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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초계탕집 흉내내기 [초계탕] [메밀호박전]

| 조회수 : 8,726 | 추천수 : 72
작성일 : 2004-07-16 00:05:14
얼마 전, 파주의 그 유명하다는 초계탕집을 갔었습니다.
그날 아침 ‘맛대맛’프로에 나와서 승리를 거둬 관심이 가던 차에, 마침 금촌에서 놀다가 열명 정도 되는 일행들과 가기로 한거죠.

가면서 약간 불안하긴 했어요. TV에 나온 집, 방영 후 한 달간은 가는 게 아니라면서요.
암튼 금촌에서 출발했는데도, 엄청 멀더라구요. 앞 차를 따라 가다보니, 갑갑하기도 하고...
하도 멀길래 내심 ‘이렇게 외진 곳에 있으니까 TV에 나왔다 하더라도 사람은 많지 않을거야’하고 생각했는데,
도착해보니 웬걸, 그리 좁지않은 주차장에 차 댈 곳이 없고, 식사를 하려는 사람의 줄이 문밖까지 늘어선 거에요.

kimys랑 둘이었다면 두말 않고 돌아서서 왔을텐데, 차가 3대나 움직였고, 일행도 여럿인데다가,
그 근처에는 그집말고 식당도 없더라구요. 나중에 보니 그 근처에 한정식이 하나 있긴 하드만...
별 뾰족한 수가 없어 줄서서 기다리는데...줄어들 줄을 몰라요.

거의 1시간쯤 기다렸을까, 이제 신을 벗고 방으로 올라서기만 하면 되는데 서빙하는 사람들이 그래요, “방으로 올라가셔 봐야 소용없어요, 음식이 없어요”하는 거에요. 조금전 사장님이라는 분은 부침개와 닭이 있다고 했는데.

그래도 사장님 말이 맞겠지 하고 방에 들어가 간신히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는데, 또 그러는 거에요. 음식이 없다고, 음식 못 갖다준다고...
손님을 놀리는 것도 아니고, 재료가 떨어졌으면 당연히 줄 서지 말라고 하고 ‘close’를 선언했어야 하는게 아닌가요?
기가 막혀서 그냥 가자고 일어서서 나왔는데, 일행 중 한분이 어떻게 얘기를 하셨는지, 우리팀까지는 음식을 줄수 있다고 해서 다시 앉았어요.

천신만고 끝에 나온 음식은 메밀전, 삶은 닭, 초계탕, 그리고 메밀국수 사리...
메밀전 맛은 괜찮았는데, 충분히 먹을 수 없었어요. 떨어져버려서.
초계탕은 뭐 그냥 그랬어요..굉장히 맛있다고는 할 수 없더라구요. 모르죠, 뭐, 맛이 있었는데 제가 기분이 나빠서 그랬는지도...
삶은 닭은 쫄깃쫄깃한 것이 괜찮았어요. kimys도 괜찮다고 하더라구요.
이 사람, 특히 닭맛에는 인색해서, 어지간하면 맛있다고 안하는데...

돌아오는 길에 kimys가 그러네요, “다시 올 집은 못된다”고.
그 뜻은 이렇게 멀리까지 찾아와서 먹을 정도는 아니라는 뜻이죠.
이 사람 정말 맛있으면 아무리 멀어도 "여기 또 오자" 하거든요, 자기가 운전을 안하니까.
그리곤 그러네요, “초계탕 당신이 해봐, 당신이 하는 게 낫겠다”


오늘, 아니 어제네요. 어제부터 1개월 동안 죽치고 앉아서 새 책 집필을 하리라 며칠전부터 맘을 다 잡아 먹고 있던 터라 외출도 하지 않고 컴퓨터 앞에 앉았어요.
그런데 왜 이렇게 업무관계로 누군가와 통화를 해야하는 일이 자꾸 생기죠?
결국 새 책 원고는 한줄도 못쓰고, 초계탕만 하게 됐죠.

