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요일(18일)날 아침 7시30분, 집앞에서 오빠 차를 타고 나가서,
화요일(19일)날 밤 9시 역시 집앞까지 데려다 준 오빠 차를 타고 돌아왔으니..40시간 만의 귀가인가요?
네...
친정어머니 수술하셨어요.
원래는 일요일 저녁에 입원하셔서, 월요일 오후에 수술하는 거 였는데...입원실이 나지 않았다고 해서 월요일 아침 일찍 입원하셨죠.
소문난 인공관절수술 전문병원인지라, 환자가 너무도 많지만, 병원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아서,
아니, 병상은 50개가 넘는다고 하지만 일단 수술하면 2주 이상 입원해야하기 때문에 입원실 사정이 썩 좋지는 않는 것 같아요.
입원실 배정 받고 올라가보니, 8인실.
3인실 하나, 4인실 하나 있다고 하는데..꽉 차서 명함도 못내밀어 봤어요.
시어머니나 친정아버지 입원하실 때는 1인실이나 2인실을 쓰시게 했는데, 친정어머니만 8인실에 계시게 된거죠.
친정어머니는 당신이 원하신 병원이고, 1인실이나 2인실은 아예 없는 병원이라 상관없다고 하시지만, 자식된 입장에서는...좀..그랬어요.
하루 종일 대기하다가 수술방에는 오후 6시쯤 들어가셨어요.
수술방 앞에서 집도하실 원장님 만났는데.."걱정하지 말라"고 안심 시켜주셨어요. 원장님 누나가 우리 82cook식구라, 미리 인사했거든요.
저를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워서, 원장님 누나랑, 그냥 누나친구라고 하기로 말을 맞췄더니, 수술대에 누워계신 저희 친정어머니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아무개 동생입니다" 하시더래요. 수술을 앞두고 잔뜩 긴장하신 울 엄마, 아주 좋으셨던가봐요.
수술은 2시간쯤 걸렸어요. 일단 왼쪽 먼저 하고 1주일 후 다시 오른쪽을 하기로 했거든요.
같은 입원실에서 다른 환자들을 돌보는 간병인 아주머니들, 수술 첫날 제일 간호하기 힘들다며, 간호는 어떻게 할꺼냐고 묻길래,
"첫날 밤은 제가 하고 담부터 간병인 아주머니 쓸까 하는데요" 했더니,
쓰려면 첫날부터 쓰라고 하는데...그럴 수가 없었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첫날은 자식들이 지켜야 할 것 같아서요.
다른 식구들 다 들여보내고, 제가 있었어요.
수술 마치고 나온 후 6시간 동안 머리를 들지 말라고 하는데...이때 참 어려웠어요.
수술 부위에 기푸스까지 해서, 다리가 무겁고 불편한데다가 머리를 들 수 없으니까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자세가 편안치 않으니까,
오후 8시20분부터 새벽 2시20분까지 엄마는 아기처럼 보채시더라구요.
"다리를 이렇게 옮겨봐라" "몸을 이렇게 돌려봐라" "시간은 몇시냐?" "6시간이 지나려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냐"
그래도 우리 엄마는 다른 분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죠.
별로 아프다고도 안하시고..다른 분들중에는 구토를 하거나 대소변을 받아내야하는 경우도 있다는데..그런거 전혀 없고...
6시간이 지날 때까지 그리 괴로워 하시더니. 머리를 들게 되면서 좀 나아지셨고,
아침에 기푸스를 풀고는 견디실만 한지 잠도 좀 주무시고, 아침으로 나온 죽도 반그릇 이상 드셨어요.
오후가 되서는 그걸 뭐라 부르는 지 모르겠는데...ㄷ자형 지팡이같은 보조기구를 이용해서 화장실에도 다녀오시고 움직이기 시작하셨어요.
그 보조기구를 잡고 서신 걸 보니, 수술한 다리는 곧게 펴져 있었어요. 어찌나 신기한지..
저녁 때 온 오빠, 장난스레 엄마의 두다리를 비교하더니 수술한 다리가 3~4㎝는 더 긴 것 같다고 해서 보니, 정말 다리가 길어지셨어요.
정말 양쪽 다리 다 수술받으시면..키가 커지실 것 같아요.
엄마의 병간호..가족들이 하면 좋겠지만...전문적인 도움을 받아야할 것 같아서, 간병인아주머니 붙여드리고 들어왔어요.
간병인 아주머니는 옆의 옆 병상에 있는 환자를 간호하시던 분인데, 아주 잘하시는 것 같아서..저런 분이면 좋겠다 했는데..
마침 그분이 어제 밤으로 일이 끝나셨대요. 바로 저희 엄마 해주실 수 있다고...
해서 어제 밤에 안심하고 돌아왔어요.
병간호 한다고..별로 한 일도 없고, 엄마의 침상 밑에서 쪼그리고 잠도 많이 잤는데..왜 그리 피곤한지..
집에 들어와서는 그냥 쓰러져서 잤어요.
아침에 일어나보니...나의 싹채소들...제가 없는 동안에도 이리 잘 자랐네요.
3가지의 성장속도가 이렇게 차이가 나네요..가운데 녀석부터 먹어줘야할 듯...
조금전에 병원에 전화해보니까, 간병인 아주머니가 마사지도 해주고, 너무 잘 돌봐주신다고...
오늘 하루는 엄마 일 잊고, 점심 약속에 나가고, 밀린 원고도 쓰고 잔뜩 쌓여있는 집안일을 해야겠네요.
e********님 고맙습니다...덕분에 제가 효도했어요. 엄마가 얼마나 좋아하시는지..딸 덕에 원장님의 특별한 관심을 받게 됐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