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음식을 먹이고 가르쳐주신 어머니는 충청도분이시구요.
그래서인지 맵거나 짜거나 자극적인 음식은 자라면서 접해보지못했지요.
고등학교 졸업할때까지 매워서 쫄면, 떡볶이를 먹지못했을 정도라면 아무도 안믿더라구요.
대학가서야 정말정말 용기를 내서 쫄면을 시작으로 매운 음식 도전을 시작했답니다.
실은...지금도 매운 것 잘 먹지는 못해요...먹고나면 입술이 꼭 보톡스 맞은 것처럼 섹시해져요...

서울식 무국
경상도음식이 맵고 짠 이유는 그 지역의 기후와 연관이 있다고 딸래미 사회교과서에 적혀있데요.
경상도 음식에 처음 반한 건 배추전과 무전이었어요.
저희 직장에 경상도 분들이 많았는데 앰티가서 이 음식을 만드는거예요.
배추와 밀가루를 그냥 밀가루물에 부쳐내더군요.
감자를 갈지도 않고 호박을 채썰어넣지도 않고
부추나 오징어, 해물같은 재료를 듬뿍 넣지도 않은 정성스럽지 않은 전을 그날 처음 보았답니다.
속으로 그랬죠, 역시나 음식문화가 발달되지 않은 곳이야...어떻게 전을 저렇게 부쳐....
그런데...
남들 배부르다고 다 파장한 후까지 그 전을 계속 먹고 있는 건 바로 저였어요.
특히나 청양고추 송송 썰어 넣은 간장에 찍어먹는 배추전, 무전의 맛이란....
먹으면 먹을 수록 어쩜 그렇게 시원하고 씹는 맛이 좋은지...
그날 제가 받은 문화적 충격은 아직도 잊혀지지않을 정도예요.
요즘도 자주 만들어 우리 애들은 이게 어디 음식인지도 모를거예요.

경상도식 무국
다음은 콩잎 장아찌.
부산이 집인 친구네 가면 먹을 수 있는건데
깻잎과는 비교불가예요, 식감이 정말 끝내주죠.
제가 하도 잘 먹으니까 그 친구 친정엄마가 보내주면 모두 제차지가 됐어요.
그 친구는 지겹다고 싫은데 잘 됐다고 모조리 제게 보낸답니다.
그 외에도
아구찜이며 밀면까지 이제는 못먹는 경상도 음식이 없는 정도를 넘어 찾아다니며 먹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네요.
아...물론 전라도 음식도 환장을 하죠.
40여년 세월만에 처음 즐기게 된 경상도식 무국입니다.
재료(7~ 10대접분) : 쇠고기 양지나 사태 300g, 무 ½~⅓토막(중간크기 ⅓개), 대파 1대, 마늘 1큰술,
고추가루 1~2큰술(취향에 따라), 국간장(액젓) 2큰술, 소금, 후추 약간씩
양지나 사태를 덩어리째 물에 넣고 익혀주세요.
10분정도 팔팔 끓으면 불을 줄이고 젓가락을 찔러보아 핏물이 나오지 않을때까지 익혀요.
사태는 1시간 정도, 양지는 30분 정도 익히면 되요.
사태로 국을 끓이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국물맛이 시원하고 고기가 쫄깃해요.
양지로 끓이면 시간이 빨라 좋고 고기가 고소해 아이들 먹기 좋아요.

익은 쇠고기와 먹기좋게 자른 무, 국간장, 마늘, 파, 후추를 넣고 잘 섞어줍니다.
이렇게 양념에 미리 재워두면 재료에 간이 배서 훨씬 맛내기가 쉬워져요.
여기까지 하고 육수에 넣고 끓이면 서울식의 시원한 무국이 됩니다.

위 재료에 고추가루 1~2큰술 넣어주면 얼큰한 무국이 됩니다.
음식에 대한 편견은 참 무서워요.
제 상식으로 무국을 맵게 끓인다는 것은 상상이 안되는 일이었어요.
이 시원하고 맛있는 무국을 왜 맵게 먹는지, 맵게 양념하면 무의 시원한 맛을 버리게될거라고 굳게 믿었지요.
어느날, 육개장을 끓이려고 고기를 익혔는데 파가 없는거예요.
그래서 한 번 해봐...하고 무를 넣고 끓여봤는데 이거 완전 맛있네요.
우리 애들 말로 지대로 작살이었습니다.

육수를 다시 팔팔 끓여주세요.

재워두었던 위의 재료를 넣고 끓여요.
이때는 별로 빨갛지않죠. 하지만, 다 끓이면 빨갛게 변해요.

무가 투명해질때까지 끓인 다음 소금으로 마무리간을 하세요.
저는 국물음식에는 깨끗한 꽃소금을 사용해요.
차가운 음식에는 쉽게 녹지않으니까 구운소금같은 입자가 고운 것을 사용하구요.

제가 끓인 매운 무국입니다.
제가 끓이는 파만 넣은 육개장과 맛이 비슷해요.
요즘은 애들이 서울식 무국을 끓이면 왜 고추가루 풀지않았냐 지청구를 하네요.
맛있긴 하지만 너무 자극적인 음식에 열광하는게 아닌가 살짝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저....솔직히 경상도식 무국 한번도 못먹어봤거든요.
제가 끓이는 방법보다 더 맛있는 비법이 있으면 꼭 알려주세요.

봄부터 표고를 열심히 말렸습니다.
말린표고가 생표고보다 비타민도 많고 훨씬 영양가 있는거 아시죠?
저는 건조기가 없어서 그냥 이렇게 세월아~~네월아~~하면서 배란다에 그냥 두어요.
장마가 오면 못하니까 지금 열심히 사서 말리고 있네요.

쑥이 나오기 시작할때부터는 쑥도 열심히 뜯어서 말리고 있어요.
요즘은 슈퍼 갈때마다 보이는대로 사서 말리기도 하구요.

왼쪽 것은 위의 소쿠리에 말렸던 것이고 오른쪽 것은 비 오던날 그냥 데쳐서 냉동시킨 것이예요.
일년 동안 숙떡 해먹을 만큼은 준비해둔 것 같아 뿌듯합니다.
봄이 오면서부터 딸기 씻어 냉동실로 보내며 여름에 먹을 스무디를 생각하고
아아...냉동고가 있으면 더 많이 해뒀을텐데....냉동고 사고시포요....ㅠㅠ
쑥말리고 버섯말리고
이제...슬슬 마늘쫑이랑 마늘장아찌 만들 준비를 합니다.
아...6월이 시작되면 매실도 재워야하는군요.
갈무리라는 것은....
계절을 놓치면 안되는 작업이라 사람을 끊임없이 괴롭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짓을 그만 둘 수 없는 것도 어찌보면 일종의 병같아요.
내 병이 깊긴하지만
춤바람도 아니고 쇼핑중독도 아니고
그저 먹거리에 집착하는게 그래도 다행이다 여기면서 오늘도 이짓을 계속 합니다....
먹는 것만큼 소중한게 어디 있을까요....
먹거리는 생명이잖아요. 먹거리때문에 해야하는 싸움이라면 끝까지 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