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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어쩌다 새 반찬!

| 조회수 : 13,316 | 추천수 : 176
작성일 : 2009-06-11 20:51:20


요즘.....제가....좀 이상해졌어요.
밥 해먹기가 너무 너무 싫어요.
밥 하기도 싫고, 밥 하기가 싫다보니 장보러 가는 것도 싫고, 예쁜 그릇 꺼내서 보기 좋게 담는 것도 싫고..

그래서 어제 저녁은....시판우동 사다뒀던 것 두개 끓이고, 있는 밥 해서 간신히 먹고,
그저께는 김치찌개만 하나 달랑 끓이고, 생선 구워서 때웠어요.
그 전날은...마침 지난번 kimys 생일에 양념해보니 너무 많길래 냉동해두었던 갈비찜 해동해서 끓여먹었구요.
집에 어른만 안계시면 라면과 배달짜장면으로 살았을텐데..
이런 지경인지라..희망수첩에 얼씬도 못했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이것저것 없는 게 있어서 마트에 가야함에도 불구하고, 너무너무 가기 싫어서,
이럴 때는 보고 싶은 사람, 보는 게 젤이다 싶어서, 베스트 프렌드에게 전화를 했어요.
그때 시간이 11시16분, "점심 약속 있니? 나랑 점심 먹을 수 있어?"
베스트 프렌드는 이렇게, 아무때나 전화해서 불러낼 수 있어 너무 좋아요.

친구랑 친구가 사주는 점심 먹고, 차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 도란도란 나누다 보니, 제 맘이 좀 풀렸어요.
그래서, 오는 길에 같이 마트에 들러서,
두부도 사고 대파도 사고, 우유도 사고, 버섯도 사고, 어묵도 사고, 삼겹살도 사고, 닭고기도 사고 그랬어요.
이제..사다놓은 재료가 있으니까 하기 싫어도 하게 되겠죠?




점심 먹으러 나가기 전엔, 마트에 들러올 생각이 단 1%도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라도 한끼 또 때워야 해서, 냉동실에 있던 샤브샤브 고기를 냉장실에 내려놓고 갔습니다.
잘 녹아있는 고기에 소금 후추 밑간하고,
오늘 사온 만가락버섯에 말아 오븐에 구웠어요.
버섯만 후추 소금 올리브오일 뿌려서 구웠구요.
오늘 사온 샐러드 채소 뜯어서 한쪽에 올리고, 오미자 소스를 뿌렸습니다.
오미자소스는..뭐 별거 아니에요, 오미자원액에 올리고당 아주 조금, 포도씨오일 조금 넣어 섞어서 뿌렸어요.
색도 예쁘고, 맛도 괜찮았어요.




지난 주에 지인이, 고추밭을 솎았다고 고춧잎을 잔뜩 줬더랬어요.
그런데 계속 요리에 심드렁한 상태...그래서 냉장고안에 그저 두고 봤었어요.
준 성의를 생각하니 잘 먹어야할텐데...음식은 하기 싫고...
더 냉장고에서 굴렸다가는 못먹고 버릴 것 같아서, 오늘 소금물에 데친 후 꼭 짜서 초고추장에 무쳤는데요,
정말 맛있었어요. 왜 진작 안해먹었는지...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데 kimys가 웃으며 그러네요.
"오늘도 새 반찬 안해주면 82cook에 글 쓰려구 했어, 소문난 집 밥상에 먹을 것 없다구.."
물론 농담이지만요...
제가 며칠동안 얼마나 "나, 밥하기 싫어" 하는 소리를 달고 살면서 있는 반찬으로 대충 차려줬으면 이 사람이 이러겠어요.
허긴 이 사람도 가끔은, 김치와 젓갈뿐인 밥상도 받아봐야 합니다, 그래야 마누라 고마운 걸 알겠죠??
2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퓨리니
    '09.6.11 8:56 PM

    쇠고기버섯말이.... 아이가 엄청 좋아하는데, 요새 이래저래 경황도 없고 맘도 어수선하고
    ... 대충대충 먹고 살았었네요...
    내일 장봐서 해줄까봐요....