닭 삶아서 국물 내고, 닭 식히고, 국물도 식히고.
그리고 그 파주의 초계탕집 흉내내느라 메밀전도 부치고, 메밀국수도 삶았어요.

줄서서 기다리는 동안 초계탕 사장님에게 뒷동냥한 맛의 비밀은 밀가루와 메밀가루를 동량으로 사용한다는 것.
'비밀의 손맛'에 올리려고 계량컵과 저울까지 동원해서 계량하면서 부쳤는데...성공작이었습니다.
밀가루만 부친 것보다 구수하고 쫄깃거리고, 메밀가루만 부친 것보다는 맛이 순하고, 잘 뒤집어지고...
이렇게 한번 꼭 해보세요.

초계탕 만드는 법은 네이버의 지식인같은데서 좀 찾아보다가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만들기로 했어요.
요새 계량화하느라...참...
식사준비에 시간이 더 걸립니다요. 기왕이면 물의 양까지 확실하게 하려다보니...

초계탕을 만들고, 파주 초계탕집처럼 메밀국수도 삶아서 사리를 지어 상에 올렸어요.
날씨가 더 더웠더라면, 국물에 살얼음이 얼었더라면, 겨자가 모자라지 않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그런대로 괜찮었어요.

레시피까지 올리고보니 글이 너무 기네요...
하는 수 없이 레시피는 잘라냈습니다. 대신 레시피와 음식 압박샷 '비밀의 손맛'에 올려뒀어요.
3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이은미
    '04.7.16 12:12 AM

    맛있어 보여요, 침이 꿀꺽입니다요...비오는 날씨엔 딱인것 같은데여

  • 2. 진저맨
    '04.7.16 12:13 AM

    아이고 맛있겠네요. 저도 2등!!

  • 3. 2004
    '04.7.16 12:15 AM

    일등인가요?
    아니겠죠 ^^ 이 댓글 달고나면 분명히 순위에서 밀릴거라는 ..
    샘님 점점 외식 안하게 되시겠어요.
    정말 나이들수록(^^;;;) 외식보다 내가 해 먹는 음식이 더 난거 같아요.
    확실하게 맛있다고는 할수 없지만 일단 경제적이고 깨끗하고
    멀리 안가도 되고 편하구요. 근데 설겆이는 정말 시로요 ㅜㅜ
    식기세척기 사주면 외식하자는 소리 정말 안할텐데
    꿈도 안꾸니, 원 ...

  • 4. 로즈마리
    '04.7.16 12:16 AM

    제가1등도 해보네요.....이런영광을.....
    맛있었겠습니다 눅눅하고 ,꿉꿉한날에요....
    행복한하루 되세요....

  • 5. 로즈마리
    '04.7.16 12:17 AM

    저도 4등으로 밀렸네요 글쓰는동안에....

  • 6. 조용필팬
    '04.7.16 12:19 AM

    저도 10등 안에 드는 수도 있네요
    신랑이 저녁 먹고 늦게 온다해서 대충 먹었는데
    정말 맛나 보입니다 먹고 싶네요
    샘 기분은 좋아지셨나요

  • 7. 백설공주
    '04.7.16 12:34 AM

    늦게까지 컴터에서 논 보람이 있네요.
    전 초계탕 한 번도 못먹어 봤는데...
    어떤 맛인가요?

  • 8. 레인보우
    '04.7.16 12:37 AM

    늦게 주무시는 날이신가봐요..
    글을 일찍읽게 되니..기분이 좋네요..
    초계탕.저두 꼭 해봐야겠어요..
    일찍주무세용...^^

  • 9. 깜찌기 펭
    '04.7.16 1:05 AM

    콩나물국밥위에 올려졌던 닭고기가 초계탕고기였나보죠? ^^

  • 10. 이론의 여왕
    '04.7.16 1:44 AM

    정말, 날이 더웠으면 더 맛있게 드셨을 걸...
    오늘은 춥기까지 하더군요. 외할머니표 만둣국 끓여먹으니 어찌나 좋던지...
    (비가 너무 많이 쏟아져서 저는 무서웠어요.)
    담에 무더운 날, 선생님한테 초계탕 얻어먹고 싶네요.^^

