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에서 일어나 창가에 나가보고는 깜짝 놀랐답니다. 예고없이 눈 앞에 펼쳐진 설국, 그리고 여전히 펑펑 내리고 있는 함박눈~~.
보통은 이불커버, 세탁기에 돌려 널어놓고 나면 비가 오곤했는데, 오늘은 빨기 전부터 날씨가 좋지 않아, 잠시 망설였으나, 걍 돌렸습니다.
널 때 쯤 되니까, 언제 눈이 내렸다는 듯, 해가 반짝 나네요.
역시 정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봅니다.
뜻한 바 있어 호기롭게 베란다 문을 열고 나갔으나, 버린 건 덜렁 종이박스 2개뿐...별로 버리지도 못했습니다.
이건 이래서 필요하고, 저건 저래서 있어야 하고...
게다가 앞 베란다에 있는 물건들은 저보다도 kimys에게 필요한, 정원용품과 운동에 필요한 것이라서...함부로 버릴 수도 없더만요, 쩝.
오후에는 잠시, 핸드폰 충전기 택배로 보내달라는 딸 아이의 엄명을 받잡고,
또 고추장 담그신다는 친정어머니의 근황을 귓등으로 들을 수 없어 잠시 늙은 어머니 대신 고추장 휘젓고 돌아왔습니다.
돌아와서는 다시 다용도실을 정리했는데, 손 본 지 얼마되지 않은 탓에 그리 버릴 것도 없고,
조금 손을 대니까 수납공간이 약간 확보되기는 했지만, 기대에는 영 못미치네요.
아무래도 다용도실 정리 놀이를 해야할 듯..매일 스팸 지져먹고, 참치캔 뜯어서 지지고 볶고 해서 다 뱃속으로 집어넣어야 정리가 될듯...

제 수납의 원칙은
1. 같은 종류의 물건은 한자리에 모아둔다. 즉, 통조림은 통조림끼리, 가루 종류는 가루 종류대로, 수저는 수저끼리, 이렇게 같은 종류가 함께 있어야 찾기 쉬우니까요.
2. 그 물건이 필요한 행위가 일어나는 곳에 그 물건을 놓아둔다. 개수대 밑에는 설거지용 세제가, 세탁용 세제는 세탁기 부근에, 청소기의 종이봉투는 청소기 넣어두는 곳에..이런 식으로 정리합니다.
3. 많이 쓰는 물건은 손이 닿기 쉬운 곳에, 잘 쓰지 않는 것은 높은 곳이나 아주 낮은 곳에 둔다.
4. 무조건 감추지는 않는다. 봐서 이쁜 건, 늘어놓는다.
이렇게 아주 실행하기 쉬운 것 같은 원칙인데도, 이리 지키기가 어렵네요.
혹시나 하고 치워 봤으나 역시나~. 다소 실망한 제게 걸려온 전화 한통, 우렁각시였습니다.
버릴 것만 버리고 그냥 놔두라고, 자기가 와서 제대로 넣어준다고...
호호...좋기는 하지만, 버린 게 없어서...우렁각시가 출몰해봐야, 별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게 아닐지...
아, 수확이 없는 건 아니네요.
전에 쓰던 김치냉장고, 모여사에게 양도하고 그 자리에 언제나 음식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웨곤을 갖다두고, 그 위를 하얀 식탁보로 덮었어요. 조명기구도 그 옆에 가져다놨구요.
그럼 저녁 먹기 전에 촬영하려면 식탁에서 찍느라 허겁지겁이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