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렇게 찜통 더위에 허덕일 때면
내 맘은 유난히 심란하고 요동을 칩니다.
너무나 더워서 멀쩡한 사람도 정신없이 힘들 때
병원에서 외롭게 병마와 싸우던 2사람이 떠오르기 때문이랍니다.
25년 전과 2년 전....
그 당시도 장맛비는 올해처럼 억수같이 퍼부었었고
또 그 비가 그치자
작렬하던 태양은 모든 것을 녹여버릴 듯 무지 따가웠었어요.
그러자 그 뜨거움이 도화선이 되었는지
그만 모든 걸 놓아버리고 훌훌 야속하게 가 버린 두 사람.....
25년 전 울엄마와
2년 전 내 친구는
그렇게 신기하게도
같은 날짜에 저 먼 곳으로 홀연히 떠나버렸습니다.
다시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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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구와 저는 고등학교 동창이었어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우리는 다른 동창들과 이후로도 한 달에 한 번씩 계속 만나왔고
이 친구 결혼식 때는 제가 들러리를 서기도 했답니다.
하여간 여러 가지로 통하는 점이 많았던 우리는 친한 사이였습니다.
그러다 친구가 남편따라 가족들과 나가 외국생활을 한 지 몇 년이 되면서
몇 번을 놀러오라 놀러오라 청했는데
어찌어찌 시간맞는 친구들과 갑자기 후다닥~ 2박3일 여행을 다녀오게 되었어요.
결국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친구의 초대였지요.....
그 즈음 친구는 자기집 이사를 하느라 정신없었을 때인데도
마침 이사한 집 날짜가 남아 숙소 걱정 없다며
그곳에 묶어도 되니까 얼른 오라고 했어요.
도착부터 떠날 때까지의 2박3일 모든 스케줄을 꼼꼼히 짜고
안내하며 베풀어줬던 그녀였습니다......
그랬던 그녀가 이렇게 사진으로만 남아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내게는 잘 믿기지 않아요.
그러나 그녀가 떠난 지 벌써 2년....
야속한 세월은 쉬지도 않고 잘도 갑니다.
제게 있어 해외여행의 시작은 기내식부터랍니다.
맛은 그럭저럭~ 그래도 즐거워~~^^
베이징도착 첫 환영식사는 사천식으로 시작합니다
유창한 중국어 실력으로 알아서 쓱쓱 주문합니다~
이리보아도 빨강~
저리보아도 빨강~~
얘는 사천고추 범벅으로 입안이 활활 불타올랐어요.
얘는 우리도 잘 아는 마파두부.... 흰 밥에 비벼먹으면 완전 짱짱!!^^
너무 매운 것만 먹으면 속아플까봐 채소도 냠냠~~
딴딴면이라는데 참 맛있었어요..... 이름도 재밌는 딴딴면...ㅎㅎ
디저트도 먹고...
배 터질 것 같은데 또 먹고....ㅎㅎ
다섯 여자가 싹 쓸고 지나간 접시들....
식사를 마치고 친구가 예약해 둔 네일아트 받으러 갑니다.
일명 황후놀이....완전 부러울게 없어요...ㅎㅎ
정성껏 하나하나씩 발라주니....
요런 모습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친구집 근처에 있는 김영* 스타일 빵집도 들러보고....
종류도 많고 맛도 좋아요
곧바로 저녁식사는 타이레스토랑에서.....
관광은 시간이 없으니 막간을 이용해서....^^
후다닥~~ 차 타고 천안문광장만 한바퀴 돌기~
그리고 친구가 미리 챙겨둔 야식거리들....
와인과 치즈, 크래커....
시원한 화이트와인을 홀짝거리며 마치 수학여행 온 소녀들처럼
온밤을 하얗게 수다로 지새웁니다....ㅎㅎ
내가 완전 좋아하는 하얀 속살의 망고스틴도 냠냠~~^^
여행의 첫 날은 이렇게 저물어갑니다.....
그런데 친구가 그즈음 머리가 많이 아파 잠을 잘 못 잔다고 했어요.
마침 가져간 진통제가 있어 이것 저것 건네주었고
아마 이사하느라 힘들고 정신없어 피곤한 탓이려니 생각하고
쉬면 괜찮을거라 그러고 말았다죠.
평소에 워낙 늘씬한 몸매에다 운동도 못하는 게 없고,
또 건강하게 보였기 때문에 어디가 아플 거라고는
정말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것이지요.....
사실 지금 생각하면 그 때도 나름 전조증상이 나타났던 것인데
그걸 미처 깨닫지 못하고 놓쳐버린 게
너무나 안타깝고 원통해서 가슴을 칩니다....ㅜ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