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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그해 추석

| 조회수 : 4,450 | 추천수 : 6
작성일 : 2025-08-22 11:49:26

그해 추석

 

 

포도나무집을 경매로 넘기고 우리가 이사온 곳은  학교 에서 불과 5분 거리인 상가 2층이었습니다

 

원래 큰방과 작은 방2개를 쓰기로 계약했는데

 

그곳에 살던 사람이 절대 큰방은  못 비킨다고 해서

 

할수없이 작은방 하나엔 풀지도 못한 짐을 부리고

 

안쪽 컴컴한 방에서 6식구가 쪼그려 가며 잠을 자야했습니다.

 

 

 

곧 추석이 되었습니다.

 

우리 집엔 송편도 , 사과도 한알 없었습니다.

 

맏아들인 아버지는 시골로

제사를 떠나시고

 

왠지 모르게 처량한 명절 아침이 되었습니다.

 

 

 

그날 분명히 밥은 먹었을텐데...

 

유난히 허기가 졌던 기억이 납니다

 

새옷 입고  손에 먹을 것을 쥐고 노는  동네아이들의 모습이

 

상가 아래 골목에 보여서

 

더 배고팠을까요

 

 

 

엄마에게 송편을 해먹자고 졸랐던 것도 같습니다.

 

많이도 말고

 

한접시만이라도...

 

집을 잃고 실의에 잠긴 엄마가

 

무슨 기운이 나서 떡을 해줄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나는 동생들과 철없이

 

송편을 조르며 엄마를 괴롭혔습니다.

 

 

 

아무리 졸라도

 

엄마는 대답이 없었습니다

 

화가 난 나는

 

저녁무렵   집을 뛰쳐 나왔습니다 

 

 

 

어디로 갈까?

 

갈 곳이 없었습니다.

 

 

 

건너편 언덕위로 올라갔습니다.

 

동네가 다 보였습니다.

 

다 행복한데

 

우리 집만  불행해 보였습니다

 

 

 

한친구가 저쪽에서 다가왔습니다.

 

영락 모자원에 살고 있는

 

같은 반 친구였습니다.

 

 

 

평소에 친한 친구가 아니었는데

 

친구를 보니 반가웠습니다 .

 

 

 

둘이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나누다

 

추석인데도 사과 한알 못먹었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자 친구가 잠깐만 기다리라고 말하며

 

사라졌습니다.

 

잠시후 친구는 보기에도 먹음직 스러운 사과 한알을 내게 주었습니다.

 

명절이라 여기 저기서 후원품이 많이 들어와

 

자기집엔 사과가 있다며

 

나에게 먹으라고 주었습니다 .

 

 

 

나는 그자리에서 껍질채  빨간 사과 한알을

 

우적 우적 다 먹었습니다. 강챙이까지 싹 다먹었습니다.

 

내친구는 그런 나를  아주 따뜻한 눈으로 지켜보았습니다.

 

 

그해 추석 나는  너무 너무 먹고 싶던 사과를

 

해질 녁 노을 속에서 먹었습니다.

 

 

 

그때 내게  사과를 주었던

 

그친구.  자기에게 하나밖에 차례가 돌아가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귀한 사과를 친구를 위해 기꺼이 내놓았던

 

그친구가  오늘 많이 생각납니다.

 

 

 

아버지가 없었던 그친구

 

그래서 엄마와 동생과 함께

 

영락 모자원에 살아야 했지만

 

마음은 넉넉했던 그친구가 

 

지금 어디에서 살던지 행복하기만을

 

바래봅니다.

 

 

 

그리고  나도 그 사과를

 

그고마움을 평생

 

가슴깊이 간직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친구야 , 고마워

 

니가 준 그사과가 있어

 

그해 추석은 따뜻했단다.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codeA
    '25.8.22 11:59 AM

    마음이 몽글몽글 따뜻해지네요! 다음 글 기다립니다....^^

  • 은하수
    '25.8.22 12:44 PM

    제게 명절의 따뜻함을 알려준 친구
    그친구가 행복하길 빌어봅니다

  • 2. 똥개
    '25.8.22 3:01 PM - 삭제된댓글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 3. 똥개
    '25.8.22 3:02 PM - 삭제된댓글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 4. 똥개
    '25.8.22 3:03 PM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 5. 은하수
    '25.8.22 3:11 PM

    감사합니다. 다들 어렵던 시절이었어요

  • 6. hoshidsh
    '25.8.22 5:16 PM

    이번에는 사과로군요..
    친구분, 이 글을 통해 연락이 닿으면 좋겠어요
    두 분 다 행복하게 살고 계신 모습으로..
    잘 읽고 갑니다.

  • 은하수
    '25.8.22 5:21 PM

    고운 마음씨 그대로 잘살고 있으리라
    믿고있습니다.

  • 7. 레몬쥬스
    '25.8.22 6:56 PM

    두 어린아이들의 마음이 사과보다 이뻐요.
    시간은 어김없이 흘렀지만 다들 잘 지내고 있겠지요.
    은하수님의 글들은 책 읽는것 같아요.
    장면들이 살아서 떠올라요.
    많은 이야기 기다립니다

  • 은하수
    '25.8.22 10:26 PM

    송편 해먹자고 엄마를 괴롭히다
    혼자 언덕위로 뛰쳐간 어린아이가
    넓은 맘을 가진 큰그릇 친구를 만난
    소중한 이야기입니다

  • 8. 꽃피고새울면
    '25.8.23 12:40 PM

    전 앞으로 사과,포도를 볼 때면
    은하수님 생각이 날 듯 해요
    이런 마음으로 그 따듯했던 친구도
    사과를 볼때면 은하수님 떠올릴테고
    은하수님의 행복을 빌어줄거예요
    엄마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요
    야간학교 다닌 후의...
    솔직히 엄마,은하수님 이야기를 모두 듣고 싶어요
    욕심이 참 크죠?^^

  • 은하수
    '25.8.23 3:39 PM

    그동안 써놓은 글 정리하고 있습니다.
    엄마한테 반항하다 매맞은 날이 많은
    맏딸이었기에 이런글 쓸 자격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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