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50분쯤, 핸드폰으로 온 저희 친정어머니 전화였습니다.
막 쌀 씻어서 밥 안치고 국도 끓이려던 참에 전화를 받고는,
오늘 도착한 스티로폼 상자를 뜯어 자연송이 몇개 밀폐용기에 담아, 부랴부랴 전철역으로 나갔습니다.
역에 도착하니까 수서행 열차가 하나 지나갔고, 그리고 곧 대화행 열차가 들어왔습니다.
개찰구에서 계단쪽을 내려다보니, 지하철에서 내린 사람들이 거의 다 계단을 올라왔을 무렵,
두손에 무겁게 뭔가를 든 저희 어머니가 보였습니다.
"엄마!"
제가 있는 쪽을 올려다보시며, 어머니가 환하게 웃으십니다.
계단을 올라오셔서 개찰구 밖으로 나오시지도 않고, "이건 순대야.."
"무거운데 뭐하러 사오셔.."
"그래도, 먹어봐..그리구 이건 천안호도과자다, 김서방 좋아하잖아.."
오늘 친정어머니, 친구분들 여섯분들과 종로3가에서 만나서 전철을 타고 천안에 다녀오셨습니다.
천안에서 병천순대 잡숫고 오신다며, 너도 사다줄테니, 기다리라고 하시긴 했지만..그래도 무겁고 해서, 기다리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어머니는 아버지 드릴 것과 우리 줄 것, 순대도 두 무더기, 호도과자도 두 상자였습니다. 들어보니 무게가 제법 무거웠습니다.
"무거운데...호도과자는 관두지..."
"아냐 괜찮아.."
"이거...가지고 가세요, 두영이 오빠(경희농원 쥔)가 보냈내. 오늘 가서 꼭 드세요"
"그래..고맙다..잘 먹을게.."
개찰구도 통과하지 않고 어머니는 그길로 다시 계단을 내려가셨습니다.
인공관절수술전에는 계단을 한계단 한계단 힘겹게 다니셨는데,
수술도 잘 됐고, 또 재활에 열심이셨던 덕에 예전보다 훨씬 수월하게 계단을 오르내리시네요.
이제는 백화점이나 할인점 쇼핑도 가시고, 노래교실도 가시고, 그리고 이렇게 전철을 타고 천안까지 다녀오시게 됐습니다.
어찌나 가슴이 뿌듯하던지...
그래도 아직은 무거운거 들고다니시면 좋지 않을텐데, 딸자식이 뭐라고, 무겁게 순대랑 호도과자랑 들고 다니시는지...
예전 생각도 나네요.
직장 다닐 때 별식을 하시면 전철타고 오셔서 개찰구 나오지도 않고 건네주기만 하고 바로 발걸음을 돌리곤 하셨어요.
참 대단한 어머니죠...

어머니가 병천에서 사다주신 병천순대입니다.
제게 전해주실 때까지도 온기가 식지않아, 여전히 따뜻한 채로 참 맛있게 먹었어요.

호도과자라면 교통 병목지점에서 파는 호도과자 조차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사위 먹으라고 사온 오리지날 천안호도과자에요.
역시 맛있어요.
친정어머니 덕에 아주 포식했습니다. 엄만 저녁에 송이버섯 구워 드셨으려는지...
혹시나 순대 사다주지못한 아들들에게 미안해서 주말에 아들 며느리 오면 구워주려고, 드시지 않고 아껴두신 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