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은 당연히 농사를 지어서 2남 3녀를 키우셨죠.
농사도 땅콩, 콩, 참깨, 고추, 수박, 과수원.......
잠시도 쉴틈없이.....
지금 울 엄마는 허리가 반으로 굽어져 계십니다.
도시아이들이랑 틀려서 학교 마치고 곧장 집으로 가
소에게 풀도 먹이고, 농사를 돕곤 했죠.
땅콩이 유독 흙먼지가 심해요.
뽑아서 말려서 털고, 그래도 흙이 많이 묻어나거든요
저녁에 집으로 오면 머리끝까지 흙이 묻어서 머리감아도 남아있었거든요....
어디 그 뿐입니까?
봄. 여름. 가을.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농사꾼은 겨울이 그나마 쉬어가는 계절이지요..
하지만 울 엄마...
그 긴 겨울 밤...
실하고 알찬 땅콩을 창고에 잘 뒀다가
내년에 씨를 뿌리기 위해
손가락이 헐도록 땅콩을 까요...
어린 나에게 그 먼지가 왜 그렇게 싫었던지.
도와 주기는 얼마나 싫었던지.
옆에서 몇개 까면
울 엄마...
그냥 두라고 합니다.
그게 엄마 마음이지요...
그래서 인거 같아요.
학교 마치고 수도권으로 올라와서 살다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콩을 외면하고 살고 있더군요.
콩밥도 싫고, 찰밥도 싫고, 콩나물도 싫고, 두부도 싫고,
빵이라면 자다가 벌떡 일어나면서 땅콩버터가 들어간 빵은 쳐다보기도 싫고,
떡을 밥보다 좋아하면서 콩고물이 묻은 찹쌀떡도 싫고.......
아뭏튼 콩과 관련된 것은 모두 싫었어요.
그러기를 20여년.......
3~4달 뒤면 4학년이 될 나이에 ..ㅋㅋ
이젠 세월이 흘러 그 옛날이 그리워서 일까요???
장터에서 생땅콩을 보니 갑자기 삶은땅콩이 무지 땡기네요.
5키로 주문하면서 빨리 좀 보내달라고 했더니...
담날 곧바로 오네요..ㅎㅎ
먹을것이 없던 그 어린시절..
운동회때 소풍날에는 어김없이 챙겨주셨던 삶은 땅콩.

물에 2~3번 씻어줍니다.

너무 깨끗하게 빨지 않아도 돼요...
2~3번만 문질러주면 흙이 다 떨어져 나갑니다.
하필이면 디카 건전지가 똑 끊어지네요....
잠시 충전중... 사진을 못 찍었어요...ㅠㅠ
냄비에 땅콩을 넣고 물이 땅콩까지 찰 만큼 붓고 불에 올려요.
끓기 시작하고 30여분을 중불에서 끓여요.
덜 익히면 비린내가 납니다. 이걸 좋아하시는분도 계시죠??
전 푸~~욱 익힙니다.
아무거나 잘 먹는 딸이 몇개 들고 갑니다.
뒷정리를 끝내고 가보니..

아주 이빨로 깨물고 있구만요.

그래서 가르쳐 줍니다.
땅콩에는 뿌리와 이어지는 꽁무니가 있고, 그 반대쪽에는 코가 있어요.

그 코를 힘을 주어 누르세요...이것도 다들 쉽지 않은가 봐요..ㅎㅎ

요렇게 이쁜 땅콩이 들어있어요...
맛있겠죠?
울 시부모님도 삶은 땅콩을 처음 본답니다.
울 어머님 역시 땅콩 까는 방법 .....모릅니다.
울 딸도 잘 먹고,
입맛 까다로운 아들도 잘 먹네요.
그런데....
울 신랑만 안 먹어요..ㅠㅠ
그러거나 말거나
월요날 회사에도 들고 왔지요.
다들 무지 잘 먹네요.......처음 먹어본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요.
그런데.................
하나같이 땅콩 까는 방법을 모르는 겁니다.
마치 우리 딸 한테 가르쳐 주듯이 친절히 알려드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