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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김을 구우며...

| 조회수 : 4,086 | 추천수 : 7
작성일 : 2006-01-05 23:27:35
지난 가을부터 다시 집에서 김을 재서 굽기 시작했습니다.

늘 광천 구운 김을 사서 먹었는데요,

우연히 한살림 김을 사다가 구워 주었더니 아이들이 훨씬 잘 먹더라구요.

그 이후론 쭈욱 김을 굽습니다.

오늘 문득 김을 굽다가 문득 돌아가신 친정 엄마 생각에 목이 메이네요.

제 김구이 경력은 삼십년은 된 것 같습니다.

국민학교 고학년 시절부터니까요...

아침에 일어나 그날 먹을 김을 엄마가 얼른 기름을  소금을 뿌려 주시면 저는 후라이팬에 김을 구웠습니다.

엄마는 직장엘 다니셨는데도 꼭 그날 먹을 김은 그날 구우셨습니다.

지금의 저는 꿈도 못꾸지요.ㅋㅋㅋ

엄마는 행동이 느린 언니 보다는 뭘 시켜도 빠릿빠릿한 저를 더 많이 집안일을 시키셨는데 김도 제가 맡은 집안 일중의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들기름을 발라 김을 구우면 그 냄새가 정말 입에 침을 고이게 했더랬는데...

다른 반찬 없어도 들기름 발라 구운 김만 있으면 밥한그릇 뚝딱 해치우는건 문제가 없었지요..

결혼을 해서도 김은 제손으로 꼭 구웠습니다.

시아버님이 참 좋아하셨기때문이지요.

물론 엄마처럼 그 날 그날 굽지는 않았지요.

제가 출근한 뒤 낮에 혼자 점심을 드셔야하는 시아버님이 드실 밑반찬이 꼭 있어야 했기에 김은 떨어뜨리지 않고 꼭 김통에 넣어두었지요.

그러다가 시아버님이 돌아 가신 후론 김을 굽지 않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점점  집안일을 쉬운쪽으로 하다보니 김도 맛있는 김을 찾아서 사먹게 되더라구요.
그리곤 10년이란 세월이 지나 이젠 제 아이들을 위해 제가 김을 굽습니다.

들기름향을 싫어 하는 아이들때문에 비록 참기름을 발라 굽지만 제 손으로 구운 김을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걸 보면 참 마음이 뿌듯합니다.

엄마도 이런 마음이셨겠지요...

지금은 돌아 가셔서 볼 수 없는 엄마가 갑자기 많이 보고 싶습니다.

참기름과 식용유를 섞은 기름, 붓, 구운 소금, 그리고 김...



오늘은 돌김을 50장 사왔습니다

100장은 어무래도 너무 오래 먹는 것 같아서 50장씩 사다가 먹습니다.



기름을 발라서 그런지 참 맛있게 반짝이네요.



기름을 발라  소금을 다 뿌렸으면 불을 약하게 하여 달군 후라이팬에 두장씩 굽습니다.
어렸을 적 엄마는 한장씩 구우면 김의 향이 날라 간다고 꼭 두장씩 구우라고 하셨거든요.
왼쪽은 구운 김, 오른쪽은 구울 김..



바삭 바삭 맛있게 다 구워졌습니다.
이제 가위로 잘라야지요.
엄마는 부엌칼로 자르셨는데...
그때는 부엌에서 가위를 안썼던것 같아요.
지금은 필수가 됬지만...


6등분을 해서 자른 후 김통에 한통, 나머진 지퍼락에 넣어 두었습니다.
딱 삼일 갑니다. 50장...
엄청 먹지요?
요즘 한창 키가 크는 아들놈덕분입니다.

김들의 기념사진을 찍고는  참 흐믓한 마음입니다.
별것도 아닌걸로 흐믓해지는 제가 좀 우습네요.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영영
    '06.1.5 11:35 PM

    저도 어릴때 김기름발라 아궁이에 불지펴서 밥하고 나면
    그열기로 석쇠에 굽는일 저 담당이었답니다.
    아주 옛날 이야기 같아요 제딸한테 이런이야기 하면 이해못하는듯
    고개를 가웃해요

  • 2. 402호
    '06.1.5 11:38 PM

    저도 냉동실에서 자고 있는 김 꺼내서 재워야겠어요
    김은 역쉬~~~집에서 굽는것이 젤로 맛나지요..
    아무리 맛있다는 김도 김집만은 못해요...^^*
    보는 저도 흐믓 흐믓입니다...

  • 3. 박혜진
    '06.1.6 12:06 AM

    저도 내일은 신랑이 좋아하는 김을 구워봐야겠네염~ ^^

  • 4. soogug
    '06.1.6 12:31 AM

    hippo님 바깥일 하시면서 김을 직접 구우신다니....

    어디까지가 hippo님의 능력의 끝일까요?

