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나름대로 조심스럽고 걱정이 되긴 합니다.
즐겁고 재미있는 얘기만 보고 깔깔 웃어도
안 그래도 더운 날씨에
어둡고 칙칙한 슬픈 얘기는 그다지 힘이 나지 않잖아요....
하지만 제 친구 얘기를 빌어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며
건강도 챙기고
또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한 번쯤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렇게 주절주절 풀어놓습니다.
혹시 언짢으신 분이 계시다면 그냥 넘겨 주시구요
다음엔 좋은 얘기로 찾아뵐게요~~~
***************************************************************
우리가 여행을 갔던 게 5월이었는데
그 해 11월 갑자기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급하게 건강검진을 받아야하는데
우리집이 병원과 가까우니 하룻밤 재워달라구요.....
갑자기 드는 불길한 예감...
도착해서 만나보니 얼굴 한쪽에 마비가 왔답니다.
우리가 떠나고 나서도 계속 머리가 아팠고
그 다음엔 차츰 턱이 아파 입을 벌릴 수도 없을 정도가 되었는데
나름 병원도 가보고 한의원도 가 봤지만
정확한 원인이나 병명은 찾을 수가 없었대요.
그러면서 시간이 자꾸 흘러버렸고....
너무 아파서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한 병원과 연결되어 검사를 했는데
결과는 생각하기도 끔찍한 악성종양.....
그것도 일반적이지도 않은 부위,
더구나 가볍지 않은 상태.....
갑자기 팽팽하게 당겨졌던 줄이
탁~ 끊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갑자기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정신없이 맞은 것처럼
정신이 멍~하고 눈앞에 뿌옇게 흐려져버렸습니다.
어떻게 어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답니까?
왜, 왜 하필 내 친구에게......
사실 친구 남편이 국내 굴지의 잘 나가는 대기업 임원인지라
제 친구는 일년에 한 번씩 국내 최고의 검진센타에서
고액의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아왔었어요.
외국에 있긴했지만 검진을 받으러 서울에 올 때마다 만나서
맛난 것 먹고 하하호호~ 웃으며 수다떨고 돌아가곤 했는데
그런데도 이런 결과가 생기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요??@@@
발병부위가 얼굴 쪽이라 뇌하고 가까워서 더욱 위험하다 하기도하고
답답한 마음에 여기 저기 물어보니 예후가 별로 좋지않다는 둥
속상한 얘기만 들려옵니다.
하여간 어찌어찌 결국 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저로서는 정말 이해하기 힘든 상황을 맞게 되었어요.
지금도.....
아직까지도 할 수만 있다면 그 남편에게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도대체 왜 그랬는지....
도대체 어떤 마음이었는지......
수다 떠느라 밤 꼴딱 샌 다음날 아침,
파랗게 맑게 갠 푸른 하늘.....
근처인지라 걸어서 친구집으로 갑니다.룰루랄라~~~^^
아침부터 밤새해도 모자란 수다삼매경에 빠집니다 푸욱~~^^
첫 코스로 진주샵 방문.... 사지는 못하고 눈으로 실컷 구경합니다^^
수술하기 전 날,
친구와 함께 병원에 가서 입원수속을 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수술시간이 잡혔는데
혼자서 얼마나 마음 졸이며 힘들어할지
얼마나 무섭고 괴로울지 안 봐도 뻔하잖아요....
다른 것도 아닌 암수술을 받는건데
그것도 쉬운 수술이 아니라는데
또 쉬운 상태가 아니라는데.....
처음엔 같이 시간을 보내며 친구남편이 올 때까지만 있을 생각이었어요.
시간은 자꾸자꾸 흘러
저녁 9시 ,10시, 11시,12시.....
친구는 자꾸 저보고 가라고 했지만
난 도저히 친구를 혼자 남겨두고 올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큰 힘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그냥 같이 있으면서 함께 기도하고 말없이 손잡아 주는 것으로나마
위안을 주고 싶었거든요.....
친구를 보며 먼저 떠나버리신 엄마 생각이 나기도 했네요.
말은 못했지만 겁이 더럭 나기도 했어요.
그럴리 없을 거라고,
수술 잘 될거라고 마음을 다독이긴 했지만.....
하지만 결국 그 남편은 밤새 나타나지 않았고
새벽에 친구가 수술실로 떠나지 직전
겨우, 간신히 나타났습니다.
부랴부랴 보호자로서의 싸인을 마치고
곧바로 친구는 수술실로 직행......
참 이상했습니다.
정말 이해되지 않았어요.
그 때도 그랬지만 지금까지도 마찬가지예요.
어쩜 남편이란 사람이.....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내일 새벽에 수술받는 사람을
보호자도 없이 그냥 내버려 둔다는 건
세상엔 내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닌데,
정말 아닌 거잖아요......
친구가 수술받던 그 날은
끔찍한 병마와 정말 홀로 싸워야할 내 친구가 가여워
하루종일 눈물 바람에 내가 정신을 놓아버렸던 그런 하루였습니다......
점심식사는 우리나라 명동에도 있는 딘타이펑에서....