  • 2. jeamin
    '09.6.11 8:58 PM - 삭제된댓글

    새반찬 내일 하시지 그러셨어요^^
    정말 울남편 넘 불쌍하게 느껴집니다^^;;

  • 3. 땡이
    '09.6.11 9:04 PM

    글 안쓰시길래 어디 편찮으신가 했습니다.
    고춧잎 나물... 먹고싶어요.
    밥에 나물넣고 고추장 조금 더 넣고 참기름 살짝 넣어 비벼 먹으면 정말 맛있는데..
    고맙습니다.
    늘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시는 글과.
    입안에 가득 침을 고이게 하는 음식들...
    덕분에 행복하기까지 합니다. ^^

  • 4. 루시
    '09.6.11 9:21 PM

    저 다욧한다고 저녁 건너 뛰었는데
    저기 고춧잎 무쳐논거 보니
    도저히 못 견디겠습니다
    제가 엄청 좋아하는 반찬!
    집 베란다에 고추 네포기 심고는 어느날
    고춧잎이 너무너무 먹고싶어
    잎을 죄다 따서 데쳐서 무쳤더니 딱 두젓가락 나오더군요 ㅋㅋㅋㅋ

  • 5. 현욱맘
    '09.6.11 10:49 PM

    저도 오늘 베스트 프렌드들과 점심 먹었어요.
    맛있는 음식과 더 맛있는 수다에
    오랜만의 느긋한 시간이 참 행복한 하루였어요

  • 6. 아이사랑US
    '09.6.11 11:01 PM

    선생님 남편분께서는 말씀도 애교스럽게 하시네요^^
    평범한 반찬속에서 많은걸 배우고 갑니다..
    고춧잎 무침을 보니 뜨거운 밥생각이 나네요
    마켓에 고추잎이 나와있나 가봐야겠어요. 휘리릭~~
    힘내세요^^화이팅!!!^^

  • 7. 멜론
    '09.6.12 12:57 AM

    아..
    제게는 그냥 어쩌다 새반찬이 아니라..
    어쩌다 예술반찬인걸요~ 이건 예술이에요~ 예술~

  • 8. 뽀로로
    '09.6.12 8:16 AM

    저도 베플 만들어야 하는데 집 가까이에 여동생이랑 친정엄마가 계시니 그런 부분의 아쉬움이 금방 채워져서리..
    부군 재미있으시네요.
    하지만 부인 고마운줄 아셔야 한다는 선생님 말씀에 강하게 동의합니다.

    저는 울 신랑에게 희첩 절대로 안 보여 줄 거예요.

  • 9. 김병기
    '09.6.12 8:31 AM

    고추잎 나물을 저랑 같은 방법으로 ㅎㅎ

    저도 엄마가 주신 고추잎이 냉장고에서 시들시들 해져 있어가지고 더이상은 안되겠다 싶어

    삶아 매실 초고추장으로 슥슥 무쳤더니 너무 맛있어서 혼자서 한접시를 거의 다 먹었어요. ㅋㅋ

    오늘 아침은 공기가 너무 깨끗하고 상쾌하네요.

    여기는 공기가 깨끗한 충청북도 제천이랍니다.

  • 10. 또하나의풍경
    '09.6.12 10:00 AM

    고추잎나물!!!!!!!!!!!!!!!!!!!!!!!!!!!!!!!!!!
    꺆!!!!!!!!!!!! 너무 먹고 싶어요~!!!!!!!!!!!!!!!!!!+_+

  • 11. 다물이^^
    '09.6.12 10:44 AM

    고추이파리 너무 맛나겠어요. 침이 꼴깍 넘어가네요.
    30이 넘으니깐 이런 나물에 눈이가요!!헤헤~~~
    날씨가 더워서일까요? 아님 다른 걱정이 있어서일까요?
    선생님!!! 기운내세요^^

  • 12. 델몬트
    '09.6.12 11:19 AM

    얼마전 고춧잎 고추장에 무쳤는데 정말 맛있었어요. 들기름 듬뿍 넣어서 파 마늘 넣고요. 다시보니 또 먹고파요.