    근데 정말 고소하고 맛나보입니다..
    (전 오늘 구워 놓은 김 샀는데...ㅠ ㅠ)

  • 5. 푸른제비꽃
    '06.1.6 1:13 AM

    저는 이번엔 재래김으로 샀어요..옛날에 엄마가 아궁이에 남은재에 석쇠로 구워주시던 김맛이 아직두 기억이나네요...친정에서 보내주신 들기름으로 구운소금 살살뿌려 구워놓으니 다들 맛있다고하더라구요..
    거기에 자신감을 얻어 석쇠도 샀답니다..^^ 사진속의 김들이 지금 마구 먹고싶어지네요..아~ 맛있겠다.

  • 6. 조향숙
    '06.1.6 1:31 AM

    그렇죠?
    언젠가부터 저도 김을 안굽게 되더군요.
    그런데 그게 잃어버린 입맛이네요.
    다시 기름 발라 구우면 맛이 날까요?

    아이들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며칠씩 식탁에서 뒹굽니다. 사다논 구운김들이요..
    그러다 집에서 날김 구워 양념간장에
    해놓으면 순식간에 없어집니다.

    내일은 집에서 기름칠해 구워 보겠습니다.

  • 7. 소박한 밥상
    '06.1.6 1:36 AM

    한 편의 수필을 읽는 듯.....

  • 8. 또롱맘
    '06.1.6 1:47 AM

    허영만 만화 "식객"보는것같아요.

  • 9. 김연주
    '06.1.6 1:59 AM

    김얘기보다 엄마얘기에 눈가가 촉촉해집니다..
    언제가는 먼길 가실 부모님이기에 문득문득 닥쳐올 그리움을 어찌 감당할까
    생각하면 ......
    맘이 따뜻해지는 글. 감사합니다.
    부모님 살아계실때 좀 더 잘하겠습니다....

  • 10. plumtea
    '06.1.6 4:27 AM

    존경스럽습니다. 남편덕에 구워져있는 시판김을 못 먹는다고 투덜거리던 제가 한심하리만큼....
    저도 김하면 외할머님이 생각나요, 새벽에 일찍 일어나셔서 기름 바르고 계시던 모습. 그 냄새에 깨서 세수하고 밥을 기다리던 어린시절^^

  • 11. 김수열
    '06.1.6 9:11 AM

    저도...아침부터 김에 밥싸서 먹고싶어집니다.
    게으름덕에 남편과 아들이 좋아하는 즉석구이깁을 매일 해주지 못합니다.
    저희는 김을 그냥 구워서 참기름간장에 찍어먹어요.
    바닷가동네가 고향이신 친정아버지 입맛덕분이에요.

  • 12. 둥이둥이
    '06.1.6 10:45 AM

    저도 한살림 김..냉동에 있는데~
    함 구워볼께요..^^

  • 13. 뭉치
    '06.1.6 1:32 PM

    글읽으며 엄마 생각이 나서 가슴이 찌릿 하니.. 아픕니다.
    부모님 마음 한번더 생각하게 하는 글 고맙습니다~ ^^
    저도 오늘 김에 기름칠 함 해보려구요~

  • 14. 강아지똥
    '06.1.6 6:00 PM

    저두 며칠 못가서 다 먹는걸요~김굽는거 들어가는 정성만큼 정말 맛나지요^^
    녀석들이 hippo님의 정성으로 그렇게 키가 큰건가 봐요^^

  • 15. 내맘대로
    '06.1.6 9:27 PM

    낮에 친정에 가서 엄마가 참기름 발라 직접 구운 김에 밥먹었는데.. 난 행복한 사람이네요^^

  • 16. 조정혜
    '06.1.7 3:55 PM

    집에서 굽는 김은 또 사먹는 것과 달리 또 맛있더라구요~

  • 17. hippo
    '06.1.7 6:09 PM

    글 올리고 1박2일 캠프 갔다가 이제 막 왔습니다.
    잠 한숨 안자고 수다 떠느라 밤을 꼬박 새서 피곤하지만 어떤 댓글이 달렸을까 궁금해서 여기부터 들어왔죠.ㅋㅋㅋ
    저만 그런가요? 댓글 궁금한거....
    집에 와서 식탁을 보니 김한통과 지퍼락하나가 거의 바닥을 드러냈네요.
    간식이랑 반찬 몇가지 해 놓고 다녀 왔는데도 김이 젤 인기가 좋았나봐요.
    아마 우리 어렸을 적 추억을 장식하는 김 만큼은 안되어도 우리 아이들에게도 김굽는 엄마가 이다음에 좋은 추억이 되겠지요? 그렇게 믿고 싶네요.
    모두 건강에도 좋은 맛난 김 많이 드시고 건강하세요

    참참참 댓글 달아 주신분들 정말 고맙습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18. 러브홀릭
    '06.1.12 7:43 PM

    잔잔한 감동이 느껴지는 글이네요.. 김 한장에 추억과 사랑이 듬뿍 묻어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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