  • 11. 달개비
    '04.7.16 1:46 AM

    그 초계탕집! 오늘 저의 저녁모임에서 화제로 올랐답니다.
    맛대맛 봤다는 선배가 어른들 모시고 한번 간다길래
    제가 손사레를 저었습니다.
    멀리서(서울) 일부러 가진말고 가까이(파주나 일산)사는 사람은 속는셈치고 한번 가보라
    했습니다.그집 ~제게도 영 안좋은 추억만 안겨주었네요.
    선생님께서 만드신건 어떠셨나요? 당근 그집보다 맛있었겠죠?

  • 12. 호야맘
    '04.7.16 1:53 AM

    아... 배고파라~~
    사진속으로 뛰어들어가서 먹고나왔음.....
    새벽시간이 되니 이상한 생각을 마구 하는군요.
    2004님~~~
    저도요!! 저도요!!! 설겆이 넘 싫어요....

  • 13. 솜사탕
    '04.7.16 5:40 AM

    정말 맛있겠어요. 더군다나 레시피까징.. ㅠ.ㅠ 넘 고맙습니다!!!

  • 14. 쮸미
    '04.7.16 7:55 AM

    선생님 덕에 우리집 식구들도 초계탕이란걸 먹어볼수 있을꺼 같네요...감사합니다.

  • 15. champlain
    '04.7.16 7:58 AM

    초계탕이 뭔가요?
    궁금해서 얼른 비밀의 손맛으로 달려갑니다.^ ^ ===3333

  • 16. 코코샤넬
    '04.7.16 8:01 AM

    초계탕이 저렇게 생겼군요..
    저는 아직까지 보지도 먹어보지도 못해서요.-.-
    선생님은 딱 한번 드셔보고도 음식을 만들어 내시네요...역시!!
    유지아빠도 저에게 음식 만들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면...
    저도 벌써 최고상궁이 되었을텐데....
    제가 레시피 보고 땀 뻘뻘 흘려가며 음식을 만들어줘도 손도 안대려고 합니다.
    먹으면 큰 일나는 줄 알아요 흑..
    빨리 유지를 키워서 유지한테 음식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겠어요..

  • 17. 남양
    '04.7.16 8:53 AM

    초계탕 첨봐요..
    저희 남편 제가 비밀의 손맛 읽는거 보더니 " 뭐가 이렇게 간단해!'하고 놀라는거 있죠.
    제가 음식할때는 부산스러워서 인지 되게 복잡한 줄 알았데요.ㅋㅋㅋ
    간단해 보인다던데 한번 시켜서 82에 데뷰시킬까요?ㅋㅋ

  • 18. 재은맘
    '04.7.16 8:53 AM

    초계탕 먹어보질 않아서...어떤맛인가요??
    비밀의 손맛에 얼렁 가봐야 겠습니다..

  • 19. 민쵸
    '04.7.16 9:17 AM

    초계탕? 삼계탕 닮은 건가요?
    국물은 사골국 비슷하고...
    식당이 복잡하고 어수선하면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별로이더라구요.
    비밀의 손맛 꾸미시는라 바쁘신데 새책을 집필중이시라니....
    선생님은 몸이 열개라도 모자라겠어요.
    배울게 너무나 많은 분입니다.^^

  • 20. yellowcat
    '04.7.16 9:32 AM

    초계탕무슨맛인지 너무 궁금해요..

  • 21. 지윤마미..
    '04.7.16 9:34 AM

    지난번에 살짝 꺼내셨던 초계탕집 이야기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런 사연이 있으셨네요....
    방송타는 곳..정말 맛있어 보이고, 다들 거기에서 식사하고 계신분들은 맛나다고 하시느데...
    믿을 수가 있어야죠.....
    그래도 왜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까나...총총총...

