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서, 요새 화제가 되고있는 하이얼의 와인냉장고도 구경하고, 쬐끄만 세탁기도 구경하고.
전 개인적으로 와인냉장고 사는 거 별로 탐탁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와인냉장고 무지 비싸잖아요. 하이얼제품 값도 만만치는 않더만요.
게다가 와인냉장고 파는 판매원 조차도 우리나라의 김치냉장고가 와인보관에는 젤이라고 하는 얘기를 들은 탓에...
암튼 와인냉장고도 구경하고, 라이벌의 오븐도 구경하고..., 그리고 고소미님도 만나고...
이것저것 둘러보는데 kimys의 레이다망에 걸린 제품~~. kimys, 특별히 바베큐용품에 참 관심이 많아요.
몇년전에는 웨버의 바베큐 그릴을 꼭 사야한다고 주장해서 사놓고는 몇번 써보지도 못했어요.
왜냐하면 바베큐 그릴에 숯불 피우는게 그리 만만치 않거든요.
한번은 등심 양념한 거 구워먹겠다고 몇시간동안 불과 씨름을 했는지...
또, 칭찬받은 쉬운요리 촬영할 때 숯불피우느라, 진짜 더운 날씨에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

그런데 오늘, 바로 이 웨버 바베큐그릴옆에 숯불 피우는 통(왼쪽 위 사진)이 있는거에요.
살펴보니, 원통의 아랫부분은 숯을 올려놓는 석쇠로 되어있고 원통의 몸체에는 공기가 잘 통하도록 여기저기 구멍이 나있어요.
설명서의 그림을 보니까 우리 집에 있는 그 바베큐그릴 위에 이 불 피우는 통을 올려놓고 불을 피우는 거더라구요.
불이 붙고 나면 그릴에 쏟아서 사용하는 거구요.
바베큐 그릴에다 대고 숯불을 피우자면 공기가 옆에서 들어가 주질 못해서 잘 붙질 않는 것 같은데, 이런 통에 대고 피우면 잘 붙을 수도 있겠다 싶더라구요.
kimys, 무조건 사야한다는 거에요. 솔직히 전, 사기 싫었어요. 잘 붙어도 걱정, 안붙어도 걱정이거든요.
만약에 불이 잘 안붙으면 어쩔 것이며, 또 불이 잘 붙어도 맨날맨날 숯불 피우자고 들거 아니에요. 귀찮게.
근데 요새 kimys, 기분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닌데, 이까짓 통 하나 때문에 기분 상하게 하기 싫어서 카트에 담았어요.
집에 돌아오는 길에 오늘 산 삼겹살, 숯불 피워서 구워먹자는 거에요.
그래서 "숯불은 양념한 고기 구워먹어야 맛있는 거 아닌가"했더니, "무슨 소리야? 삼겹살도 숯불구이가 맛있지"하는 거에요.
숯불 피우면 연기나고, 재날리고, 이래저래 뒤처리가 진짜 귀찮아, 뒤처리 맡아줄꺼냐고 하니까 맛있는 고기 먹을 생각에 kimys,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고 하네요. 해서 창고를 뒤져서 쓰던 숯을 찾아줬어요.
아파트 밖으로 가지고 나서 불을 붙여오라고 할까 하다가 경비아저씨 깨끗하게 쓸어놓은 아파트 마당에 재날리는 게 싫어서 그냥 베란다에서 피우라고 했어요.
바베큐그릴에 종이를 몇장 놓고 불을 붙인 후, 그 통에 숯을 담아 얹어놓으니까, 정말 잘 붙네요.
재는 좀 날렸지만, 와 진짜 불이 잘 붙네요. 그 사소한 통 하나 있다고 이렇게 불이 잘 붙다니....
꼭 이런 제품이 아니더라도 큼지막한 깡통에 여기저기 구멍을 낸 다음 그안에 숯을 넣고 붙이면 잘 붙지 않을까 싶네요.
암튼 밥상 차리는 동안 고기와 버섯이 다 구워졌어요. 화력이 세다보니까 테팔그릴에 굽는 것보다 훨씬 빨리 구워지네요.
아..그리고..삼겹살의 맛이라니...역시 숯불구이 입니다....늘 사다먹는 삼겹살인데, 맛이 다르네요.
베란다에서 구웠다고는 해도 연기가 집안으로 스며들어, 집안이 마치 곰잡으려고 연기를 피운 굴속같지만,
연기를 빼내려고 문이란 문은 모두 활짝 열어 좀 춥기는 했지만,
그 정도쯤이야 용서해줄 수 있는 그런 고기 맛이었어요.
그런데 좀 걱정이 되요.
주말마다 곰잡게 되는 게 아닌가 싶어서....생갈비도 구워봐야하고, 양념한 등심도 구워봐야하고, 고등어도 구워보고 싶다고 하고...
주말마다 희망수첩이 바베큐 이야기로 채워지는 게 아닌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