베이징에서도 잘 나가는 식당이랍니다.
딘타이펑의 대표메뉴 샤오롱바오
육즙이 주르륵~ 잘못하면 입 데어요...ㅠㅠ
또 딴딴면~~^^
지나가다 본 북실북실 강아지~
오늘보니 귀엽기보다 휴우~~ 더워라....ㅡ.ㅡ
수술은 잘 됐다고 했지만
바로 이어지는 방사선 치료,
그리고 항암치료.....
그러나 베이징에서 공부하고 있는 애들 걱정으로
내 친구는 서울에서 항암주사를 맞으면 바로 그 다음 날
중국으로 돌아가곤 했습니다.
절대로 그러면 안 된다고,
지금은 네 건강만 생각해야된다고 그렇게 친구들이 애원하며 말렸는데
하도 그러니까 듣기 싫었는지
나중엔 온다간다 말도없이 중국에 도착해서야 전화를 주던 친구였습니다.
항암주사가 너무 독해서
어떤 사람들은 체력이 안 되니까 못 맞기도 하던데
그래도 내 친구는 꼬박꼬박 그 횟수를 다 채우며
정말 죽을 힘을 다해 주사를 맞고 약을 먹었더랬습니다.
아직 할 일이 많은데
엄마 손이 필요한 애들이 둘 씩이나 기다리는데
그거야 엄마로서 당연하고 또 당연한 일이잖아요.....
그.러.나.....
회복은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안 좋은 부위는 늘어만 갔습니다.
친구가 떠나던 그 해에는
정초부터 더욱 절망적인 소식을 들었습니다.
뇌에까지 전이되었다는.....
머리에 **시술을 받기는 했는데
그 다음부터는 상태가 나빠지는 게
의사가 아닌 제 눈에도 확연히 보일 정도였어요.
혼자 외출했다 백화점 바닥에 쓰러져
백화점 직원이 집까지 바래다 준 일도 생기고....
그런데 여전히.....
그 남편은 내 눈에 참으로 이상한 사람이었습니다.
지금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봐도 납득이 되지않고
아무리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봐도 알 수 없는,
시간이 꽤 흐른 지금까지도 여전히
나와 내 친구들에게는 미스테리입니다.....
아내가 중증의 심각한 암환자이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 즈음 시한부 통보도 받았던 것 같아요)
뇌수술까지 받아 정말 혼자의 힘으론 운신하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평소 집에는 친구 혼자 덩그마나 남겨져 있는 상태였어요.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서 그렇다면 억지로이해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건 아니다 싶지만)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나가는 대기업 임원인데
(또 월급 많기로 소문난 회사입니다)
간병인이나 도우미를 써서라도
하다못해 환자 밥은 챙겨줄 수 있도록 해야하는 거 아닌가요??
울엄마때와 비교가 되니
저로서는 더욱 이상하게 보였던 것 같아요.
울엄마 마지막에는 병원에서 더 이상 할 일이 없다며 퇴원하라고 했고
결국 집으로 모셨는데
울아버지가 간병인 따로 식사챙기는 도우미 언니까지 따로 불러서
옆에서 돕는 사람들이 여러 명이었거든요.....
어느 날인가는 친구머리가 너무 아프다고 연락이와서
다니던 혜화동 병원 응급실로 달려갔습니다.
응급실은 환자로 초만원....
누울 침대도 없고, 앉아있을 휠체어 순서도 안 되고....
몇 시간을 이리 비틀, 저리 비틀 기다려
겨우 머리에서 물을 빼고나서야
조금 정신을 차리며 괜찮아졌어요.
그런데 그 남편이라는 사람
내게 전화를 하더니 하는 말이 이렇습니다.
아마 아이들이랑 통화를 하다
내가 친구랑 응급실갔다라는 말을 들었었나봐요.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 지금 갈 수 없는데요......ㅡ.ㅡ"
그럼 어쩌라구요??
자기가 올 수 없으니 내 친구를 집으로 데려다 달라든가
아니면 언제까지 갈 수 있으니 그 때까지만 있어달라든가
어떤 방법이든 제시를 해 줘야 되는 거 아닌가요??
꼭 남의 얘기하듯 무심하게 내뱉는 말 한 마디!!
내 친구에겐 얼마나 독이되고 화살이 되어 꽂혔을까요??
마침 우리집과 친구집과 멀지 않은 지라
오며가며 자주 들러보곤 하였는데
갈 때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넋 놓고 늘어져있는 친구 모습에
볼 때마다 가슴이 무너지고 미어졌어요.
독한 항암약 먹고 항암 주사맞으려면
잘 먹고 잘 쉬어야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어쩜 영양실조에 걸리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결국 친구의 의식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할 즈음
중국에서 공부중이던 애들도 서울로 들어오고
애들도 오고 돌봐야할 사람도 필요하니
지방에 계신 친정부모님도 와 계시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연세가 80을 바라보는 어른들께서
또 서울지리도 잘 모르시는 분들이 집 안에 갇혀서
곁에서 딸이 죽어가는 모습을 바라만봐야하는 심정이
과연 어떠했을까요.....