  • 22. 짱여사
    '04.7.16 10:07 AM

    선생님 음식은 항상 느끼는 거지만, 사진만 봐도 맛이 그려지고 참 정갈해요.
    저도 얼렁 내공을 쌓아야 할텐데..^^

  • 23. 김혜경
    '04.7.16 10:12 AM

    초계탕 맛이요? 시원한 닭국물이에요. 깨랑 잣 넣어서 좀 고소하구요...

    파주 초계탕집, 원래는 맛있는 집인데 그날 매스컴 타서 맛이 없었던 건지도 모르구요....

  • 24. 빗살무늬
    '04.7.16 10:29 AM

    다음 맛집에서는 성공하시길 빕니다..

  • 25. 애플민트
    '04.7.16 11:16 AM

    저... 초계탕이 왜 초계탕인가요? ( 제가 좀 촌스러워서리,,,)

  • 26. momy60
    '04.7.16 11:21 AM

    제가 놀란것은 그와중에 (정말 복잡했거든요)
    주인 아저씨가 지나 가는 말로 (뒤집게들고 이야기했거든요)
    하신 말씀에서 비법전수를 받으신 사실!
    취재정신이 살아계시다니까요.

  • 27. 김혜경
    '04.7.16 11:37 AM

    ㅋㅋㅋ..momy님도 들으셨잖아요??
    애플민트님 저도 이름의 유래는 모르겠사오나, 닭과 초가 들어가서 초계탕이 아니올런지...

  • 28. 쵸콜릿
    '04.7.16 12:07 PM

    남편분때문에 선생님 음식솜씨가 나날이 일취월장...하시네요.
    존경스러워요^^
    비밀의 손맛 보면서...세상에 비밀은 없다...그런 생각이 들던데요 ㅎㅎㅎ
    책 기다려요 ^^

  • 29. 체리
    '04.7.16 12:55 PM

    주워들은 바로는 식초와 계자(겨자의 사투리)가 들어가서
    초계탕이라고...

  • 30. 강아지똥
    '04.7.16 2:52 PM

    초계탕맛이 상상이 안가는데여...^^;;;
    그리고 메밀전은 시행해보겠습니다. 전 메밀좋아하는데...낭군이 별루 좋아하질 않네여..

  • 31. 신현지
    '04.7.16 4:57 PM

    괜찮아 보여서 인쇄 들어갔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함다.
    이래서 여기 안들어오면 하루일과가 안ㄲㅌ난다니깐요.....
    더운여름에 보양식으로 좋을것 같아요.....

  • 32. 런~
    '04.7.18 12:04 AM

    초계탕 한번 꼭 해보고 싶은 요리에요..^^
    몸보신 한번 해줘야 하는데 말이죠...^^

  • 33. flour
    '04.7.19 10:11 PM

    초계탕은요, 식초의 "초", 겨자의 평안도 사투리인 계자의 "계"자가 만나 이루어진
    이름이랍니다.

    초계탕이 본래 북한의 음식이래요. 그것도 평안도의...

  • 34. 향기의여인
    '04.7.23 1:04 PM

    정말 배울게 많은 분이세요
    넘 열심히 사시는 모습 배우고 싶어요
    또 책을 내신다구요?
    어떤책인지 궁금해지는데요 살짝 가르쳐 주실 수 있나요? ㅎㅎ(저만 모르나요?) 나올때까지 기다리기가 궁금해서요...
    이곳에 오면 항상 많은 것 배우고 갑니다...감사합니다
    더운데 책 쓰시느라 넘 무리하시지 마시구요....건강 잘 지키시길 바랄게요....

  • 35. 최현정
    '04.7.28 8:22 PM

    우와..^-^ 책도 내셔요?? 대단하다..乃..^-^
    나오면 책 꼭 살게요 ㅎㅎ^_^
    아직 여러서 뭘쫌 모르지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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