  • 13. 예술이
    '09.6.12 2:05 PM

    반찬 하지마시지 그랬어요. kyms님 글 쓰신 것 좀 보게...^^

  • 14. 쵸콜릿
    '09.6.12 3:13 PM

    전 요즘 먹으면 배부른...알약 있었으면 좋겠어요 ㅠ.ㅠ

  • 15. 츄니
    '09.6.12 4:11 PM

    엥? 1003호 우리집은 생선 굽고 김치찌게라고 끓이는 날은 상다리가 휘어지는 날인데...ㅋㅋㅋ
    전 진짜로 완전불량주부인가봅니다. 시판용 조미구이김도 생색내며 뜯어내거든요...ㅎㅎ
    가끔 정말 가끔, 가뭄에 콩나듯^^ 선심쓰듯 오늘은 오빠 좋아하는 치킨카레를 하게쓰~하고 한 냄비 잔뜩 끓여서 몇날몇일 때우게 하거든요...
    항상 빨리쿡에 와서 반성만 하다 가고 함 나도 해볼까? 하는 생각만 하고 가는데 오늘은 절실히 반성이 되네요~아이한테도 미안하고....
    저도 김혜경님처럼 생선하고 김치찌게가 슬쩍 미안할 정도가 되는 1003호 안주인이 되어야겠어요~ (오늘 저녁은 불고기 양념하기 귀찮아 마트에서 산 불고기당첨입니다! ㅋㅋ )

  • 16. 안다미로
    '09.6.12 7:28 PM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인사드립니다
    가입한지는 만 3년이 넘었는데......
    선생님 글 읽어보기만 했지 댓글은 처음이예요
    밥 하기 싫은 그 심정 저도 알지요
    아이들이 어렸을때는 살림이 재미 있었는데 지금은 무슨 의무감에 합니다
    시댁. 친정 어른들 챙기는 일도 만만치 않구요
    전 남편 앞에서 밥하기 싫다는 소리 잘 못합니다
    시어머님이 연세가 많으심에도 불구하고 시골에서 밥을 해드시거든요
    작년부터 건강이 안좋으세요
    그래서 맏이인 저의가 자주 반찬해가지고 내려가 뵙기는 하는데
    그것도 쉬운일이 아니더군요
    어른을 모시고 한집에서 같이 동거동락 한다는 일이 정말 쉬운일 아니지요
    그맘 충분히 헤아립니다......
    남자들 밖에서 돈버는 일........쉽지 않은 일이죠
    여자들 주방에서 손 마를날 없이 밥해서 먹이는일 정말 정말 쉬운일 아닙니다
    나이먹으니 꾀만 자꾸 생깁니다.
    이제 결혼해서 밥해먹은지 21년 인데........앞으로 언제까지 건강하게 밥을 해먹을수 있으려나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살아야겠습니다.
    마음이 가라 앉을때 영화도 보시고 가까운 친구와 맛있는 밥 먹으면서 수다도 떨고
    그러세요.
    기운내셔요^^

  • 17. 호리
    '09.6.12 7:57 PM

    그럼요,, 남편님들은 끼니때 새반찬 해주는 마누라 고마운줄 아셔야 합니다.. ^^

  • 18. 별사탕요정
    '09.6.12 8:44 PM

    우리집은 맨날 김치에 생선구이 하나만 가지고 먹어요. ㅜ.ㅜ
    근데 멋진요리 뚝딱 만드시는 선생님께서 밥하기 무지무지 싫다고 하시니
    괜히 동질감이 느껴지며 더 친근해지는거 같아요.후후

    갑자기 전화해서 점심같이 할 수 있는 베플이 옆에 계신거
    정말 부럽네요.
    생각해보니 전 없는거 같아서요.

    희망수첩에 새글이 없어서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비록 댓글은 잘 안달지만요.
    시판 우동 끓이셔도 올려주세요.
    선생님이 하시면 일식 우동보다 맛나게 보이거든요. ^___^

  • 19. dex
    '09.6.13 12:40 AM

    "오늘도 새 반찬 안해주면 82cook에 글 쓰려구 했어, 소문난 집 밥상에 먹을 것 없다구." ^^

  • 20. 김미숙
    '09.6.13 10:03 AM

    선생님 큰일 났어요
    희망수첩에 선생님 글이 안올라와 있으면 재미가 없고 무척 궁금해 지네요
    음식이 아니더라도 이런 저런 이야기나 정보가 될 수 있는 이야기도 올려주세요
    저는 여기에 들어와서 들러보는게 취미인데 선생님 저 같은 사람을 생각해서라도 빠지지 마시고 재미있는 글 올려주세요

  • 21. Terry
    '09.6.14 11:30 PM

    정말 요리란 가끔씩 필 받으면 하루종일도 서서 할 수 있는데
    맥 풀리면...정말 하기 싫죠.. 그럴 때는 전 맨날 순대, 떡볶이 사다 먹는데.
    제 배가 부르면 밥 하기가 더 싫죠.... 그럴 때면 삼천만의 비상식량 계란 후라이+장조림 간장+김가루 뿌려서 애들 먹입니다... 애들은 더 좋아한답니다..단..남편이 출장가 있을 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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