연로하신 아버지, 어머니가
친구가 마음 아플까봐 한숨도 한 번 크게 쉬지 못하고
그저 이거나 먹을까 저거나 먹을까 챙겨보시지만
이미 힘들대로 힘들어진 친구는
뭐 하나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안타깝게도 점점 스러져만 갔습니다.
중국차시장에도 가 봅니다.
유명한 운남성 보이차 파는 상점들이 주르륵~~~
한 곳에 들어가 구경도 하고
따뜻한 차 한 잔도 얻어마십니다.
즐비한 자사호들.....
이것 저것 골라보며 시간을 보냅니다.
점점 의식이 흐려지고
극심한 통증에 가슴을 쥐어 뜯으며 너무나 힘들어하는 친구를 바라보다가
도저히 그냥 바라만 볼 수가 없어서 고민고민하다가
다른 친구들과 뜻을 모아 친구의 친정어머니와 함께
친구 남편에게 정말 어렵게 어렵게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습니다.
이제 남은 건 친구의 고통을 덜어주는 방법을 찾는 것 같습니다.....
힘들지만 받아들이고 그 방법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요양병원이나 호스피스 병동도 괜찮을 것 같은데
힘드시다면 우리가 나서서라도 좋은 곳을 찾아도 될까요??
그러나,
역시 생각했던 대로.....
아무 대답도 없이 그냥 넘어가 버렸습니다.
그 와중에 병원 가까운 쪽으로 얻었던 전셋집 기간이 끝나
다른 집을 얻어야했고,
아픈 친구와 내가 새벽 1시까지 전셋집을 찾아 부동산을 전전했구요
집수리까지 나랑 또 다른 친구가 뛰어다녔습니다.
그 남편,
강건너 불 구경하듯 그렇게
어쩜 남의 일 처럼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더니 이사하기로 한 전 날 전화를 해서 하는 말이
이삿짐센터 예약했냐고 불쑥 내게 물어봅니다.
(친구는 거의 의식을 잃어 정신이 없었어요)
이건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ㅡ.ㅡ
결국 이사를 며칠 앞두고 친구의 상태가 갑자기 너무나 나빠져
이러다 며칠 못 넘기겠다 싶은 정도가 되었습니다.
대학병원 응급실은 가봤자 몇 시간씩 기다려야하는 찬밥신세이고,
친구의 체력은 버틸 정도도 못 되고.....
생각 끝에 친구집 근처에 있는 이비인후과를 찾았더랬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 병원 원장님은 사정얘기를 듣더니
고름이 줄줄 흐르는 부분을 정성스럽게 드레싱 해 주고
잠깐이지만 기운을 차릴 수 있는 수액도 맞을 수 있도록 해 줬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우리에겐 큰 위안이 되었고
기억할수록 참 고마운 의사선생님이셨습니다.....
저녁식사는 북한식당 해당화로 가 봅니다.
서빙하던 아가씨들이 무대에서 공연도 합니다.
남남북녀라는 말이 있는데 어울리나요?^^
그럴듯해 보이는 이북식김치
맛있는 음식들을 술술 넘어가게하는 마법의 음료수!!
색색깔의 나물들
생선조림
아바이 순대
조개구이
젓가락질이 바쁩니다, 이것도 먹어보고, 저것도 먹어보고....^^
구워서 나온 삼겹살
삼겹살에 나온 채소들...
반짝거리는 감자떡
함흥식 회냉면
평양식 온반
디저트 수박...
그렇게 겨우겨우 어렵게 이사를 해 놓은 그 다음 날
친구는 거의 정신을 놓아버렸습니다.
딸이 제게 전화를 해서 우는데 정말 내가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내 힘으로는 어쩔 수도 없는데
그 딸아이를 달래고 달래서 제발 아빠에게 엄마 병원에 입원시켜달라고
사정하라고 시켰습니다.
그리하여 애들이 울고 불고 난리를 쳐서 겨우 겨우 입원한 병원은
치매환자들 위주의 노인요양병원.....
그나마 병원에 입원할 수 있어 다행이다 하는 마음에
소식 듣자마자 부지런히 달려갔는데
정말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구나 싶은 게 확연히 느껴졌습니다.
눈도 제대로 못 맞추고 퉁퉁 부은 몸으로 늘어져있는 걸 보면서
의식이 제대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끔찍한 고통에
가슴을 뜯으며 힘들어하는 걸 보니
차라리 빨리 하늘나라로 가는 게 친구를 위해서 더 나은 일이겠다 하는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그래도 내가 **아!! 하고 부르면
힘든 중에도 눈을 맞추려고 애를 쓰던 친구...
그 모습이 지금도 내 눈 앞에 선하게 그려집니다.....
저녁 식사후 단체로 마사지를 받습니다.
친구들과 나란히 받는 마사지~ 얼마나 재밌고 행복한지요....ㅎㅎ
망고도 먹고....
귀여운 토마토도 먹습니다.
어젯밤엔 화이트 와인, 오늘밤엔 레드와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