꾸득꾸득
    '04.6.4 8:27 AM

    ㅎㅎㅎ,,,대단한 우정이세요...
    저도 대리시험 쳐주겠단 친구 있길도 있었으면.....
    대단하시옵니다...^^

  • 7. 재은맘
    '04.6.4 8:58 AM

    옥수수가 열개에 천원이요??
    저희 모녀..옥수수 킬러인데...어딘가요?
    100개 사러 갑니다..

  • 8. 깡총깡총
    '04.6.4 9:08 AM

    윤이 반지르르~알도 탱탱한 노란 옥수수 너무 맛있겠다.
    어쩜 이야기를 술술 재미나게 해주시는지^^ 밴댕이님 우리의 웃음 전도사로 임명합니다~
    옥수수가 그렇게 싼 동네가 어디예요?
    그리고.. 옥수수를 저리 맛나게 찌셨으면 비법을 공개하셔야지유~

  • 9. 쫑아
    '04.6.4 10:23 AM

    우와 열개에 천원이라니...ㅡoㅡ;;

  • 10. Green tomato
    '04.6.4 10:23 AM

    밴댕이님댁 주소를 대십쑈~!

  • 11. candy
    '04.6.4 10:38 AM

    에고~~마트에서 3개에 2980원인가 주고 사왔다는...

  • 12. 치즈
    '04.6.4 10:40 AM

    ㅍㅎㅎㅎ
    맞어요..
    D 정도면 우정을 과시 해도 될 듯..ㅋㅋㅋ
    조청분위기?! ㅋㅋㅋ

  • 13. 밴댕이
    '04.6.4 11:33 AM

    깡총님, 윤이 자르르르라굽쑈? 자세히 보시믄 쭈글탱하는디요...
    굳이 저의 비법을 물으신다믄...
    비법이 있긴있죠.
    걍 전자렌지에 넣고 뺑그르 돌리기 ==3==3=3

  • 14. 아라레
    '04.6.4 11:40 AM

    역시 걸쳐놓기가 어울리셩. ^^
    끈끈한 조청분위기의 우정 이야기 쵝오! -_-b

  • 15. 티라미수
    '04.6.4 4:13 PM

    저두 대리운전 아니 ^^;; 대리시험의 추억이,,
    것두 울 학교도 아닌 혜경샘 모교까지 가서
    그 친구는 걍 이름이나 써 달라해서..
    이름쓰고 만화그리다 나왔다눈.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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