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 ㅡ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
누군가 내게 내인생의 화양연화를 물어온다면
나는 주저함없이 대답할것 같습니다.
82년 겨울부터 85년 봄까지
대학신문 기자로 교정을
누비던 그때였다고....
지금도 가끔 꿈에
안암동 홍보관 2층
편집실문을 열곤 합니다.
그때마다 내자리는
수습기자들이 앉았던 긴책상의 끝자리.
의무적으로
써내야할 칼럼
상아탑을 쓰지못해 끙끙대다
꿈에서 깨어나곤합니다.
무엇이 나를 그곳으로 데려가는가?
사실 학생기자로 있으면서
나는 늘 부끄러웠습니다.
다른 친구들처럼
독재 타파나 민주 언론을 위해
대학신문에
들어온것이 아니었기에...
그러나 신문은
나를 서서히 의식화 시켰습니다.
검열의 날이 시퍼렇던
5공화국 초반
기존 일간지들은
말할수 없었던것을
말하는 유일한 신문이
우리대학 신문이었기에
그것이 가능했습니다.
84년 봄 . 언론들이 일제히
대학의 좌경화를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대학의 민주화 시위를
좌경으로 몰아붙여
국민의 눈과 귀를 막으려는
가짜뉴스를 언론이
남발하던 그런 시절이었지요.
이것을 파헤치라는 편집국장의 특명이
떨어졌습니다.
안기부의 입김이라는것은
확실했지만 어떤 기자도
그사실을
증언해주려 하지 않았습니다.
편집국장 선배와 함께
중앙일보 편집국장을 만나고
많은 언론의 문을 두드렸지만
기사마감 전까지
속시원하게 말해주는 곳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마침내
양심선언을 하겠다고 나선 기자가
나타났습니다.
MBC 방송의 정기평기자.
그는 활용 가능 교수명단까지 포함
안기부가 방송국에 전달해준 자료를
남김없이 내게 보여주었습니다.
그자료를 짜깁기해서
안기부의 뜻대로 방송을
할수밖에 없었다는 증언도
해주었습니다.
제 전화를 받고 안기부의
뜻대로 방송을 한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워서
지난밤 꼬박 샜다는 고백도 했습니다.
MBC 정기평기자의
충격적인 증언은
그대로 기획기사가 되었고
그야말로 천지 개벽할
기사가 되어 신문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신문이 윤전기에서 돌기직전
편집국장 선배님이
저를 불렀습니다.
이기사가 나가면
분명 안기부에 잡혀갈텐데
여자인 네가 잡혀가면
말도 못할 고문을 당할수도 있다.
기획기사를 쓴사람 이름을
편집국장이름으로
바꾸자고 간곡히 권유 했습니다.
잠시 고민하다
제가 말했습니다.
제가 쓴 기사이기에
제이름으로 기사가
나와야 한다고 당당히 밝혔습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장학금 받으려고 신문사에 들어와
80년대 그 엄혹한 시절
시위하다 끌려가는 친구들
보기 부끄러웠던 제가
비로소
그들의 손을 잡고
진정한 민주투사가 된 순간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무슨 용기로
안기부에 끌려갈
기사를 쓰고
당당히 제이름을 넣어달라고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어느대학신문보다
용감하게
민주화를 바랬던 신문이었기에
저도 모르게 민주기자가
되었나봅니다.
모두가 잘못된 방향으로 달려갈때
아닌것은 아니라고
말했던 신문.
그런신문에서
3년간 일했던
그순간이
인생 최고의 시절 화양연화였습니다.
어느새 창간 78주년을 맞은 대학신문.
학창시절 3년을 함께했지만
내마음속 버팀목으로
평생을 함께하는
대학신문.
ㅡ지난밤 꿈에도 나는
대학신문 수습기자였습니다.
은하수입니다.
오랫만에 인사드립니다.
저는 작은 지방 도시김천에서
잘지내고 있습니다.
서울집 전세 놓고
양양. 김천 왔다 갔다 하며
풍월주인이 되어
유유자적 보내고 있으니
지금이 제일 편안한 시간일수도 있겠습니다.
안그래도 큰아들이
컴퓨터 사주 풀이를
보내줬는데
25년 .26년이
인생 최고의 해라고 해서
빙그레 웃었습니다.
시골 살면
좋은건 나물을 많이 먹을수 있는겁니다.
장날 나가보면
할머니들이
들판을 헤매며
뜯어온 온갖 나물들을
한바구니 3ㅡ5천원에
살수 있습니다.
올해 제일 맛있게
먹은나물은 흰민들레 였습니다.
내년봄엔 많이 사서 민들레 김치를
넉넉히 담아 볼려고 합니다.
그때
저는 안기부에 끌려가지 않았습니다.
만약 끌려갔다면
지금의 제인생과는
완전 다른 삶을 살고 있을것 같습니다.
제 친구들중에
민주화 운동하다
감옥 다녀온 친구들이
여러명 있습니다.
복학하고 대학을 다닐때
당시 총장님이 비밀리에
등록금 면제를 해주셨다고..
넘 고마운 스승이었다고 고백하더군요
그친구들
정치판 안나가고
다들 학원일타 강사가 되어 전공살려
잘살고 있습니다.
저도
민주기자였지만
감옥 안가는 바람에
평범하게살고 있습니다.
가끔 음식과 살아가는 이야기 올리겠습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